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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25화 - 발밑 조심!(2)

시어하트어택, 2024-09-30 07:38:53

조회 수
107

“야, 안톤!”
“모네! 들으면 좀 나와!”
동급생들이 찾는 소리가 들려도, 안톤과 모네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서 또 어디로 사라졌다는 그런 단서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하냐고...”
예담 역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 안톤을 찾다가, 머리를 싸매며 말한다. 당연히 그런다고 해서 안톤은 보일 리도 없고, 또 이 파고라 주변에는 어떤 단서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뭐야...”
또 한 명이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사라진 건 ‘아론’이라는 이름의 6학년생. 민과 같은 만화부원이다. 역시 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 순간을 재빠르게 잡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중에 누군가는 여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낸 모양이다.
“이거 봐봐!”
“응? 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머리에 반다나를 두른 미린초등학교 4학년생 여자아이. 분명히 처음에는 없었는데, 어느새인가 와서 조용히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로지? 네가 왜 여기 있는데?”
민은 로지라고 불린 그 후배와는 잘 알고 있다. 같은 만화부원이기는 하지만, 취향은 조금씩 다르다. 로지 역시 초능력이 있기는 한데, 전자기기 쪽으로 특화된 능력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어떤 능력인지는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여기, 내가 뭘 본 것 같은데...”
로지가 보여주는 건 자신의 폰이다. 거기에 보이는 건, CCTV의 영상들로 보이는데, 거기에 보이는 건 안톤과 다른 2명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장면이다. 딱 보니, 일반적인 건 아니고 초능력을 써서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거기에 무언가가 보인다.
“너 이거 어떻게 했냐?”
“어... 그러니까, CCTV를 내 폰에 다 연결했지.”
“그게 가능하냐?”
“그러니까 초능력이지!”
아무튼, 거기 보이는 건, 땅속에서부터 나와서, 사람을 붙잡고 들어가는, 다른 사람의 손이다. 그 화면을 보던 민이 로지를 보고 말한다.
“잠깐, 이거 누가 손을 뻗어서 끌고 들어가는 거 맞지?”
“어, 맞는 것 같은데. 보나 마나 초능력자겠지.”
“그래... 어디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어떻게 잡아야 할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사이, 또 누군가가 사라진 것 같다.
“어? 뭐야, 안젤로? 어디 갔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예담의 옆에 있던 안젤로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땅속에서는, 누군가가 숨어서 땅 위에서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 바로 옆에는 비닐봉지가 있는데, 방금 잡아온 안톤을 비롯한 ‘인질’들이 담겨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곳은 땅속. 그것도 땅굴 하나 파지 않고, 어둠만이 가득한 땅속이다. 비닐봉지 안에 묶인 인질들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이 상황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몸부림만 칠 뿐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마치 그 땅속이 물인 것처럼 헤엄치더니, 조금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비닐봉지 역시, 그의 손에 잡히자 마치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땅속에 떠다니다가 멈춘다.
“다음은... 이쪽이라고 했나? 땅속이라 뭐가 뭔지 알아야지. 뭐 이런 초능력을 다 받아 가지고!”
그는 조용히 구시렁거린다. 그러자마자, 그가 쓰고 있는 고글에 메시지가 하나 출력된다.

[발렌틴, 이번에는 실패하지 마. 목표를 3번이나 벗어나면 어떡해?]
[다음에도 실패하면 넌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런... 답을 해 줄 수도 없고!”
그 말대로다. 지금 이 땅속에서 마치 물속처럼 헤엄을 친다든가 할 수는 있지만, 말을 하거나 했다가는 들켜 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쓴 고글에 메시지 입력 장치가 내장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3번이나 목표물을 잡는 데 실패했으니, 지금 그 목표 또한 자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잡아 온 사람들이야 협상 카드로 쓸 수는 있겠지만.

[네 손을 살짝 들어.]

“뭐야, 내 손을 왜 들어야 돼? 그러면 노출되어 버릴 텐데!”그는 살짝 불만스럽다. 하지만 지금 의뢰를 한 사람이 누군지, 그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게 낙원으로 가는 길이라니, 해야지. 그것도 지역장님 따님의 요청인데...”

