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감정만큼 중국, 러시아에 감정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확실히.

그런 점에 있어서는 공평할 필요가 있을 거 같기는 해요. 확실히 전부 비난하던지 아니면 그냥 비난을 하지 말던지...

한국인의 애국심이나 인권의식은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독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에 몰입해서 국민성 유머에서 "방수티백을 발명하고 자랑하는 바보" 로도 불리던 폴란드를 닮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진행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돕는 폴란드의 상황을 보니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비판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건전한 비판보다는 무조건적인 비난과 조롱이 앞서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자정작용이 작용하려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우려와 함께.

사실 엄밀히 말하면 시대정신이라는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긴 합니다. 같은 의병이지만 고려의 대몽항쟁과 조선의 병자호란 시절에는 주적이 (현대 중국과는 별개이긴 하지만) 몽골과 만주족이었고, 반면 조선의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이 주적이 되면서 중국은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다시 반중 정서가 일어나고 있고요. 뭐, 예나 지금이나 중국이 싫어할 짓을 '먼저' 했다는 건 공통점이지만.

그래도 옛날 의병들은 '나라가 망하고, 내 가족이 살해당하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지라 언행이 일치하는 데에 비해, 요즘 사람들은 이익에 눈이 멀어서 언행이 불일치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뭐 먹고는 살아야 하고 민족주의도 지나치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상황에서도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몸과 영혼을 팔아넘기는 꺼삐딴 리가 되어야만 하는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옛날 의병과 현대인의 차이...정말 뼈아픈 지적입니다.

그런데, 하나를 추가하자면 언급하신 꺼삐딴 리가 차라리 나은 게 있습니다. 최소한 꺼삐딴 리는 상황에 잘 적응할만큼의 능력을 가진데다 본업에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이 실력이 좋았는데, 지금 한국사회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중에는 능력이라고는 뭣도 없으면서 목소리만 높아서 실제로 권한이 주어지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패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계속 급변하는 사회에서 이게 무엇을 의미할지는 굳이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