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작년 말이군요. 벌써 2020년이 절반을 넘어서 끝나기까지 3개월 밖에 남지 않다니,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빨라서 벅차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변화를 돌아보면... 좋은 변화도 있고 안 좋은 변화도 있지만, 좋은 변화가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겠더군요. 9개월 사이에 심리 상담을 여러 번 받았고, 제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는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큰 좌절감이 저를 덮치기도 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제 상황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습관을 고치려 해도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도 있어서 저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들도 너무 힘들게 만든다는 점이 저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그걸 힘들어 하는 상황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들고... 마치 뫼비우스의 띠 속에 갇힌 기분입니다. 옛날에 무기력증 때문에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빠져나갈 수 없는 늪 속에 빠진 듯한 기분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좌절감도 저를 힘들게 하는 데 한 몫을 하더군요. 요즘 들어 가족에 대한 회의감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를 짊어지지 않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는 사실에 분노와 실망과 허탈함을 계속 느끼고 있어요. 동시에 무언가를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제 성향이 어디서 왔는지도 알 것 같다는 어렴풋한 생각도 들고, 그러다 보니 '나는 타인의 삶을 책임일 능력도 용기도 없으니 나는 가정을 꾸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도 불쑥불쑥 들고는 합니다.
날씨도 우중충한데 글 내용도 우울하네요... 다음에는 밝은 내용의 글을 쓰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원환과 법희와 기적의 이름으로, 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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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0-09-08 12:14:55
안녕하세요, 앨매리님!!
환영해요, 그리고 이렇게 다시 포럼에서 뵐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예요.
그리고 이렇게 근황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큰 도약이니까 그 점에 긍지를 가져 주셨으면 해요. 이미 이것만으로도 앨매리님께서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극복하고 계신다는 증거가 충분해요.
혈연이 이어진 사람에게 받는 좌절감, 정말 이게 힘들죠.
저희집의 경우는, 작년의 끝자락과 올해의 정초에 친척이 오빠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가 거절당하자 화풀이로 저에게 입에 못 담을 폭언을 마구잡이로 내뱉은 사건이 있었고, 결국 절연했어요. 지금은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고 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 말씀을 해 주신 데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앨매리
2020-09-09 13:00:05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마드리갈님도 힘든 일을 겪으셨네요. 비록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의 몇 배는 되는 순탄함이 마드리갈님께 왔으면 좋겠습니다.
SiteOwner
2020-09-08 22:09:34
앨매리님, 오랜만에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씀해 주실 수 있는 여유가 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결국 앨매리님이 이렇게 다시 오셔서 말씀해 주신 것은, 그만큼 강해지고 극복해 낼 수 있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무기력증은 혼자서 끙끙 앓고 있으면 병이 됩니다.
그러니 이런 것을 포럼에서 말씀해 주시거나,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간은 타력본원하는 존재이자 또한 자력본원하는 존재이니, 포럼 활동이 도움이 되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걷히지 않는 어둠이란 없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입니다.
앨매리
2020-09-09 13:01:38
반갑습니다. 그리고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했다가 어딘가에 털어놓기만 해도,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에 힘도 조금이나마 나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용기도 조금이나마 얻게 되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SiteOwner님께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