‘발렌틴’이라고 불린 그는 진리성회에 들어온 지는 5년이나 되었다. 그것도 열성 신도로서, 청년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자기 지인들을 닥치는 대로 데려와서 교세를 불리는 데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 남들보다 2배 이상은 많은 헌금을 내기도 했다. 회당 건설에 쓰기 위해, 빚을 내가며 토지를 사서 헌납하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부모와 큰 다툼도 몇 번 했다. 그러다 보니 20대치고는 꽤 많은 빚이 생기고, 은행 대출도 되지 않아 사채까지 써 가며 헌금을 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겨우 후보전도자에 올라갔을 뿐, 아직 전도자나 준강사는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렇게 신앙에 대한 열의는 더해 갔으나 그 응답은 멀어만 가던 그때, 그에게 지역장의 딸이 하나의 제안을 해 온 것이다.
“발렌틴, 이제 좋은 일을 하나 해야지? 섭리를 이루는 그 좋은 일 말이야.”
“예... 혹시 지역장님이 무슨 일을 맡기셨는지요?”
발렌틴이 그렇게 묻자, 지역장의 딸은 바로 대답하는 대신,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낙원을 이루는 섭리를 방해할 자 중 한 명이야. 이 자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 발렌틴 너의 도움이 필요해.”
그때, 발렌틴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저를 어떻게 부르려 하시나이까, 총회장이시여? 당신이 하라면 그렇게 하겠나이다. 당신이 죽으라면 죽겠나이다. 그 어떤 것이든 하겠나이다.”
자신도 모르게 발렌틴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을 들은 지역장의 딸은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하다는 웃음을 내며 말했다.
“좋아, 발렌틴. 아주 자세가 잘 되었어. 이제 이 일을 잘 마무리하면, 전도자로 승격될 수 있을 거야. 지역장님만 결심한다면 금방이지.”
“하지만,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제게는 저 자를 막을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지역장의 딸은 발렌틴의 그 호소를 바로 알아챈 듯했다. 곧바로 웃음을 띠며, 서랍장 안에 고이 모셔 놓은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것은 약병에 든 보라색의 약물이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너의 눈을 뜨게 해 줄 것이지. 지역장님이 주신 것이니, 잘 받아 마시라고.”
“예... 기꺼이!”
지역장의 딸이 시키는 대로, 그는 그 보랏빛의 액체를 다 받아 마셨다. 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미지의 어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생각한 대단한 초능력이 아닌, 땅속을 잠행하는 능력이었다. 조금은 아쉬운 능력이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능력을 발현했다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자신의 초능력을 지역장에게 보고했고, 지역장이 그에게 준 임무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임무를 마치면 전도자... 준강사... 거기에 지역장, 장로까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마침내 결심했는지, 오른손을 살짝 뻗어 올린다.

[좋아, 그 다음에는 살짝 움직여.]

“움직이라니까 움직여야지 뭐... 다 섭리를 위한 건데.”
그는 툴툴더리면서도,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듯, 고글 속의 눈을 빛내고서, 지시를 따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온다.

[지금!]

“됐어... 이제 잡는다!”

