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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맛있게 먹는 멋

마키, 2023-03-18 16:57:35

조회 수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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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판 시즌 10의 포스터)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 동안 그는 제멋대로가 되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판의 오프닝 나레이션)



드라마는 관심없다는 철벽수비를 기어이 뚫고 들어온 굴지의 어태커, TV도쿄에서 2012년부터 절찬리에 방영중인 심야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입니다. 만화가 "쿠스미 마사유키(久住昌之)"가 스토리, 만화가 "타니구치 지로(谷口ジロ?)"가 작화를 담당하여 1994년부터 1996년에 걸쳐 연재한 동명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孤?のグルメ, 코도쿠노 구루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입니다.


플롯 자체는 지극히 단순하여 인테리어 소품이나 잡화를 원하는 고객에게 판매처를 알선해주는 수입 잡화상을 직업으로 하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井之頭 五?)"가 각지방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가게에서 다양한 식사를 즐기는 것이 전부인 매우 심플한 전개. 사실 프롤로그를 담당하는 이 업무 관련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이야기 진행을 위한 에피타이저에 가깝고 만화나 드라마판이나 핵심은 바로 요리.?



설정상 드라마판은 만화판의 약 20년 뒤 미래인 지금 현재. 만화판에서 30대의 청년이었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드라마판에서는 좀 더 사회인의 관록과 경험을 갖춘 4-50대의 중년의 모습(배우는 이 드라마로 일약 스타가 된 마츠시게 유타카(松重豊).)으로 등장합니다. 드라마의 캐릭터는 맛있게 많이 먹는 중년 아저씨의 느낌. 전통적인 일식 정식부터 생소한 외국의 요리, 중년 아저씨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요리나 아저씨와는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디저트 류 까지. 말 그대로 방문한 가게에서 파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먹는 타입이죠. 배우가 소식가에 애주가인 것과 반대로 드라마의 고로는 술을 전혀 못해 늘 우롱차를 주문하고, 척봐도 인분수로 3인분은 훌쩍 넘을 요리들을 우걱우걱 먹어치우는 대식가 캐릭터로 대조를 이루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


그리고 이 작품 최대의 포인트는 바로 고로가 음식을 먹으면서 생각하는 방백입니다. 여타의 요리 배틀 장르의 작품들처럼 과장된 리액션이나 기괴할 정도의 맛 표현 같은 것은 일절 없이, 그저 중년 아저씨가 담담하게 밥을 먹을 뿐인 내용이지만 가령 일본식 정식이면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꾸밈없는 일본의 맛이야", 생소한 외국의 요리라면 "본적도 없는 요리지만 무척이나 맛있어 보인다." "음 이것이 ○○의 맛인가. 생각보다 괜찮은걸." 등. 요리의 종류에 따라서도 고기 요리라면 "지금의 나는 인간 화력발전소다!", 모듬 덮밥 처럼 재료의 가짓수가 다양한 요리라면 "뭐부터 먹을지 고민되는구만", 등등. 알기 쉽고 간단하면서도 고로가 지금 어떤 기분으로 음식을 먹으며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맛 표현이 이 작품의 백미죠.



주문한 요리는 몇 그릇이 되었건 몇 종류가 되었건 전부 깨끗하게 다 먹고, 먹는 도중에도 종종 다른 손님이 주문한 요리를 보고 같은 걸로 주문해 추가로 먹거나 먹고싶은 요리를 주문해 먹는 등 굉장한 대식가로 묘사되죠. 작중에서도 한번은 대놓고 주문받는 점원이 "더 주문하세요?!"라고 놀라는 장면도 있을 정도죠.


저예산 심야 드라마로 시작했다보니 초창기 시즌에 등장한 가게들은 스탭들의 단골 가게였다고 하며, 드라마가 유명해진 지금은 가게들도 흔쾌히 촬영에 응해준다고 하고, 또 촬영하기 전에 먼저 가게에 몇번 방문해서 다양한 요리를 먹어보고 이를 에피소드에 투입하는 식으로 제작한다는듯 합니다. 한편, 드라마판은 매번 에피소드가 끝나면 등장한 가게를 원작가 쿠스미 마사유키가 직접 방문하는 "불쑥 쿠스미(ふらっと Qusumi)"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술을 못하던 고로 대신 원작자 쿠스미가 작중에 나온 요리와 함께 다양한 이름으로 위장된 술을 마시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



드라마코리아 공식 채널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전 시즌을 돌려가며 방영중이다보니 한번 감상해보시는걸 추천드리네요.

마키
東京タワーコレクターズ
ありったけの東京タワーグッズを集めるだけの変人。

4 댓글

마드리갈

2023-03-18 19:32:37

이렇게 써 주신 고독한 미식가 소개는 역시 잘 차려진 식탁처럼 정갈하고 행복감으로 잘 채워져 있어요.

그리고 시즌 1부터 시즌 10까지의 드라마를 다 본 입장에서 회상해 보자면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가 등장해서 여러모로 참조가 되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간혹 실제로 가본 곳이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해서 그것도 매우 반갑게 여겨졌어요. 일본요리 이외에도 한국, 대만,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모로코, 중국, 아프가니스탄, 몽골, 부탄,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의 다양한 국가의 스타일이 나오는 것도 참 좋았죠. 단 저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다 보니 이상할 정도로 매운 맛에 집착하는 부탄의 요리는 못 먹겠지만...


