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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89화 - 중대발표(1)

시어하트어택, 2021-01-16 23:19:17

조회 수
116

“잠깐, 치라유가... 어떻게 된 거지?”
옆에 서 있는 앨런이 순간 당황한 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치라유의 눈이 완전히 까뒤집어졌다. 조금 전에 매그넘 골드 빌딩에서 듀폰이 그랬던 것처럼. 확신한다. 메이링, 앨런, 아냐 모두.
“이 녀석, 아직도 달라붙었어!”
메이링이 또다시 능력을 발동하려 한다. 하지만...
“위험해요, 변호사님!”
치라유가 메이링을 향해 바로 달려드는 것을, 앨런이 옆으로 밀친다. 치라유의 손에는, 어느새 나이프가 들려 있다! 식당에서 쓰는 나이프지만, 그 끝은 매우 뾰족하다!
“저걸 어느새...”
“아까 그 식당에서 훔쳐왔나 봐요!”
“거기 세 분, 모두 물러서세요.”
세 사람을 제치고, 피오가 앞에 나선다.
“하나도 안 다치게 하고 조종하는 녀석을 나오게 할 테니까요.”
하나도 안 다치고? 하지만 어떻게?
모두의 시선이 피오와 치라유에게 향한다. 다들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고 웅성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계단에서 막 내려온 발레리오와 비토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잘 하겠지. 피오니까.”
“아무렴요, 형님. 피오는 최고의 ‘엔지니어’인데요.”
비토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치라유가 또다시 달려든다.
“크아아앗-”
피오를 향해 바로 달려든다. 나이프를 빼 들고 저돌적으로!
하지만 피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달려오는 치라유를 바라보고 있다. 주변인들이 모두 불안함과 두려움 등을 품고 보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사람들은 모두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윽고, 치라유가 피오와 지척에 닿자...
피오가 재빨리 손을 내민다.
순간, 분해된다!
치라유의 몸통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마치 물을 호스로 쏘면 거기에 맞은 모래 알갱이들이 퍼져 나가는 것처럼! 거기서 조금 다른 빛깔의 알갱이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 알갱이들이 치라유의 옆으로 모여든다. 치라유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진다. 치라유의 옆에 모인 알갱이들이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갖추더니...
“이... 이이...”
메이링이 아까 마주쳤던, 그 정장 입은 기분 나쁘게 생긴 남자다!
“나... 나는... 나는...”
남자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미처 잠기지 않은 현관문을 열고 도망가려고 한다.
“그렇게는 안 되지.”
하지만, 지켜보고 있던 발레리오가 더 빨랐다. 재빨리 현관문을 잠가 버린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이렇게 된 이상!”
남자가 악을 쓰다가,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바로, 현애와!
“그래. 너한테 옮겨가 주마아아앗!”
곧바로 달려든다. 현애에게. 치라유를 조종하던 때보다 더 빠르게,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보고 바로 달려드는 것처럼.
“받아라아아아아앗!”
“싫은데.”
현애의 무미건조한 한 마디.
그리고 잠시 후, 주위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하강하더니...
얼어 버린다.
그 자리에 굳어서, 얼음기둥이 되어 버린다.
“야, 치라유, 괜찮아?”
머리를 흔드는 치라유를 메이링이 일으켜 세운다. 다행히 다친 데 없이 치라유는 무사하다.
“아... 변호사님...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녀석이 어떻게 저한테 옮겨갔는지...”
“그건 상관없어. 녀석은 제압되었어. 걱정 안 해도 돼.”
“후- 십년 감수했네.”
누구고 할 것 없이, 얼음기둥이 되어 버린 남자를 보는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발레리오와 비토도 마찬가지다.
“그 ‘12등급 시설’에 있던 사람 아니야?”
발레리오가 얼음기둥이 된 그 남자를 휙 보더니 말한다.
“애석한데. 겨우 세상에 나왔는데 다시 얼어 버리다니.”
“12등급 시설이라니요, 발레리오 씨?”
현애가 묻자 발레리오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금방 알게 될 거야. 자네도 거기 있었거든.”
“제가요?”
“맞아. 인지하지는 못했겠지만.”

그 시간, 저택 바깥의 길거리.
야구모자를 쓴 남자는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 조그만 컵라면이기는 하지만, 남자는 꽤 맛있게 먹는다. 어느덧 국물까지 다 비운 다음, 다시 매대로 가더니, 검은 테이프를 하나 골라서 계산을 하고 나온다. 다른 건 다 문제가 없었다. 편의점 알바생이 그를 흘끗흘끗 본다는 것만 빼면.
아무튼, 그는 다시 저택으로 향한다.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일부러 옆길을 통해 저택으로 간다.

