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휘발윳값, 맥줏집...
요즘의 언어생활, 특히 언론매체에서의 표기에 사이시옷이 유독 많아진 것같습니다. 그런데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꽤 많다 보니 이 주제를 간만에 다루고 싶었습니다.
일단 사이시옷의 원리와 적용방법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어문규범 항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차라리 몇몇 관용적인 경우만을 놔두고, 저런 복잡하고 일관성 없고 어형을 어지럽히는 저런 것들을 폐지하여 간소화해야 언어의 규범성이 더욱 잘 준수될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표현하는 문자인 한글은 표음문자이긴 하지만, 표음문자에 의한 표기가 반드시 발음을 추종해야 할 필요도 없고 사실 기술적인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다 보니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데에서 사이시옷을 굳이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외래어는 어원이 외국일 뿐 이미 한국어 어휘로 편입되어 있는 것인데 왜 차별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도 문제점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또한,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예를 보자면 한글전용에서도 국한혼용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사이시옷이 없더라도 발음상 그렇게 발음이 추가되는 경우는 경험적으로 쉽게 알 수 있고, 어형이 흐트러지면 한글전용표기에서도 혼란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국한혼용의 경우 분명 한자를 입력할 경우에는 등교(登校)길인데 한글로만 쓸 경우에는 등굣길이 되어 버리는 등의 문제로 혼란상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아예 저런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 해당 어휘를 배제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처음에 사례로 제기한 어휘는 얼마든지 대체가능합니다. 한번 예를 볼까요?
등굣길은 통학로, 휘발윳값은 휘발유 가격, 맥줏집은 호프, 비어홀, 맥주전문점 등으로 우회하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회피해서 용례가 적어지게 되면, 안그래도 복잡하기 짝없고 단점뿐인 저 규칙은 사문화되고 말 것입니다.
규칙이 규칙답게 작용하려면 간단명료하고 합리적이라야 하는데, 사이시옷은 복잡다단한데다 불합리해서 도저히 규칙답지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헛소리를 할 게 아니라 어문정책의 목적과 방향부터 재정립해야 할 것 같은데, 가능은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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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HNRY
2016-06-03 22:06:35
확실히 찾아보니 사이시옷이 비판을 많이 받고 있긴 하더군요. 뭐어 사이시옷 자체를 삭제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이제와서 삭제한다고 해도 표기상의 예외를 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예외를 둬도 어디까지 둬야 하냐 하는 걸로 또 다른 부분에서 논쟁이 생길 것 같습니다. 예외를 두지 않으려 해도 사이시옷이 들어간 것이 아예 표기로 굳어져진 단어들을(ex 깃발, 핏줄, 시냇물, etc...) 국어사전 등에서 모조리 갈아엎어야 하는데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표기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하니 그건 그것대로 참 진통이 적잖을 것 같고요. 후대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 즈음이면 굳어질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는 건 현 세대를 사는 저는 10~20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동안 그 괴리를 견뎌야 한다는 것인데 흐음......
뭐어 국립국어원은 여러가지로 그리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기관은 아닙니다만 일단 국립국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배제하고(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새지 않도록) 사이시옷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규칙 자체는 삭제하되 몇몇 단어 표기는 그대로 한 후 이 표기가 이러이러한 이유는 과거 표기 및 발음의 흔적이다 라는 식으로 후대에 교육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라 오너님의 생각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파스큘라
2016-06-07 13:49:09
최근들어서 자장면 같은 경우도 유래가 어쩌고 원칙이 어쩌고 원전이 어쩌고 떠들어대면서 강요해봤지만 대중의 압도적인 의견차에 일방적으로 압살당하고 도리어 여태 써온걸 왜 니들 마음대로 바꿔서 강요하냐는 항의에 결국 국립국어원이 항복했죠.
SiteOwner
2016-06-03 23:47:57
어차피 언어라는 것이 먼저 발생하고 나중에 그것을 체계화하는 규칙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말씀하신 것처럼, 사이시옷 규칙을 삭제하고, 몇 안되는 고정된 용례만을 과거의 언어유산의 잔재로서 존속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중이 사용하기 싫다고 판단하면 아무리 원칙 어쩌고 해도 버려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교과서에서는 병원 진료과목을 냇과(=내과), 욋과(=외과), 소앗과(=소아과) 등으로 표현하거나 사이시옷은 아니지만 "면ㅎ지" 같은 표기가 등장했지만 이미 그때에도 실제로 쓰이지 않아서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러니 다른 의견의 개진을 막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다행입니다.
SiteOwner
2016-06-07 22:31:25
파스큘라님의 말씀에 대하여 별도의 댓글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원칙을 지킬 데서는 안 지키고 안 지킬 데서 지키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킬 데서 안 지키는 것이 국어중심주의, 안 지킬 데서 지키는 것이 말씀하신 짜장면 논란, 중국어에만 이상하게 무른 태도, 닭도리탕 논란 등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외부의 입장이긴 한데, 국립국어원 내에서 모종의 도그마가 지배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즉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내부에서의 지배적인 입장을 반대하면 과거의 자신들을 부정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니까 억지로 고집을 부리면서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