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사이트오너입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20세기의 단면 이야기를 이제서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음악을 들어 왔습니다만, 어느날 갑자기 구전으로 유행하다가 귀신이 잡아간 듯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들이 간혹 머리 속에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요즘 갑자기 생각난 게, 30년 전에 구전으로 갑자기 유행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잊혀져 버린 괴이한 가사의 곡. 그 노래의 가사는 무슨 언어인지도 모를 "노나마니샤뺘 양뽀양"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저기 저 아가씨 누구입니까" 라는 한국어 가사도 같이 전해졌던 게 기억납니다.
최근에 그 노래의 실체를 알게 되고 좀 놀랐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민요인 "Nona manis siapa yang punya" 라는 것.
한번 들어볼까요?
위의 영상은 인도네시아의 혼성그룹인 트리오퀙퀙(Trio Kwek-Kwek)의 노래입니다.
참고로 이 그룹은 1993년에서 2001년까지 활동하였습니다.
제목의 Nona manis siapa yang punya는 발음이 "노나 마니스 샤파 양 푸냐" 정도 되는데, 의미는 "아름다운 아가씨, 누구를 가장 사랑하세요?"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사가 조금씩 다른데, 보통 첫 줄의 가사를 3번 반복한 후에 4번째 줄의 가사가 다릅니다. 저 영상의 경우는 4번째 줄의 가사가 1절에서는 Yang punya mama saya, 2절에서는 Yang punya ibu saya인데 1985년 유행의 가사 4번째 줄은 "라샤 샬라 샬라 칭~칭~" 이라는 중국어 비슷한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것과 가장 근접하는 것으로 Rasa sayang sayange이 있어서 이게 구전되다가 와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때 어떻게 이 노래가 유입되었고 유행할 수 있었는지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전 이 노래를, 당시 같은 동네에 살던 중학생 누나들에게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그게 아무래도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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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안샤르베인
2015-01-27 23:11:42
누군가는 직접 들어서 알려준게 아닐까 싶지만... 확실히 신기하네요. 대부분은 외국에 나가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을텐데.
혹시나 학교 음악책에 실린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SiteOwner
2015-01-29 21:53:55
찾아보니, 1965년에 일본에서 이 노래가 발표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민요를 엔도 미노루(遠藤?, 1932-2008)가 편곡하고 니시자와 소우(西?爽, 1919-2000)가 번안가사를 붙인 노래인 귀여운 저 아가씨(可愛いあの娘)라는 곡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을 오가는 사람들이 사 온 레코드나 카세트테이프 등을 통해서 퍼진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도 출처를 알 수 없는 많은 노래가 일본에서 유행했던 것이었는데, 서커스를 볼 수 있었던 1980년대에 장내에서 잘 연주되던 곡 중 하나가 1902년에 나온 일본의 창가인 아름다운 천연(美しき天然)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이었습니다.
학교 음악책에는 저게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TheRomangOrc
2015-02-09 01:04:48
꽤 늦게서야 코멘트 하게 되었네요.
사실 이 글을 보고 그날 저녁에 잠을 자다 꿈을 꾼 적이 있었어요.
꿈 속에서 제가 이글루스 벨리를 도는데 거기서 네이버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 있었죠.
그 글의 내용이 예전에 일본에서 세계 각 국의 민요와 동요를 일본어로 번안하여 모아서 발매한 음반이 있었는데 그 음반 리스트에 이 곡이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꿈 속에서 그 글을 보며 '그게 한국으로 건너와서 알려진건가' 하고 생각을 하던 꿈이었는데 굉장히 신기하더군요. 꽤나 신빙성이 높은 마치 현실같은 꿈이었는지라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SiteOwner
2015-02-16 22:38:58
재미있는 꿈이군요. 게다가 저 곡이 실제로 그렇게 일본에서 일본어 번안가사가 붙어서 발매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저렇게 외국 민요를 번안하여 인기를 끄는 곡이 많은데, 위에서 언급한 저 인도네시아 민요 이외에도 러시아 민요인 코로부치카(コロブチカ) 같은 것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