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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은 일단 지금의 상황도 이상하지만, 일단 지하철을 타고 나서도 에디를 조금 더 살피기로 한다. 말은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예상대로, 지하철에서도, 에디는 평소같이 게임에 빠져 있다든가 인터넷을 휙휙 찾아본다든가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차문 옆에 등을 기대서서 사람들을 간간이 훑어볼 뿐이다. 무언가 딴짓을 한다는,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학교로 향하는 길에도 에디는 그렇다. 예담에게 한 것처럼, 간간이 나오는 말은 어딘가 기계같이 들리는 말뿐이다.
“에디 이 녀석, 왜 자꾸 이래...”
그러다가, 예담은 무언가 문득 본 것 같다. 편의점이 있는 상가 건물 안에 누군가 에디와 닮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가 예담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다.
“잠깐, 저게 누구야?”
그게 누구인지 궁금해서, 예담이 막 그 사람을 보려는데, 에디가 급히 예담을 막아서더니 그쪽을 못 보게 한다.
“아니, 에디! 너 왜 그래? 저기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에디의 행동은 더 이상하다. 평소의 소심한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무뚝뚝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렇게 예담이 특정한 곳을 가리키자 태도가 돌변한다는 게, 누가 봐도 이상하다.
“아니, 에디? 좀 천천히 말해 봐. 무슨 일인데?”
에디는 무슨 영문인지, 더 말이 없다.
“야, 말을 좀 해라! 너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도대체 왜 그래?”
“......”
“에이, 무슨 사람이 이렇게 확 바뀌는지, 원!”
예담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에디를 놔두고 발걸음을 빠르게 해서 교문을 지나쳐간다. 하지만 조금 전에 봤던 그 2층 건물 위의 에디와 꼭 닮은 누군가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에디는 쌍둥이도 없고, 형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그게 에디와 꼭 닮기만 한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못 봤다.
“이상하다... 그게 도대체 누구지...”
그리고 딱 그 옆에, 한나가 보인다.
“오, 예담이 너? 오늘은 꽤 일찍 오네? 무슨 에너지드링크라도 먹은 건 아니겠지?”
“야, 하... 한나 너는 왜 그렇게 나를 놀라게 하냐? 응?”
한나는 어제처럼 과장된 동작을 하며, 예담에게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놀리는 건지 모를 표정을 하고 있다. 다른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예담과 한나는 벌써 커플이 된 것으로 알지도 모른다. 특히 옆에 지나가는 후배들 중에 예담과 한나를 번갈아 보는 후배가 많다. 물론 예담은 이런 상황을 매우 피하고 싶어한다. 특히 동급생들은 몰라도 후배들이 이런 상황을 보고 오해를 하는 걸 참을 수 없다.
“한나, 너 제발 부탁이니까, 이런 과장된 반응은 제발 그만...”
“아니, 뭐가 어때서?”
한나는 오히려 예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런 한나의 반응이, 예담의 속을 더욱 뒤집어 놓는다.
“나는 오히려 후배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
“아니, 그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도, 한나는 쇠귀에 경 읽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예담의 이런 반응을 더욱 즐기는 것 같은 모습까지 보인다.
“에이, 말을 하면 좀 알아들어라...”
예담은 축 늘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듯한, 그런 안 좋은 예감까지 든다.
“왜 이러는 거야... 왜 나한테 다들!”
그리고 민 역시도 그 시간에 학교로 향하는 길이다. 가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친구들과도 만나서, 제법 시간을 보내며 가는 길이다. 민은 혼잣말처럼 말한다.
“어제는 왜 자꾸 이런저런 일이 생겼는지 몰라- 무슨 외계인도 나오고, 춤도 추고...”
안톤이 거기 있었으면 자신의 말을 마구 쏟아냈을 테지만, 오늘은 가는 길에 안톤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민의 눈에 어제 봤던 그 헤그리인들이 보인다.
“뭐야, 왜 저기 앉아 있어, 설마, 할 일도 없는 건가.”
분명히, 어제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을 터이고, 그 비행물체 역시 공원 위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또 나와서 왜들 이러는 건지, 민은 더욱 궁금해진다.
그런데 민이 자신들을 돌아본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헤그리인들은 다시 저자세로 나온다. 벌벌 떠는 게, 마치 온몸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외계인들이 안쓰러웠는지, 민은 그 헤그리인들에게 다가가서 한다.
“할 말 있으면 말로 하라고! 괜히 그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지 말고!”
그래도 그 헤그리인들은 여전히 말은 하지 않고서 민을 보기만 할 뿐이다. 아니, 말을 하기는 하는데, 그들의 언어인 것 같다. 알아듣기가 많이 힘들다.
