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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VII-6. 공조

국내산라이츄, 2023-11-27 23:38:46

조회 수
122

사무실에 출근한 미기야를 맞은 것은, 금색 가면을 쓴 남자였다. 그는 미기야를 보자마자 대뜸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하면서 괴담수사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괴담수사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
"말 그대로야. 이 일은 우리가 단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냐. "
"거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이나 듣고 판단합시다. 얘 아까 막 출근했거든. "
"그렇지, 일단 자초지종을 설명해주는 게 먼저겠지... "

아웃사이더와 미기야, 파이로는 테이블에 앉았다. 

"무슨 일로 아침 댓바람부터 예까지 찾아오셨수? "
"이번에 의뢰를 받은 사람이 쫓기고 있거든. "
"저희는 경호쪽 일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만... "
"사람에게 쫓기고 있는거라면 우리쪽에서 어떻게든 했겠지. 의뢰인을 쫓고 있는 게 사람이 아니라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라고. "
"뭐, 귀신이라도 씌인거야? "
"그렇다고 봐야겠지... 정확히는, 귀신에게 씌였다기보다는 귀신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야. 더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우리 팀에 의뢰를 넣었는데, 이건 뭐 어떻게 해도 떨어지질 않으니 도리가 없겠더라고. "
"흠... 폐가나 폐건물에 들어갔다거나? 아니면 여행을 갔다가 빨간 보따리라도 주웠거나? "
"빨간 보따리... 그래, 그거랑 비슷한 일을 겪고 있긴 하지. "

팀 반델에 오기 전까지, 여자는 죽을 위기를 여러번 겪었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번번이 누군가가 살려줘서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다름아닌 여자친구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의 어머니였다. 남자친구가 사고로 요절하자, 강제로 여자와 남자친구의 영혼 결혼식을 거행해버린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영혼결혼식은 죽은 사람들끼리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해서 여자를 죽일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친구의 어머니때문에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된 여자는 팀 반델을 찾아오게 되었다. 

"원래 영혼결혼식을 산 사람이랑 하기도 하나요? "
"둘이 결혼을 약속했다면 그럴 수는 있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어거지로 하지는 않지... 거기다가 멀쩡히 살아있는 한쪽을 죽여서까지? 야, 이건 너무한데? "
"그 여자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
"아지트에 있긴 한데... 잠시만. "

아웃사이더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잠시 후, 시계 가면을 쓴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왔다. 

"이 분이 그 분이신가요? "
"오는 길에도 뭔 변고가 있었구만. 얘기는 대충 들었는데, 그럼 의뢰를 아예 진행 못 한거야? "
"사실 우리쪽에서도 의뢰를 들어줘야 하나 고민하긴 했어. 남자친구의 어머니만 아니었어도 잘 살았을텐데... 그런데 의뢰를 진행하려고 할 때마다 빈번이 누군가가 방해를 하더란말이지. "
"그래서 우리에게 조사를 맡겼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게 되면, 고키부리 사무실을 통해서 기별을 주도록 하지. "
"OK. "

아웃사이더와 메모리는 여자를 괴담수사대 사무실에 두고 돌아갔다. 

"뭐, 그래... 아까도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는 경호 업체가 아니라 너를 24시간 지켜주지는 못 해. 하지만 적어도 괴롭힘에서 멀어질 수 있게 해 줄 수는 있어. "
"정말요? "
"어이, 도사님께 연락 돌려라. 지리산으로 가자. "

미기야가 청운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청운은 청혜와 함꼐 사무실로 왔다. 그리고 여자에게 부적을 하나 적어서 건넨 다음, 여자와 함께 집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과 라우드가 출근하자 파이로는 두 사람에게도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네 사람 역시 집으로 가 각자 짐을 싼 다음 한 곳에 모이기로 했다. 

"파이로는요? "
"잠깐 어디 다녀올 데가 있다고 하고는, 짐을 맡기고 가 버렸어요. "

미기야에게 짐을 맡긴 파이로는 야나기에게 사무실을 부탁하고, 냉장고를 채워두기 위해 장을 보라 갔었다. 

"나 갔다 올 동안 별고 없었지? "
"부적 덕분에요. "
"좋아, 그럼 지리산으로 가보자. "
"그런데 파이로씨... 거기 갈 수 있어요? 파이로씨 유령 아니예요? "
"악한 존재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

일곱명을 태운 차는 도로를 한참 달려서, 굽이굽이 산길 어귀에 접어들었다. 산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차로는 올라갈 수 없는 돌계단이 보였고, 각자 차에서 내려 짐을 들고 돌계단을 올라가면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싶은 정원이 보였다. 고요히 물이 흐르는 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암자와 푸른 도포를 입은 젊은 청년이 보였다. 청년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곱 사람을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청운을 통해 이야기는 전해들었습니다. 오시느라 별고 없으셨습니까? "
"두 분이 부적을 써주셔서, 덕분에 무사히 왔습니다. "
"일단 먼 길 오셔서 피곤하실테니, 다과라도 하면서 잠시 쉬십시오. "

약과와 함께 곁들여져 나온 차를 마시고 나니, 그제서야 암자에서 보는 정원의 풍경이 두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석산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있는 곳에는 곧은 대나무가 하늘 높이 뻗어있었고, 석산이 피어있는 곳에는 오동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었다. 