한편, 이곳은 미린대 의대 별관 옆 공원.
리암의 눈앞에, 타마라와 아르민이 보인다.
분명히 이 공원에는 리암과 신시아 말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마치 공간 자체가 휘어진 듯한 기분, 그다음 순간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타마라와 아르민은 리암 자신의 감각마저 의심하게 한다. 둘은 분명 이 공원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문도 모르고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둘에게 묻는다.
“야, 너희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공원에 들어오면 어떡해?”
“글쎄, 모르겠어!”
타마라가 자신의 뺨을 꼬집어 가며 말한다.
“나는 여기 아르민이라는 친구하고 우연히 만난 참이었는데, 갑자기 여기로 빨려들어왔다고!”
타마라의 말이 맞다면, 어떤 수를 써서 둘을 이곳으로 끌어왔단 말인가?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저 내 진짜 능력을 조금만 보여 줬을 뿐인데?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신시아의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리암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옆으로 피한다. 그리고 그 순간, 보인다. 신시아의 능력의 편린이 말이다. 공간 자체가 접히는 것 같다. 그리고 축소되는 것만 같다.
“뭐야, 공간을 그냥 접는 것 같은데...?”
“오, 제법인데? 보통 여기에 걸리면 순간적으로 한 뼘 거리가 되거든? 그 다음에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어... 그래... 그런 것 같네.”
하지만, 리암은 신시아의 예상과는 달리, 당황하는 기색도 없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신시아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그리고 왜 그렇게 리암이 반응하는지도 알 것 같다. 어느새, 신시아의 손은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
“리암이랬지... 어느새 나한테 이런 장난을!”
“아, 그렇게 어렵지는 않거든. 네 능력을 너 자신을 향해 쓰면 어떻게 될까?”
“알겠네... 접근을 못 하게 한다... 그거지. 내 능력을 역이용해서!”
신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타마라와 아르민도 간간이 돌아본다. 마치 ‘자신을 봐 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저 신시아라는 의대생 있잖아.”
아르민이 타마라에게 신시아를 가리키며 말한다.
“왜?”
“좀 뭐라고 해야 하나... 관심 많이 받고 싶은 애들 기질도 있지 않냐?”
“맞아. 보통 영화에서 나오는 악당들이라고 하면 무언가 치밀하면서도, 상대를 반드시 제거하겠다는 뜻을 온몸으로 표출하게 마련이지. 그런데 특이해... 마치 ‘자신을 봐 달라’는 듯 보이는 저 눈짓도 그렇고.”
“그건 아닌 것 같고... 이렇게 초능력자와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유형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때, 리암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우선,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또 자신감이 있는 표정을 보니 그렇다.
‘좋았어... 너, 우리 초능력 방범대에 오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이 대결이 끝나기는 이른 것 같다. 신시아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양인지,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린다.
“사실, 나도 너희들한테 해 줄 이야기가 있어. 너희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일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이길 때뿐이야!”
신시아의 그 말에, 일순간 리암의 눈이 번쩍 뜨인다. 신시아는 무얼 또 숨기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10-01 20:50:48

같이 있던 누군가가 사라지고, 갑자기 누군가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와 있고...

이런 상황은 정말 혼란스럽네요. 게다가 그 실체도 지하에 숨어 있는 자의 납치행각이라는 게 더욱 끔찍해지네요. 통상적으로 땅 속에 있으려면 지하공동이 필요한데 그런 방식도 아니니...


역시 신시아가 로건 같은 남자와 사귄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초능력자들은 서로 끌리고, 신시아의 심리 자체가 뭔가 관심을 갈구하는 모정의 기제에 기반하는 듯하네요. 그게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유지할 이유가 있을지...

시어하트어택

2024-10-06 22:21:35

발렌틴의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쉽게 찾아낼 수 없기도 하죠. 증거도 남지 않고요. 하지만 그런 능력조차도 무적은 아닙니다.


신시아의 그런 성격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겁니다. 로건과의 교제는 부정적인 방향이었을 거고요.

SiteOwner

2024-10-03 19:57:40

지독하군요. 그것도 매우 기괴한 방식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데에서 거부감이 듭니다.

초능력을 이용하여 지하에 숨어 있는 자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을 납치하여 수집품같이 비닐봉지에 담아 두고 있다는 것은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걸 간파했다고 해도 대응할 방법도 그 원리를 납득할 사람도 없으니 속수무책 그 자체입니다. 

그 짓을 저지른 발렌틴이 마신 정체불명의 액체가 혹시 전작에 등장하는 베라네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색이 다르니 그것도 이상합니다.


신시아가 마지막에 한 말이 확실히 의미심장하군요.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렇게 자포자기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10-06 22:25:53

발렌틴은 원래부터 초능력이 있던 건 아니었고 그 진리성회의 상부에서 준 무언가를 마시고 초능력을 발현했습니다. 진리성회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설령 발렌틴에게 더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이용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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