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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27화 - 독 안에 든 쥐

시어하트어택, 2020-02-28 20:28:54

조회 수
122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온다. 세훈이 미끄럼틀에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뭐지... 여기에 하마나카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런데... 여기는 길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선배, 어떻게 그렇게 얄팍한 머리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갈 수 없어. 선배같이 물러 터져서는, 내 손가락은커녕, 머리카락 끝을 건드릴 수조차 없다고!”
세훈은 급히 미끄럼틀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미끄럼틀 위쪽은 물론이요, 아래쪽 그림자에 가려진 바닥 부분까지 샅샅이 뒤진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하마나카의 모습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미끄럼틀에서 있을 만한 곳을 다 뒤져 봐도, 하마나카가 있을 만한 구멍 같은 건 안 보인다. 세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일어선다. 바로 그때...
“선배, 이쪽이라고, 이쪽!”
뭐지, 방금 소리가 들린 쪽은... 세훈의 눈에 뭔가 하나 들어오는 게 있다. 음수대... 미끄럼틀 옆에 있는 음수대다! 여전히 하마나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 그 목소리, 확실히 그쪽에서 들렸다! 음수대라... 세훈은 뭔가 짚이는 게 있다. 처음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들린 그곳... 분수대. 공통점은 물... 물과 관련 있다. 하지만 아까도 그랬듯, 하마나카는 물과 관련 없는 길에서도 잘만 나타났다. 그러면... 도대체 뭐지? 물... 물... 그리고 길... 길... 두 가지는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일단, 분수대 쪽으로 가 보자... 일단 그곳으로 가는 길에 실마리가 있을 터다. 세훈은 놀이터를 벗어나 분수대 쪽으로 달려간다.
“선배, 설마 도망치려고?”
세훈이 길에 들어서자마자,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이번에는... 세훈의 옆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도망칠 수 없어. 내가 얼굴을 보이지 않는 한 말이지!”
그리고 그 순간, 또 다시 뭔가가 세훈을 강타한다. 이번에는... 두 다리 모두!
“큭...”
세훈의 다리는 그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리더니, 이내 앞으로 서서히 기울어진다. 무릎이 땅에 부딪히자, 세훈은 재빨리 땅바닥에 손을 짚는다. 종아리와 무릎에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아...”
“뭐야? 벌써 넘어지면 어떡해? 그렇게 안 봤는데, 이거 순 약골이잖아!”
땅바닥에 손을 짚은 바로 그 순간, 세훈은 뭔가를 발견한다. 배수로... 그리고 철망!
“아, 용건을 아직 말 안 했네.”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이번에는 세훈의 뒤에서.
“빈센트 선배님이 빨리 답을 주라고 하는데, 선배한테 오늘 답을 들어야겠어.”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냐?”
“선배가 답을 줄 때까지, 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하마나카의 목소리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 안 그래도 처음 들을 때부터 간신배 같았던 그 목소리가 점점 더 경박해진다.?
“선배, 나를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나를 보고 싶으면 말이지, 빨리빨리 말하라니까? 빈센트 선배님이 원하는 대답을 말이야!”
“무슨 대답?”
“선택지는 더 없어! 나한테 무릎을 꿇었으면 빈센트 선배님한테도 빨리 가서 무릎을 꿇으라니까?”
“......”
“뭘 꾸물거리는 거야? 빨리 대답하지 않고?”

