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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유희왕에 엔터메듀얼이라는 카드가 공개되었는데, 거기 밑에 적혀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참 심상치 않아서 든 생각입니다.


사실 훨씬 예전부터 평가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니코니코 동화에서 생방송을 하는 애니는 앙케이트를 하는데, 그전까지는 한 화 정도가 WORST 5에 끼어있을뿐이었고 쿠마미코가 바닥을 갱신했었는데요. 최근 ARC-V의 평가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ARC-V 혼자 WORST 5를 전부 차지하는 것은 물론 매우 좋았다의 비율이 한자릿수밖에 안 됩니다. 이게 한두번 그런 것이 아니라 한두번을 제외한 대부분의 최근 앙케이트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평가가 떨어진 걸 알 수 있는 또다른 예로, 저번주에 잡지에서(아마 주간 소년 점프였을 겁니다) 차회 예고가 나왔는데, 141화(1월 8일에 137화를 방영했습니다)에는 제목 미정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게 다른 애니였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텐데 유희왕 ARC-V라서 사람들은 이제 하다하다 제목조차 못 정해서 못 알려주는 거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도 ARC-V라면 그럴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 엔터메듀얼이라는 건 현재 유희왕 ARC-V의 핵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과 그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도 굽히지 않았던 신념인데요. 일단 듀얼은 승자뿐만 아니라 진 사람과 보는 사람까지 즐거워야한다는 겁니다. 확실히 이상적입니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닌데, 정작 애니에서 그걸 표현을 못해요.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하는데 시청자들은 보면서 괴롭기만 합니다. 시청자들은 저 엔터메듀얼이라는 탈을 쓰고 하는 일이 "웃어! 웃으라고!"로밖에 안 보인다는 평을 내리고 있어요. 주인공의 엔터메 듀얼은 한마디로 "스마일 월드"라는 카드를 쓰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쓰면 이렇게 됩니다.

스크린샷(1069).jpg


스크린샷(1070).jpg


맨 왼쪽처럼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경우면 좀 낫지만, 대부분은 저렇게 ^^를 붙입니다. 그리고 저걸 발동하고 주인공이 듀얼하고 나면 악역들이 감화되어있어요. 이래서 사람들은 마약, 저 연출이 등장한 당시에 메이플스토리2에 나온 빠빠가루라는 아이템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마약이라는 단어가 검열되거나 하는 경우 빠빠가루라는 말도 씁니다.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악역들이 감화되는 거 보면 저거 마약이 아닐까 그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 엔터메듀얼이라는 카드가 공개되자마자 사람들의 반응은(조금 순화했습니다) "웃음도 안 나와", "죽어 사카키 부자"(주인공 이름이 사카키 유우야입니다), "또 증오스러운 이름이 나타났다", "애니를 상징하는 쓰레기 카드", "코나미가 애니를 비아냥하려고 낸 카드", "나오면 찢을 거야", "다른 카드 자리 차지하지 말라고", "이 전범 애니 같으니라고", "주인공 죽어버려".


...예 진짜 대충 반응이 저렇습니다. 분명 주인공에 공감하게 만드는 소년만화에서 주인공 죽어버리라는 말이 나오는 거 보면 정말 심각하다고 봐요. 제가 아는 시청자들도 유희왕 ARC-V에 비판을 전혀 꺼리지 않는데, 일본에서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참고로 애니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다른 분이 추정한 것이지만 애니쪽 반응이 격해지면 해당 사이트에서 지우는데, 저건 카드 게임 기사라서 놔두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일전에 누가 유희왕 ARC-V의 주제는 뭘까요라고 물었을 때, 답변으로 이런 게 나왔습니다.

바닥에는 더 바닥이 있다는 것을!.jpg


더 중요한 건... 아무도 부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자들도 유희왕 애니가 바닥에 더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걸 인정한 거라고 봐요. 저도 뒤로 갈수록 오히려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래서 유희왕 ARC-V가 나아지길 바라는 걸 포기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보고 있는 건 그동안 본 게 아까운 것과, 감독과 각본가가 도대체 어떻게 애니를 더 이상하게 만들까 그걸 보려고 보고 있네요. 주제 의식 실종에 더불어 그냥 애니가 재미가 없습니다...

Dualeast

음악 소설 애니 만화 게임 다 좋아하는 듀얼리스트입니다.

8 댓글

마드리갈

2017-01-10 14:27:00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또 어디부터 고쳐야 하는지를 모를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네요...

상품판매로 수익 대부분을 내고 애니 자체로는 돈이 안되니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의미일까요? 만일 정말 그런 마음가짐으로 애니제작을 한다면 진짜 미래가 없을텐데...그 쿠마미코보다도 바닥이라니, 정말 바닥 밑에 또 다른 바닥이 있다는 말이 실감나고 있어요.


엔터매듀얼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정말 무슨 마약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기괴해요.

게다가 반응을 순화해서 옮긴 게 저 정도면...원문은 그야말로 살벌함이 난무하는 상태...

Dualeast

2017-01-10 18:26:33

감독과 각본가가 폭주해서 도저히 수습이 안 되니 포기한 것 아닐까 싶네요. 사실 카드 파는 것도 팔기 위한 상품 발매가 눈에 보일 정도라. 대부분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봐도 도저히 답을 못 찾겠습니다...

그동안 검열 때문에 몰랐던 거지, 반응이 매우 살벌하더군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1-10 14:46:44

일단 '듀얼은 즐거워야 된다'는 사카키 부자의 이상은 나무랄데가 없이 좋은 말이고, 고개를 끄덕일만하죠....근데 작중에서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보여줄 생각을 해야되는데..... 그런 생각을 안하고 빠빠가루만 맞으면 헤~하고 웃어버리면서 감화되는 전개로 가버리니 저말나오는거 아니겠습니까....

Dualeast

2017-01-10 18:27:20

엔터메듀얼이라는 게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하는데 시청자가 보면서 괴로워하니 완전히 실패죠...

마키

2017-01-11 14:08:40

좋아하는 시리즈가 이정도로 엉망진창인 졸작이 되는걸 보면 팬으로서 참 뭐라 할 말이 없어지죠...

Dualeast

2017-01-11 21:12:04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SiteOwner

2017-01-11 21:26:58

그냥 될대로 되라고 내던져 놓은 것 같군요. 게다가 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지 모르겠군요.

밑도 끝도 없이 악역들이 감화된다...아무리 허구의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창작물이라도 그 내부에서의 개연성은 확보되어야 할텐데, 그것조차도 포기한 것 같습니다. 보다가 저게 뭐야 하고 망연자실해질 것도 당연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잔여 회차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불상사가 더 일어날지...

Dualeast

2017-01-11 22:36:09

2기가 끝날 무렵 잣파 고 각본가가 하차하고 나서 바닥에 바닥을 뚫는 전개가 시작되더군요...

도대체 무슨 바닥을 더 보여줄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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