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음악을 듣는 게 취미에요.
주로 "유튜브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특정 곡을 듣고 나서 자동재생되는 다음 영상으로 우연찮게 여러 곡을 발견하기도 하죠.
그 와중에 아래의 라이브 영상을 발견했어요.
히라사와 스스무가 리더로 있는 P-MODEL가, 2014년 1월 11~14일 아카사카 Blitz에서 했던 라이브 중의 한 장면이에요.
P-MODEL의 곡인 白く巨大で (하얗게 거대하게)의 라이브.
이 라이브 영상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그라인더가 악기로 들어갔다는 점.
두 명이서 그라인더로 리듬에 맞추어 철봉을 갈아내는데, 그 리듬과 소리가 의외로 곡하고 어울리는 게 인상적이에요.
원래 악기는 원시시대에, 돌 등을 탁탁 치면서 시작했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결국 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것은 악기나 마찬가지겠네요.
그라인더를 악기로 쓰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라인더가 악기가 된다는 발상 자체는 매우 신기하네요. 몇번이고 보게 되어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3 댓글
마드리갈
2020-02-09 23:17:53
영상을 보면서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라인더가 훌륭한 악기로 기능했으니까요. 그래서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잘 찾아내시는 대왕고래님은 참 대단해요!!
그러고 보니, 악기로 고안되지 않은 것을 악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죠.
르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 1908-1975)의 관현악곡 타자기(Typewriter)에서는 기계식 타자기 자체가 독주파트를 담당하죠.
차이코프스키(Пётр ИльичЧайковский, 1840-1893)의 1812년 서곡의 경우는 아예 대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실외연주를 할 경우에는 진짜 대포를 사용하고, 실내연주에서는 위험하니까 심벌즈를 크게 쳐서 소리를 확산시키는 대용 주법을 구사하기도 하죠. 이것도 별의별 영상이 다 있어요.
대왕고래
2020-02-09 23:43:15
타자기는 바로 이 곡이었죠. (링크)
만화 같은 곳에서 많이 들은 곡이었는데, 진짜 타자기가 쓰였다는 점은 무지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대포를 쓴다니, 그건 또 신기하네요. 이거 실외라고는 해도 위험하지 않으려나... 아무튼 별별 연주가 다 있어요. 신기해요.
SiteOwner
2020-02-14 20:17:19
세기말적인 무대분위기, 그리고 그라인더의 연마음과 종잡을 수 없는 신비한 음색이 어우러지는 삼위일체가 여기에 있군요.
게다가 그라인더는 잡음이 아니라 훌륭한 악기 세션으로 기능했습니다.
역시 공연이란 저렇게 인상적이라야 하지요. 멋진 공연의 모범답안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이렇게 대왕고래님께서 소개해 주신 영상이 후보군에 반드시 들어갈 것 같습니다.
사실, 악기에서 나지만 음악에 쓰일 것을 전제하지 않고 나는 잡음도 음악의 훌륭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어쿠스틱 기타에서의 코드 바꿔잡을 때의 마찰음 같은 것들.
Wink의 1994년 발표곡 "언제까지나 좋아하고 싶어서(いつまでも好きでいたくて)" 에서 바로 그런 소리가 나고, 그래서 굉장히 정감있는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잘 들리는 그 마찰음은 2분 14초 쯤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멋진 영상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