“하하하하하하...”
세훈은 갑자기 웃어젖히기 시작한다.?
“허, 참, 왜 그러나, 선배?”
하마나카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친다.
“왜 갑자기 웃는 거지? 설마, 절망감 때문에 돌아 버린 건 아니겠지? 정신머리가 붙어 있으면 빨리 대답을 하라고!”
“아니. 내가 웃는 이유는, 네게 진 것을 인정해서라든지, 그 선배에게 답을 주겠다든지 하는 게 아니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마치 화산의 마그마가 분출하듯 올라간다.
“헛소리하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대답? 그래. 해 주지.”
“그건 ‘대답’하는 태도가 아닌데? 내가 원하는 대답은...”
“다 들통났다니까. 네가 숨은 곳 말이지!”
세훈의 목소리에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뭐... 뭐?”
“뭔가 이상하다 했어. 발밑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니깐.”
세훈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분수대 쪽으로 달려간다. 하마나카보다 빨리 다다라야 한다... 장미정원을 지나, 분수대가 보인다. 과연, 분수대 옆 한쪽에 뭔가 지붕이 씌워진 버튼 같은 게 있다. 분수대 제어장치다. 세훈은 그 지붕 씌워진 버튼 앞에 가서, ‘관리자 외 조작금지’라고 쓰인 버튼의 덮개를 벗겨낸다. 안에는 버튼이 3개 보인다. 세훈은 그 세 개의 버튼을 모두 누른다. 잠시 후, 분수대의 물의 수위가 점점 올라간다. 무서운 기세로 차오르는 물은 어느새 넘쳐나기 시작한다.?
“좋은 말 할 때 나오시지. 익사하기 싫으면 말이야.”
“컥... 컥...”
“왜? 나오기 싫어?”
세훈은 한껏 소리를 내지른다.
“푸우-”
이윽고, 물이 넘쳐흐르는 분수대에서 뭔가가 나온다. 팔부터, 그리고 거기에 점점 더 커지는 거친 숨소리는 덤으로. 이윽고, 마침내 보이는 머리. 흠뻑 젖어 있기는 하지만, 안경과 얼굴 모양으로 보아, 하마나카가 틀림없다. 이윽고, 하마나카가 분수대에서 완전히 나와서 모습을 드러낸다. 온 몸이 흠뻑 젖은 그 몰골은 영락없는 물에 빠진 생쥐 꼴. 처음 그를 보는 사람은 막 물 속에서 올라온 물귀신으로 착각할 정도다. 얼굴은 어찌나 빨간지, 마치 토마토를 보는 것과 같다.
“이... 이게...”
하마나카는 비틀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세훈에게 점점 다가오며 말한다.
“잘도... 나를... 이 꼴로.. 만들었겠다...”
“그거야 배수로에서 알아서 나오면 되는 거 아니었나? 그냥 나오면 되는 걸 가지고.”
“뭐라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하마나카의 목소리가 다시 올라간다.
“네가 너무 굼떴다고.”
세훈은 잔뜩 조롱을 섞어 말한다.
“그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네 존경하는 선배님처럼 되겠어? 머리하고 스피드 중 어느 것도 안 되면 뭐, 딸랑거리기라도 해야지.”
“뭐가... 어쩌고... 어째?”
머릿속이 끓어오르는 하마나카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하나 있다. 2년 전 클라인을 처음 만났을 때다. 그 때는 중학교 1학년,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살았고, 활발한 성격이었던 하마나카의 얼굴에 먹구름이 들었을 때였다. 이유는 부모님의 불화와 이혼. 아버지는 하마나카에게는 따로 말을 해 주지 않았지만, 하마나카는 그게 무엇 때문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알아 버린 하마나카는 말 없고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초능력의 잠재력은, 어느 새엔가 ‘좁은 곳에 숨을 수 있는 능력’으로 발현되었다. 친구 없이 지내던 하마나카에게 손을 내민 선배들은 바로 클라인과 예준이었다. 그 뒤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클라인의 도움을 받으며 늘 감사함을 품고 사는 하마나카였다. 그런데, 감히 그 하늘과도 같은 선배님의 말을 어기고, 거기에다가 병원에 장기 입원까지 하게 했다? 그런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능력을 간파해 낼 줄이야... 더더욱 여기에 세워 둘 수 없다. 하마나카가 막 주먹을 날리려는 그 때...
퍽-
뭔가가 하마나카의 가슴을 강타한다. 다름아닌 세훈의 주먹. 가슴이 터질 듯 숨이 가빠오는 것 때문인지, 하마나카는 몸의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털썩하고 넘어진다.
“역시 굼뜨다니까.”
세훈은 넘어져서도 여전히 얼굴이 벌건 채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하마나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분수대 주변은 온통 물바다다.
“아참... 그거 안 껐잖아.”
세훈은 재빨리 분수대 제어장치의 버튼을 모두 끈다. 공원을 모두 집어삼킬 듯 넘쳐흘렀던 물은 점점 잦아들더니 평상시 수위로 돌아간다.
“그건 그렇고... 지금 몇 시지?”
세훈은 공원을 나서며 AI시계를 본다.
“12시 47분이네. 이제 들어가 볼까...”

바로 그 때, 한 여학생이 세훈의 앞을 가로막는다.
“뭐야... 공주님 오셨어?”
“맞아.”
세훈의 앞에 선 건 다름아닌 나타샤.
“답을 좀 들으려고.”
“아니, 왜 여기까지 오냐고. 내가 답을 해 주겠다는데.”
“다들 안 된다고 해서 네가 있는 곳에 수소문해서 왔다고.”
“알았어, 알았어. 갈게. 됐지?”
“그럴 줄 알았어. 그 답 하나 들으려고 이렇게 고생하네.”
나타샤는 학교 쪽으로 방향을 돌리려다가 공원 한쪽에 쓰러진 하마나카를 발견한다.
“쟤는 뭐야? 왜 저런 데서 물이 흠뻑 젖어서 쓰러져 있어?”
“아, 죽은 거 아니니까, 가만 놔두면 알아서 일어나.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자고.”
하마나카를 뒤로 한 채, 세훈과 나타샤는 학교로 돌아간다. 세훈은 돌아가면서도 한숨을 푹 내쉰다. 왜 다들 나를 무릎꿇게 하는 데 그렇게 혈안인 건지... 도대체 클라인은 왜 나를 노리는 건지... 알 수 없다. 의문들을 품은 채, 세훈은 교실로 돌아간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로...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2-28 23:07:38

분명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인물이 대결하는 상황인데도, 마음이 흔들려 버리니까 판세가 달라지네요.

특히,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하마나카 마히로가 그렇게 타격을 입으면서 그 결말은 아주 비참하게 되어 버렸어요.

세훈이 그렇게 상황을 역전시키고 하마나카를 제압해 버렸고, 그 상황에 대해 나타샤가 묻자 "아, 죽은 거 아니니까..." 라고 무심한 듯이 대답하는 게 아주 볼만하네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게 하마나카에게는 다행일 거예요. 그의 상태는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만큼의 동정도 받을 수 없을 지경이니...

SiteOwner

2020-02-29 22:57:05

악마는 조롱을 견디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세훈을 내려보던 하마나카 마히로의 몰골, 전혀 불쌍하지 않습니다. 잘 되었군요.


유년기, 청소년기에는 참 기묘한 것으로 많이 싸우고 그렇지요.

전혀 득이 될 것도 없는데 그런 데에 왜 목숨을 거는 건지...

아무튼 하마나카 마히로는 몸으로 고통을 당했으니 제대로 배웠으면 좋겠군요. 그것조차 안되면 그때는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고, 몸이 버텨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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