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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 25일은 소련이 맞은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지나 오늘이 되었습니다.대체로 한 세대를 30년으로 추산하니까 소련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후 세계는 한 세대를 보낸 것이 됩니다.
당시의 보도화면이 유튜브에 소개되어 있어서 인용해 보겠습니다.
1990년에 소련의 초대 대통령 미하일으로 취임한 고르바쵸프(Михаил Горбачёв, 1931년생)가 소련의 해체를 발표하고 사임함으로서 제2세계의 선도국이었던 소련은 이렇게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모는 동시에 우주개발의 선발주자로서 약진하는가 하면 세계각지의 신생국의 공산화를 주도했던 그 최대의 위협은 너무도 조용하게, 저렇게 미국 ABC의 특파원 테드 카펠(Ted Koppel, 1940년생)이 중계하는 가운데에.
붉은 바탕에 노란색의 낫과 망치가 그려진 소련국기가 내려가고 소련의 구성국 중 가장 큰 백-청-적 3색의 러시아공화국 국기가 새로이 게양되면서 소련의 국제적 지위는 러시아가 승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체제경쟁은 끝난 것으로 보였고,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년생)는 다음해에 펴낸 역작인 역사의 종언(영어원제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을 통해 체제경쟁에서 자유진영이 완승하는 것으로 역사가 완성되었음을 논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는 의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이 표면화되기 전에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예측 자체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도 않을 것.
그리고, 이 한 세대의 변혁은 분명 지난 어느 세대의 것보다도 많았지만 마냥 희망적으로만 이루어지지도 않았다는 것도 그러합니다. 소련이라는 악의 제국이 사라졌지만 그 소련의 존재보다 더욱 지독하고 큰 거악인 중국의 부상과 전횡이 가장 크겠지만...
차라리 소련이 망하지 않고 존속해 있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에는 당시 소련의 상황이 매우 처참했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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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1-12-26 00:54:35
크리스마스와 소련이라... 큰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결국엔 몰락해 인민들에게 붙잡혀 총살형을 당한 걸 두고 나무위키에서는 "루마니아의 국민들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서술했더군요. 웃기면서도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루마니아가 새출발할 수 있게 된 계기니까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차우셰스쿠는 사형장에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다가 집행 직전에 심장마비로 이미 죽었다더군요. 게다가 인터내셔널가 가사를 보면 본인보다는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딱 적절하다나요?
마지막으로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걸 들으니, 문득 미국의 고전 명작만화 "왓치맨" 후반부에 닥터 맨하탄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끝'이라고? 끝이 아니야, (스포일러). 끝이라는 건 없거든." (맥락은 만화 전체의 스포일러이자 캐릭터성과 연관되기 때문에 도저히 밝힐 수가 없습니다)
SiteOwner
2021-12-26 20:58:05
서구권에서 프로젝트의 종료시점을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까지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6.25 전쟁 당시에도 미군에서는 크리스마스까지 북한군을 섬멸한다는 것이 제시되었고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포로들이 가졌던 희망 중에 크리스마스의 도래 전에 풀려난다는 것이 있을 정도로 꽤 유서깊습니다. 게다가 미군 내에서는 크리스마스에서 신년의 시작 사이의 평일은 오전만 근무하는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소련이 30년 전 크리스마스에 망해버린 것은 핵전쟁 및 관제테러리즘의 공포의 근원이었던 악의 제국 소련의 허무한 종언을 축복하기에는 더없이 좋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루마니아 관련보도를 본 게 생각납니다. 차우셰스쿠 부부의 죽음이 보도되자 루마니아인들이 기뻐하는 모습. 역시 그 독재자 부부처럼 인생을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한때 프랜시스 후쿠야마에 많이 동의했습니다만 주어진 규칙을 허물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을 많이 봐 오다 보니 여러모로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실 악의 길이 실천하기는 더욱 손쉽기에...
마키
2021-12-28 00:46:13
크리스마스 하니 만화가 굽시니스트의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가 생각나네요.
산타 노즈아트가 그려진 영국군 폭격기가 폭탄 대신 선물을 뿌려주고 "가난하든 부자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는" 셀렌디온의 Happy Christmas의 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였죠.
그와는 별개로 제1차 세계대전때는 단 하루였지만 기적적으로 휴전이 이루어져서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전사자들을 묻고 축구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죠. 어느 독일군 병사의 "나는 작센 주(saxony) 출신이고 당신은 앵글로 색슨(anglo-saxons)인데 우리가 왜 서로 싸워야하냐"는 한탄이 인상깊었네요.
30년 전의 크리스마스에 악의 제국 소련은 무너졌지만 30년이 흐른 21세기의 크리스마스의 국제정세는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게 아이러니네요.
SiteOwner
2021-12-28 23:20:09
한 세기 전에는 전선에서 장병들간에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있었고 한 세대 전에는 악의 제국 소련이 해체되는 기적이 있었지만 현재는...정말 그때보다 정말 나아진 세계인가를 반문해 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존 레논이 말했던가요. 전쟁은 몇몇 노인들의 분노로 시작하지만 결국 죽는 것은 젊은이들이라고. 세대갈등이나 노인혐오를 조장하기 위한 발언은 아니고 또한 그래서도 안되지만 정책결정권자가 누구이고 실제 최전선에서 희생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 독일군 병사의 한탄이 그래서 더욱 마음아프게 느껴지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