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을 말하자면 그동안 전쟁영화에서 쓰여졌던 영상효과의 체계를 정립시켰음에 있다.
필름의 탈색효과 핸드헬드 촬영기법 스토리 보드등 영화의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고 찍은 등의 새로운 시도등은 이영화의 시작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작전신등의 영화속에 들어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도 잔인하여 이것이 과연 15세 이상 관람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옳은가 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상기 이야기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장면에선 이 작품의 테마의 일부인 전쟁의 잔인성과 삶을 향한 강한 집념등을 간접적 또는 느끼기에 따라선 직접적인 표출보다 더욱 강하게 묘사한다.
떨리는 손으로 생명의 근원인 물이 든 수통으로 목을 축이는 장면 그리고 허망하면서도 두려움에 가득찬 병사들의 눈 급기야는 상륙을 준비하는 배 위에서 구토를 호소하는 병사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이것이 단순한 배멀미일까? 이것은 단지 배멀미를 통해 보여주는 그들의 운명의 암시라고 할 수 있다.
상륙병력이 노르망디 해변에 도착하자 독일군 기관총 벙커에선 사정없이 그들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독일군의 공격에 죽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한술더떠 핸드헬드 촬영기법으로 찍어내는데 이것은 마치 관람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종군기자가 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킴으로서 전쟁의 현실성을 호소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저기로 떨어지는 박격포탄에 사지가 절단되어 나뒹구는 병사들....기관총 탄환에 배를 맞고 흘러나오는 내장을 부여잡고 엄마를 부르며 죽어가는 병사들....거기다가 너덜너덜한 팔을 붚잡고 그대로 뛰어가는 병사.....이런 상황들을 카메라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그대로 찍어낸다.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가 허구를 담지 않은 하이퍼 리얼리즘 노선에 따라 제작된 영화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오히려 너무나도 참혹한 장면에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라고 애써 눈을 돌리고 싶은 심정을 관객들의 마음속에 나타내게 할뿐.
이때 해변의 엄폐물에서 엄호사격을 하고있던 밀러(톰 행크스)대위는 멍한 눈으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직시한다. 주위에는 적막과 고요만이 감돌고 그의 눈엔 죽어가는 병사들과 이미 죽은 병사들의 시체로 뒤덮혀 있다. 그의 이마 미간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이것은 다름아닌 죽어간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피의 세례인 것이다.
그것에 반응했는지 밀러대위를 비롯한 모든 병사들이 돌격한다.
그리고 벙커안의 독일군 병사들을 죽이는 것으로 상륙임무를 무사히 수행하게 된 것이다.
곧이어 투항하는 독일군 병사들을 무참히 죽이는 연합군 병사들의 학살신이 여과없이 노출되는데, 이것은 동료를 잃은 살아남은 사람의 분노이자 인간의 본성인 잔인성을 곧이곧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쟁의 실제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쟁에 이한 인간의 잔인성을 눈으로 확인하고 비애미를 느끼게 된다. 이 노르망디 작전에선 실제로 20만여명의 연합국 병사 중에서 10만여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이것을 통해서 이 영화는 “전쟁은 게임이나 환상이 아닌 것이다. 현실인 것이다” 라는 것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상황이 끝나면 전사 통지소에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
바로 라이언가의 형제 3명이 전사하고 나머지 막내 라이언(멧 데이먼)만이 살아남았다는 것.
결국 상층부는 라이언 일병을 구출해 미국으로 귀국 시키자는 결정을 내리고 그 한사람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밀러대위를 비롯한 8명의 병사가 투입된다.
솔직히 이 부분은 필자가 이 영화를 보다가 “말도 안돼”라며 코웃음을 쳐버린 부분이다.
에이브러험 링컨의 예까지 들어 이 이야기를 합리화하려고 하지만 그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여러명이 죽는 건 과연 정당한 일인가? 라는 것이다.
처음 라이언 일병의 구출대가 출발할때의 밀러대위가 한 말을 다시 씹어보자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여덞 명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옳은건가?” 또는 “내가 한사람을 죽이면 또는 내가 죽으면 열사람 운좋으면 스무사람도 구할수 있지” 가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간단한 두마디의 대사에도 엄청난 뜻이 담겨져 있다.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아니 더 넘치는 댓가를치루고서라도 그 목적만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현대의 인간의 부품화, 수단화를 떠올리게 하는 문구이며 둘째 대사는 인간의 위선적인 의미부여를 느끼게 한다.
인간은 흔히 말해 대의명분이라는 어떤 일이든 정당화 하기 위한 의미부여를 꼭 하나씩은 만들어 낸다.