“에이, 정말 알 수 없는 녀석들이네.”
그런데 마침, 레토가 옆을 지나쳐 간다. 일요일에 봤던 그 얼굴 그대로인데 민이 모를 리가 없다. 곧장 민은 레토를 잡아챈다.
“야, 레토! 너 마침 잘 됐다!”
“어? 무슨...”
“저 친구들, 말하는 거 좀 해석해 줄래?”
“내가 무슨! 나한테도 외계인들인데 나인들 알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외계인들 언어를 본격적으로 배우려면 아직 멀었어!”
레토는 그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헤그리인들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다.
“뭐야, 너 설마 알면서 일부러 우리한테 안 가르쳐 주는 건 아니겠지?”
민이 그렇게 말하자, 레토는 잠시 말이 없다가, 곧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시 입을 연다.
“아니라고! 아니면 이걸 한번 써 보든지.”
레토는 그렇게 말하며 USB 같은 것을 민에게 던져준다.
“아니, 뭐 이런 걸 어떻게 쓰라고. 사용법은 알려줘야 할 거 아냐.”
“헤드셋 같은 거 있지? 거기다가 끼우면 저 친구들 말이 아마 들릴걸.”
“뭘 들려...”
그렇게 말하지만, 민은 반신반의하며 그 USB같이 생긴 것을 가방 안에 들어 있던 헤드셋 위에 끼워 본다. 그러자, 헤그리인들이 말하는 말이, 마치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통역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말을 들어봐도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걸 여유있게 듣고 있을 여유는 없다. 시간은 벌써 8시 50분이다. 민은 헤드셋을 귀에서 빼고서 그 헤그리인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친구들, 나 가봐야 되거든? 또 봐!”
헤그리인들은 그냥 손만 흔들 뿐이다.
“변호사님, 그 정보원의 행방은 찾았습니다.”
메이링은 출근하는 길에, 키릴로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있다.
“어... 실장님? 어떻게 찾았대요?”
“그러니까 말씀드리자면, 진리성회 본부에서 찍은 영상이 배포되었는데, 그 집회 한가운데에 그 정보원이 있더군요. 그가 다시 세뇌된 건지, 아니면 어떻게 된 건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일단 살아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요... 조금은 난감하게 됐네요.”
“우선은 그럼 제가 다시 변호사님께 묻지요. 혹시, 좀 이상한 현상은 어제 제보가 없었나요?”
“그 회색의 외계인들이야 실장님께서도 들었을 거고... 혹시 ‘거대한 광대 얼굴’ 이야기는 들었나요? 어제 제 친구가 제보해 줬는데.”
“어,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저한테도 좀 공유해 주시죠.”
메이링은 바로 그 제보의 내용을 준다. 사진도 첨부되어 있는데, 어디서 본 듯한 광대의 얼굴이 주택가나 쇼핑몰, 도로 같은 곳에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들이다. 키릴로는 알겠다는 듯 말한다.
“뭐, 흔히 있는 사고뭉치들이네요. 찾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죠.”
그 시간, 진언은 미린경찰서에 막 출근한 참이다.
“이야! 오늘은 좀 늦었네.”
“에이, ‘카펜터’ 경장님이 그런 말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아직 9시 전인걸요!”
카펜터 경장이라고 불린 진언의 선배 경찰관은 진언이 그렇게 말하자 곧바로 기다렸다는 것처럼 응수한다.
“그래, 독고 순경은 좀 늦게 와도 돼. 나 같은 선배들이 뼈 빠지게 일해야지.”
“에이,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면 제가 뭐가 됩니까!”
“그래, 이제 들어가자고.”
진언은 카펜터를 따라 경찰서 안으로 들어간다. 곧, 유치장 안에 있는 외계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주택가 공원에서 소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 헤그리인이다.
“아니, 유치장에 이제는 외계인도 있어요? 그렇게 가둘 녀석들이 없나?”
“사고치고 들어오면 다 여기 있어야지. 독고 순경,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고!”
“아, 네...”
그렇게 말하다가, 진언은 문득 며칠 전에 여기 왔던 발렌틴을 떠올린다.
“며칠 전에 온 그 사이비 신도 어디 갔죠?”
“아, 아직 잘 있어.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보니까 혼자 가부좌 틀고 있더라.”
“정말요...”
진언은 호기심이 생겼는지, 발렌틴이 수감되어 있다는 그 안쪽의 수감실 쪽으로 들어가 본다. 카펜터의 말대로, 발렌틴뿐만 아니라, 전부터 있던 잡범들까지 전부 가부좌를 틀고서 무언가 중얼거리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진리성회의 기도문 같다.