"여자분께서는 강제로 영혼 결혼식을 당한 것도 모자라서 죽을 위기에 처했군요. 목숨이 경각에 달했습니다. 괴담수사대로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불귀의 객이 되었겠군요. "
"......! "
"놀라지 마십시오, 청운에게 미리 전해들어서 알고 있는겁니다. 일단, 죽은 남자친구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죽을 뻔한 위기에서 살 수 있었던 건 전부 남자친구가 구해준 덕분입니다. 산 자는 산 자의 인연이 있고, 죽은 자와의 인연은 명계에서 엮는 법임을 남자친구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영혼결혼식을 시키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죽이려 하는 어머니를 두고 볼 수 없었죠. 하지만 이미 영혼이 된 남자친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자친구를 구해주는 것 외에는 없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로 인도한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떼어놓을 방도는 없는겁니까? "
"맞아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을 지도 몰라요. "
"월하노인이 묶은 붉은 실은 남자친구가 죽으면서 풀렸습니다. 그리고 그 끊어진 붉은 실을 억지로 매듭지어 묶어두었군요. 억지로 묶인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것은 당신입니다. "

푸른 도포를 입은 남자는 현을 거리켰다. 

"저요? "
"당신이 가진 영안만이 붉은 실을 볼 수 있습니다. 영안을 사용해 매듭을 찾아서, 그 검으로 끊어내면 될 겁니다. "

현이 안경을 벗자, 여자의 새끼손가락을 타고 붉은 실이 보였다. 붉은 실을 따라가보니, 어딘가 슬퍼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둘의 새끼손가락을 연결한 붉은 실 한가운데, 매듭이 보였다. 현이 목검을 들어 매듭을 내려치자, 매듭이 그대로 잘리고 붉은 실이 풀렸다. 남자는 실이 풀린 것을 확인하고 현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다음 사라졌다. 

"된...건가요? "
"두 사람을 억지로 얽매고 있던 붉은 실이 잘렸습니다. 아마 남자분은 편안히 명계로 돌아갔을겁니다. "
"끝...났군요... "
"두 분의 인연은 명계에서 계속 이어질겁니다. 최대한 천천히 지내다가 가셔서, 못다한 회포를 푸시지요. 자,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내려가시지요. "
"감사합니다. "

억지로 묶었던 붉은 실이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암자에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 괴담수사대와 여자는 암자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덕분에 무사히 해결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 참, 영안을 가진 그대에게 드릴 것이 있습니다. "

푸른 도포를 입은 남자는 현에게 검 하나를 건넸다. 검은 검집에 들어있는 검을 꺼내자, 한쪽에는 점과 선이 빼곡히 새려져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뭔지 모를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다들 이게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와중, 파이로만이 그 검의 정체를 알고 흠칫했다. 

"이건 사인검이잖아! "
"사인검? "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만드는 검이야. 그래서 사인검이지. 조선시대부터 만들었던 벽사용 도검이야. "
"잘 알고 계시군요. 그 검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만드는 검으로, 양의 기운이 깃들어 모든 사귀를 베고 재앙을 물리치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껏 이 검을 사용할 적임자를 찾을때까지 제가 보관하고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검이 드디어 적임자를 만났군요. 그대라면 이 검의 힘을 이끌어내서 적재적소에 사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푸른 도포의 남자에게서 사인검을 받고, 다섯은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도희를 통해 파이로가 연락하자, 아웃사이더가 메모리와 함께 금방 사무실로 왔다. 

"여, 어떻게 됐어? "
"저승과의 연을 끊는 데 성공했어. "ㅁ
"연을? "
"네. "

파이로와 미기야는 지리산에서 있었던 일을 아웃사이더에게 얘기했다. 

"좋아, 그럼 우리쪽에서 의뢰를 받아 줄 필요도 없겠네. 이 쪽, 우리한테 의뢰를 하러 왔다면서 꽤나 망설이고 있었거든. "
"영혼결혼식만 아니었어도 고통받지 않았을테니까. 그 쪽 엄마는 어떻게 됐대? "
"그게 말이지... 어제부로 실종된 모양이야. "
"실종? "
"목격자의 말로는, 땅이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고 하던데... "

강제로 아들과 영혼결혼식을 시킨데다가 영혼결혼식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남자친구의 엄마는, 현이 붉은 실을 끊은 시점에서 실종되었다. 그리고 이를 조사한 패트롤이 알려준 진상은 생각보다 더 참담했다. 자신의 아들과 여자를 억지로 영혼결혼식으로 묶었던 엄마는, 영혼결혼식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녀는 악마와 거래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고, 한 달안에 자신을 대신해 죽을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영혼결혼식으로 명분을 만든 다음, 그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악마들 사이에서도 금기였기에 악마는 원래부터 소원을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그 여자를 죽이면 니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천만에~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금기 중의 금기라고. 게다가 그 여자를 죽이겠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네 아들은 이미 명계로 가버렸는걸? 이제 너도 가게 될 거야, 끝없이 고통받는 무간지옥으로 말이지- 나한테 소원만 안 빌었어도 죽어서 아들과 만났을텐데!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3 댓글

마드리갈

2024-01-02 13:29:51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무단으로 영혼결혼식을 올렸고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어떻게 생각하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네요. 저런 창의력은 사양할께요.

그리고 깊은 속사정은 참 추악하네요.


이 세상 어디에서는 저런 괴이한 상상을 일삼는 자가 있을지도요. 그리고 부정도 못하겠네요.

국내산라이츄

2024-01-07 22:09:43

현실은 언제나 픽션보다 더 하죠... 

SiteOwner

2024-01-27 19:22:08

실재하는지도 확인된 적이 없는 관념을 위해서 현실의 인간을 죽인다...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호러입니다. 그리고 그 내막은 역시...결국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위한다고 내세우는 경우 대부분 자신의 추악한 목적 달성이 그 뒤에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저 떨떠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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