결국 그 의미는 인간성의 상실만을 초래했으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던 사회를 모순으로 종교를 마약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참으로 위의 두 대사에서 느껴지는 두 의미를 보자면 인간의 존재 타당성 여부에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느끼며 비애미를 느끼곤 한다.(지금도 그렇다)
중간에 드디어(?) 희생자가 나오게 되는데 어린 여자애 하나를 구하기 위해 독일군의 총격을 맞고 사망하게 되는 시퀀스, 이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앞서 만들어진 스텐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과 오버랩되는 내용이다.
또 극중에 가서는 참호에서 잡은 독일군 병사를 죽이는 문제를 가지고 심하게 다투는데 이 상황에서 밀러의 원래 직업이 드러난다 놀랍게도 그는 교사였다.
인간미가 존재해야 하는 직업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잔인한 행동은 삶에 대한 강한 욕구와 집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곧 라이언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사수하던 다리를 지키기 위해 최후의 전투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밀러는 에디뜨 피아프의 레코드판을 축음기에 돌려듣는 여유마저 보인다. 이것을 통해 인간도 죽음앞에선 초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걸까?
아니면 그저 삶에 대한 부질없는 욕구를 숨기기 위함일까.....
필자는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한 테마를 잡지 못했다.
피비린내 나는 최후의 전투에서 죽어가는 병사들 속에서 밀러는 라이언을 도망치게 하기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 한다. 이것은 영화의 제목에도 부합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전투, 부하를 모두 잃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처럼 멍한 표정으로 상황을 직시하는 밀러....
독일군의 총격이 밀러의 어깨를 관통하고 주저앉은 밀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권총을 꺼내 탱크에 반격을 가하고 그 순간에 맞춰 기적같이 탱크가 폭발하고 아군의 지원부대는 도착한다.
그리고 밀러는 죽어가면서 라이언에게 너를 구하기 위해 죽어간 이들의 몫까지 후회없이 살아가라고 말하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마지막 슬픔의 오열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회상신은 끝난다.
어느덧 노인이 된 라이언.....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밀러대위의 묘비앞에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았노라고 말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 영화는 현실을 방불케 하는 전투장면 잔잔하고 고요한 흐름 그리고 격동적이고 잔인한 전투로 우리에게 장면마다 다른 감정을 이전시킨다.
실제로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출연스텝 전부가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하니 참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을 창조해내기 위한 노력이 이처럼 큰것이구나 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만들어준다.
또한 이 영화의 다른 테마인 인간의 공포심을 들 수 있다.
월남전 당시 미군은“베트공 한명을 죽이는데 단 한발의 총알이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그에 1000여배의 가까운 총탄을 쓰게 되는 것은 인간의 광기와 공포심 때문이다.”라고 했듯이 이 영화도 앞서 말했던 인간 본연의 공포심과 생명에의 대한 욕구 죽음앞에 선 인간의 모습 그리고 휴머니즘에 충실했다. 단순히 공포심과 광기를 다루었다면 스텐리 큐브릭의 풀메탈 자켓이 우위에 있을수 있으나 그에 더하여 생명에의 강한 욕구와 휴머니즘을 다룬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풀 메탈 자켓과는 또다른 감동과 그 뒤에 남는 여운으로 우리의 가슴을 적셔주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의 시점으로 본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대해 좀된 붓끝으로 써내려봤다.
많고 많은 영화중에서 하이퍼 리얼리즘을 다룬 영화는 얼마든지 있다.(리얼리즘을 따지자면 바그다드 카페쪽이 더 우위에 있을지도.....)
그러나 인간의 안에 존재하는 본성을 주입시켜 극찬을 받을수 있는 작품을 완성한 스필버그 사단에 진정으로 경의를 표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 영화는 반드시 추천한다. 두세번 봐도 후회없을 영화로 말이다.
TO PROVE A POINT. Here's to 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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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마드리갈
2021-01-22 13:09:10
전쟁에서 참혹하지 않은 부분이 어디에 있냐 싶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세계 역사상 가장 처절한 마지막 상륙전이었죠. 물론 이 전투가 세계를 전체주의의 마수에서 구해 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성과에는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거예요.
예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서 마치 종군기자가 촬영하는 것 같은 시점, 그리고 죽고 죽이는 혼란상을 보면서 어지럽기도 했고, 전쟁상황이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거나 설령 일어나더라도 극히 제한적일 것같은 게 일상 속에 확대재생산되는 것에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게다가 많은 사람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미시적으로든 거시적으로든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던져준다 할 수 있겠어요.
뜻깊은 영화리뷰에 깊이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