♩♪♬♩♪♬♩♪♬

전화다. 장 박사로부터의 전화다.
“아, 보스? 무슨 일입니까?”
“저택에 잠입한 아군은 실패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실패했다니요?”
“네가 듣는 그대로다. 실패했다. 저택 안에 있던 녀석들에게 잡혔다.”
“그렇다면, 이제 제가 할 일은 하나로군요.”
“그렇지. 행운을 빈다. 성공을 확인하는 대로 사례금을 입금하겠다.”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전화를 끊고, 남자는 곧장 다시 저택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경찰들이 지나가기는 하지만 남자를 의심스럽게 보고 지나가지는 않는다. 다행이다!?
한 1분 정도 걸었을까...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서자, 남자의 눈에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과자를 먹으며 걷고 있는 게 보인다. 그것도 저택 바로 앞을 지나가고 있다. 괜찮다. 저 속도면 금방 지나갈 거다... 남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저택의 대문 앞에서, 지나가지 않고 서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다! 왜 놀아도 하필이면 저기서 놀고 있는단 말인가!

한편 발레리오의 저택.
홀로그램 스크린 옆에 메이링이 서 있다. 표정은 애써 담담하게 짓지만, 팔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자, 이제 저희가 조사한 자료를 말씀드릴 시간이군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네, 메이링 양. 자네가 본 걸 그대로 말해 주기만 하면 되네.”
“알겠습니다.”
그 사이, 현애가 앉은 자리.
끼긱- 끼긱-
“으, 읏...”
기계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짧은 신음 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어? 뭐 하세요, 파라 씨?”
현애의 옆에 앉은 파라의 다리 하나가 빠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피오가 옆에 로봇을 하나 두고서, 의족을 살피고 있다.
“보면 몰라... 다리 고치고 있잖아.”
“그것 참 요란하게도 고치네.”
파라의 옆에 앉아 있는 호렌도 살짝 돌아보며 말한다.
“조용히 해, 호렌. 너도 다리 한번 잃어 봐.”
“야, 그걸 구해 준 게 누군데?”
“알았어, 알았으니까.”
“아니, 그런데 그걸 왜 제 옆에서 하는데요.”
“미안해요. 파라 씨가 조금 바빠서요.”
옆에서 의족을 보고 있던 피오가 언짢아하는 현애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리고 저도 한꺼번에 해치울수록 좋거든요.”
“네... 네.”
“저도 들으면서 하고 있으니까 걱정은 하지 마세요. 질문 있으면 형들이 받아 줄 거예요.”
현애가 다시 한번 돌아보니, 파라는 꽤 심란해 보인다. 어찌 됐건, 이제 메이링의 보고가 시작한다. 귀 기울여 들어 보기로 한다.

파라가 엘더 박사와 장 박사를 비밀리에 불러서 몇몇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베라네를 엘더 박사와 장 박사에게 넘겨 주었을 때까지만 해도, 엘더 박사는 장 박사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 박사와는 오랜 시간을 함께 연구에 매진해 오면서 신뢰관계도 깊이 형성되었고, 많은 것을 공유할 정도로 친밀해졌다. 또다른 종신연구원인 레비 박사와 함께 ‘궁합이 잘 맞는 3인조’로 불릴 만큼 세 사람은 정말 잘 맞았다.
그러나 어느 새부터인가 엘더 박사가 담당하는 보안 자료가 점점 누출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누출되었다는 건 아니고, 엘더 박사가 그런 자료가 누출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었다. 특히 본부 지하의 12등급 보안 시설 중 하나인 지구 출신 동면인 보존 시설의 자료가 집중적으로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자료 유출이 시도되었다. 설마 그것을 시도한 사람이 장 박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깊은 신뢰 관계였으니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정말 그랬나요, 발레리오 씨?”
한쪽에 앉은 조제가 손을 번쩍 들고 묻는다.
“아무리 그래도, 잘못된 걸 막으려고 이리저리 분투했던 사람과 우리 모두를 파괴하려는 악당이 그렇게 친한 사람이었을 리가요.”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라네, 엔히크스 군.”
발레리오는 담담히 말한다.
“원한다면 레비 박사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줄 수도 있지. 세 사람 모두 서로 친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말이지...”
호렌이 또 파라에게 말을 건다.
“친한 사람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니까. 안 그래?”
“쩝...”
파라는 그저 호렌의 시선을 피할 뿐, 별말은 없다.
“자, 그러면 다시 보고 들어가겠습니다.”
메이링의 말에 따라 홀로그램 화면이 바뀌고, 다시 보고가 이어진다.

