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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자작 2차 소설인 '경운기 고치는 노인' 입니다.

처진방망이, 2013-05-19 11:06:25

조회 수
871

경운기 고치는 노인

 

벌써 6개월 전 일이다. 내가 공무원 특채 시험에 파토가 난 후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집에 눌러 있었을 때다.

감자 밭을 쟁기질하기 위해 경운기의 시동을 켜는데 압력이 딸릴뿐더러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집 근처에 농기계 수리점이 있었다. 농기계 수리점의 노인은 내 이야기를 다 듣고는 엔진 부분이 맛이 갔다고 하며 보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리비를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저렴하게 해 줄 수 없습니까?” 라고 했더니,

경운기 수리비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서 수리하시오.”

대단히 까칠한 노인이었다. 그러나 정작 다른 데서 수리하자니 세레스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읍내까지 가기가 뭣해서 일단 수리를 맡겼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경운기 엔진을 소음기, 에어클리너, 연료 분사 펌프, 로커 암, 푸시 로드, 피스톤 순으로 분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속도가 빠른 것 같더니, 한나절이 되도록 이리 끼고, 저리 빼고 하며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면 분해 완료인데, 자꾸만 더 분해하고 있었다.

 

다찌보링이라도 좋으니 그만 분해하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굴릴만큼 굴려야 경운기지, 경운기가 서둔다고 트랙터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

맡기는 사람이 급하다는데 뭘 더 분해한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지금 캠 기어까지 분해했다니까요.“

노인은, “읍내 가서 수리하시오. 난 안 하겠소.”

하고 퉁을 놓는다. 어차피 엔진 블록이 휑하니 드러나도록 경운기 엔진은 분해되었고, 내일 감자밭을 쟁기질해도 늦지 않았는지라, 할 대로 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분해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타이밍 기어 아귀가 안 맞는다니까. 경운기란 제대로 수리해 굴려야지, 다찌보링만 한다고 경운기인가.”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피스톤 링을 새로 끼우다 말고 태연스럽게 라일락에 불을 붙이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소음기까지 제자리에 끼우고 엔진 시동을 켜 보더니 다 되었다고 내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 있던 경운기다.

 

해거름에 경운기를 끌고 가야 했던 나에게는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슬레이트 지붕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청년다워 보였다. 팔에 박힌 수많은 근육과 생채기투성이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다음 날 아버지께 경운기를 보여 드리니 아버지는 힘 딸림 없이 잘 돌아간다고 야단이다. 경운기를 처음 뽑아 굴리는 것만큼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리하기 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의 설명을 들어 보면, 다찌보링만 했다간 다른 부분이 버티지 못하여 금세 경운기가 또 퍼진단다. 하지만 요렇게 딱 맞게 수리된 것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노인에 짜증을 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 노인에게 라일락 한 보루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자밭 쟁기질과 두둑 만들기가 끝난 후 라일락 한 보루를 사 들고 그 노인의 수리점을 찾았다. 그러나 수리점 문 앞에는 喪中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 글씨를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 그 때 그 노인이 마지막 농기계를 수리하고 있었구나. 열심히 라일락 연기를 뿜어대며 로커 암 간격을 손보고 있었던 노인의 모습이 생각났다.

 

오늘 읍내를 가니 읍내의 농기계 수리점에서 한창 경운기를 수리하고 있었다. 요새는 경운기가 운전이 편하고 힘이 더 좋고 작업효율도 높은 편인 트랙터로 바뀌는 추세라고 한다. 시동 핸들이니, 잘게, 멈춤, 굵게니 하던 이름들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문득 6개월 전 경운기 고치던 노인이 생각났다.

 

 

네. 그 유명한 소설인 '방망이 깎는 노인' 을 2차 창작한 것입니다.

제 글솜씨 평가는 여러분이 알아서 매겨 주세요. 

처진방망이

농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입니다. 农业所有产业的基础La agricultura es la base de todas las industrias.

Agriculture is the foundation of all industries. L'agriculture est le fondement de toutes les industries.

3 댓글

대왕고래

2013-05-20 21:47:12

대체 저 수필은 안 되는 게 뭔가요 ㅇㅅㅇ;;;;;

마드리갈

2014-09-21 23:58:11

방망이 깎던 노인은 완전 만능의 창작툴이네요!!

대체 안되는 게 뭐가 있을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역시 잘 쓴 작품은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이렇게 생명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그래서 고전은 위대하다고 하는 건가 봐요.


이제서야 여기에 코멘트를 하게 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SiteOwner

2014-09-24 01:01:34

역시 방망이 깎던 노인은 2차창작의 여지가 풍부한 대단한 작품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경운기에 대한 생각이 좀 나기도 합니다.

당시의 중학교, 고등학교의 농업 교과서에는 경운기의 구조 등이 나와 있었습니다.. 시동방식도, 구형은 플라이휠에 접이식 핸들이 달렸고 신형은 별도의 레버를 꽂아 돌린 후에 다시 빼서 적당한 곳에 걸쳐넣는 방식이었던 게 여전히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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