“그냥 놔두면 경찰들이 저기에 넘어가지 않나요?”
“저 녀석들이 밤이 되면 저러니까 아주 죽을 맛이었다니까. 그래서 말인데, 방법은 다 있지!”
그렇게 말한 카펜터는 그 헤그리인을 가리킨다.
“저 외계인으로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진언의 그 말에 카펜터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이제 두고 보라고. 서장님 승인도 받았고, 이제 저자를 옮기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저 외계인이 이상한 짓을 저희들에게 할 여지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게 더 걱정되는데...”
진언이 그렇게 말하지만, 카펜터는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이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독고 순경, 어서 가서 일이나 시작하자고. 오늘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나?”
“그... 그렇죠!”
진언은 카펜터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그 헤그리인을 한 번 더 돌아본다. 그 헤그리인이 진언을 묘한 시선으로 본다. 진언은 시선을 한번 더 줄 듯하다가, 곧 고개를 돌려 자기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시간, 발렌틴은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치장 한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처음 왔을 때와 다른 점은, 발렌틴이 들어왔을 때 발렌틴을 비웃던 잡범들은 어느새 발렌틴의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가부좌를 틀고 있다. 발렌틴이 말하는 대로, 이상한 기도문을 따라외우는 건 덤이다.
“그러므로 들을지어다. 너희 문도들이 아뢸 때...”
그렇게 기도문을 읊으며, 잡범들이 따라 읊는 모습을 보자, 발렌틴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사실 어제 역시도, 진리성회의 강사 한 명이 면회를 와서, 그가 일을 잘 마치면 단숨에 전도자 자리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귀띔을 해 줬다. 그 말에 더욱 분발하겠다고 다짐한 터다. 미린경찰서의 경찰들까지 모조리 입교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웬 회색의 외계인이, 발렌틴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5-03-21 22:15:11
에디를 닮은 사람 그리고 에디...그 자체로도 기분나쁜데 예담이 그 닮은 사람이 있는 방향을 보자 에디가 막아서는 것도 기괴하네요. 게다가 한나는 왜 또 그러는지, 읽다가 제가 다 화날 지경이예요.
게다가 헤그리인에 광대얼굴에 여러모로 뒷목잡게 만드는 일만 늘어나네요. 헤그리인들은 의사표시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은데다 공원에서 소란을 일으켜 유치장 안에 갇혀 있는 자도 있고, 광대얼굴은 왜 나타나는지 모르겠고, 유치장에 수용되어 있는 발렌틴은 어느새 같이 갇혀 있는 잡범들을 신도로 만들고 있고...오늘 하루종일 아팠다가 겨우 회복된 게 도로 나빠지려는 듯하네요.
시어하트어택
2025-03-22 23:43:29
그 편의점 건물에는 생각 이상의 것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감각을 의심할 수도요.
헤그리인은 외계인의 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는데, 일단 외관은 그럴지 몰라도 행동 양상은 조금 '깨는' 게 많을지도 모릅니다. 경찰에게 '순순히' 잡힌 것도 그렇고요.
SiteOwner
2025-03-21 23:48:26
사방팔방이 적 아니면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는 자들 투성이인 이런 상황, 정말 싫군요. 살아오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고, 이후 상황이 바뀌고 나서 추궁했을 때 아무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피하기에만 급급했던 그 상황이 생각납니다. 헤그리인은 그 뛰어난 기술력으로 우주개발을 하면서 그 지능은 의사소통에는 전혀 내지는 거의 투자하지 못했는지도 의문이고, 여러모로 답이 안 나옵니다.
그나저나 간만에 재등장한 발렌틴의 행보는 확실히 우려스럽습니다. 어제로 사건발생 30주년을 맞이한 옴진리교의 테러 당시를 기억하는 저로서는 최근에 젊은 신도들이 그 옴진리교 후계단체인 알레프 등에 유입되고 그 단체에서는 온갖 궤변을 일삼고 있다는 상황을 알게 되어 확실히 떨떠름해집니다.
헤그리인이 문제의 발렌틴에 대해 뭔가 카운터웨이트로 작용할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3-22 23:47:00
정말 보통 사람들이라면 돌아버릴지도 모를 그런 상황이죠. 하지만 아예 해결 못 할 상황이면 애초에 주인공에게 주어지지도 않을 겁니다. 다 방법은 있기 마련이죠.
발렌틴은 상부의 지시를 받아 철저히 그 수족으로서의 행보를 보이지만, 변수란 있는 법입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수감된 현실 속 사이비종교의 신도들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