보통 등장할 때 식사의 가액이 4,000엔 내외가 되더라구요. 정말 아주 열심히 잘 먹는 고로 아저씨는 기관차이자 화력발전소 그 자체인 듯해요.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는 점도 좋아요. 맨 끝의 불쑥 쿠스미에서 원작자가 쿠스미 마사유키가 술에 대해 온갖 요상한 이명을 부여하는 것도 재미있지만요. 생각나는 것만 해도, 섬의 소다, 보리소다, 우물물 등.

마키

2023-03-22 22:55:59

드라마코리아판 방송은 과도할정도의 로컬라이징으로도 유명한데요, 한번은 그것때문에 포장마차나 거리의 간판을 보고 "이야 한국적으로 잘 번역해놨다" 했는데 진짜로 로케이션 촬영지가 한국이었던 에피소드도 있었죠.

아무래도 드라마가 이젠 10년차 방송이다보니 몇몇 가게는 도중에 폐업한 가계도 있다고는 하네요.


드라마에서 유추할 수 있는 고로 아저씨의 생활상으로는 아무래도 식도락이 거의 유일한 삶의 낙에 가깝다보니 그만큼 돈을 아끼지 않고 먹고싶은데로 먹는거라는걸 짐작할 수 있죠. 음주가무를 즐기지는 않지만 가끔 생각날때 맥주 한캔 정도 마시는 입장에선 튀김이나 고기류 음식을 볼때마다 술이 땡기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드라마 본편에서도 "에? 술 못해? 의외네~" 같은 소리를 듣거나 부산 출장 편에서는 대놓고 (한국어로) "술 잘 마시게 생겼는데..." 같은 대사가 나올 정도죠.

SiteOwner

2023-03-26 15:03:03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는 확실히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게다가 일본 각지의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대중식당과 주변풍경 및 지역사정을 감상하는 것도 아주 좋은 볼거리입니다. 또한 저도 일정상 혼자 식사할 경우가 간혹 있다 보니 감정이입을 많이 할 수 있어서 그 점이 더욱 좋습니다. 저는 현재 자영업자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자영업을 할 것도 고려하고 있다 보니 그러합니다.


이런 것도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본 시즌10까지 일본 이외에는 대만에 이어 우리나라도 나왔는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서울, 전주에 이어 부산까지 나온 실정입니다. 일본의 방송카메라로 본 한국은 한국의 방송카메라로 본 한국과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게 참 이채롭고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배우도 인상깊은데, 그 중에는 벌써 타계한 사례도 있습니다. 코마츠 마사오(小松政男, 1942-2020) 및 오오스기 렌(大杉連, 1951-2018). 특히 오오스기 렌은 정말 갑자기 고인이 되었다 보니 참 황망하다는 것밖에 말할 수 없겠습니다.

또 의외로 단역으로 등장하는 배우가 나중에 성우로 크게 주목받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2016-2017년에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쿠로사와 다이아의 성우를 담당한 코미야 아리사(小宮有紗, 1994년생)가 그 2년 전인 2014년의 시즌4에 나왔다든지, 그 비스크돌은 사랑을 한다의 키타가와 마린 및 뱅드림의 키리가야 토우코의 성우로 활동한 스구타 히나(直田?奈, 1995년생)가 이미 2019년의 시즌8에 나온 경우가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2016년에 나온 극장판 애니인 너의 이름은의 미야미즈 미츠하의 성우였던 카미시라이시 모네(上白石萌音, 1998년생)가 2019년의 시즌8에서 이노가시라 고로의 고객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독일어 제목이 Von der Kunst allein zu genießen입니다. "예술적으로 혼자서 식사하기" 라고 번역가능합니다. 이 독일어 제목이 길기는 하지만 역시 작품 속에 흐르는 기조를 잘 포착한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그런데 도라마코리아를 통해 국내정식발매되는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는 한글역식이 넘쳐서 보기가 싫어집니다.

식당을 포함한 각종 점포의 원래의 모습 및 타이포그래피를 보는 재미도 있는데 그렇게 떡칠을 해 놓으면 그것들은 통채로 몰각되고 말아 버리니 그렇습니다. 그렇게 한글역식을 했는데 또 그 위에 자막을 더하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이 옥상옥이고 사족인데 그건 알기 싫은 것인지...

마키

2023-04-01 17:01:51

소위말하는 먹방 계통의 영상물은 대부분 그저 많이 우걱우걱 먹는것에 치중해서 정작 먹는 모습 자체는 대놓고 말하기엔 실례되는 말이지만서도 솔직히 볼성사나울때가 많지만 고독한 미식가는 소개해주신 독일어 제목처럼 부담없이, 하지만 품격있게 정말로 맛있게 밥을 먹는구나 라는 기분이 절로 드는 모습이라 식사하면서 자주 보게 되네요.


과잉역식은... 사실 저도 보면서 가끔 거슬리기는 하네요. 오죽 철저하게 하는지 한번은 "이야 현수막 진짜 한국풍 느낌나게 잘 해놨네" 했는데 로케지가 진짜로 한국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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