한편 그 시간, 저택 밖.
야구모자를 쓴 남자는 저택 문 앞에서 AI폰을 보며 노는 초등학생들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그것도 왜 하필이면 다들 눈에 띄는 복장이란 말인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무슨 삼원색으로 맞춰 입은 것도 아니고... 헤어스타일이라도 평범하다면 모를까, 또 그것도 아니고...
시간은 없다. 얼른 가서 폭탄을 저 저택에 설치해서, 날려 버려야 한다!
하지만...
남자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이 한 명 더 온다.
그것도 아주 정신없게 생긴, 분홍색의 양갈래 머리와 짝짝이 줄무늬 스타킹을 입은, 초록색 바탕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말이다.
“아, 저 녀석은 또 뭔데!”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다. 위험했다. 하마터면 목소리가 들릴 뻔했다.
“오늘 일진이 왜 이래. RZ타워 갔을 때도 아니고...”
잠깐...
RZ타워?
왠지 모를 기시감이 남자의 머리를 맴돈다. 그러고 보니, 왠지 저 초등학생들,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이 없다. 아군도 실패했다니, 남은 건 자신뿐이다. 빨리 이 폭탄을 저 저택에 투척하고 성공을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에... 엣?”
뭔가가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 가방이 점점 묵직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어떤 녀석의 짓이란 말인가, 이건?
심란해진다. 이 상황에 누가 방해까지 하고 있다니...
지체할 수는 없다.
남자는 뛰어나온다. 달려간다.
하지만...
하지만!
“에... 엣...”
끌려간다!
대문 앞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들에게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뭐, 뭐야, 너희들!”
남자는 다급히 초등학생들에게 소리지른다.
“설마 이거, 너희들이 한 거야?”
“응? 아저씨, 왜요?”
“너희들이 지금 나한테 장난치고 있는 거 아니야?”
남자는 애써 뭐라고 말해 본다. 결행하려면 시간이 없는데!
“어른한테 이런 장난치면 못 써!”
“저기 아저씨.”
빨간 점퍼를 입은 금발의 소년이 남자에게 다가온다. 순간, 남자는 ‘익숙함’을 느낀다!
“아저씨 가방에 뭐 들었어요? 꺼내 봐요!”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1-18 13:49:43

대소동이 일어날 것 같았는데 대형 유혈사태로 번지기 전에 진압되었네요. 천만다행이예요.

12등급 시설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네요. 거기가 동면인들이 수용되었던 시설이고, 현애도 문제의 그 얼음기둥이 되어 제압된 남자도 그 12등급 시설을 거친...

여전히 동면인들은 많이 있겠죠? 그리고 이미 수백, 수천년 전의 다른 시대의 지구 출신의 사람들이다 보니 저 동면인들은 작중 배경의 행성들에서는 사실상의 무연고자일 것이고...참으로 씁쓸해지네요. 이제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을테니 도구로 쓰겠다는 발상은...냉동인간을 죄악시하는 과거의 SF는 틀렸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문제의 그 남자, 아무래도 걸려든 것 같네요.

시어하트어택

2021-01-18 23:29:51

문제는 저게 끝이 아니라는 거죠. 장 박사는 모두를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겠지요.


동면인은 많지요. 하지만 설정상으로 지구 출신 동면인들은 매우 적습니다. 이유를 대자면... 해동될 만한 사람들은 진작에 다 해동되었을 테니까요.

SiteOwner

2021-02-22 18:59:13

돌발행동을 하는 사람을 막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겪어본 몇몇 사례가 있다 보니 그 상황의 무서움도 알 수 있습니다.

중학생 때는 누군가가 아침의 전교생 조회 때에 저에게 대뜸 시비를 걸었다가 저에게 발차기 한방을 맞고 제압되기는 했지만, 고등학생 때에는 저의 라이벌을 자처하던 어느 학생에게 시험 직전에 피습되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서 시험을 봐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도 정말 힘들지요.

그것도 이미 겪어봤습니다. 저의 자전거를 훼손한 범인이 국민학생 때부터의 친구였으니...

이런 것에서도 환멸을 느끼는데, 장주원 박사를 동지로 여겼던 발레리오에게는 그 충격이 필설로 다 할 수 있을법한 것이 아닐 게 분명하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02-27 12:26:05

그 돌발행동이란 것도 어찌보면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니 일반인만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없었겠지요...


배신의 충격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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