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 비하 발언과 포벨 이야기

SiteOwner, 2021-11-29 21:42:41

조회 수
169

정치권에서 헛소리를 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늘 있는데다 그야말로 웃기기 짝이 없다 보니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 또 재미있는 게 하나 추가되었다 보니 포복절도하다가 정신을 차려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한 발언인 “실제로 윤석열 지지자들은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 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발언이 문제가 되자 페이스북에는 이러한 해명도 올라온 것 같습니다.

XH75KE3UKZE5RFBJZSJEXGZKKA.jpg

이미지 출처

원래의 발언도 날조 및 비하발언인데다 해명이랍시고 올렸다는 글에도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 운운했다가 결국 삭제했다는데...
사람의 생각이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닌데다 사과문 또한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보니 사과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이렇게 드러납니다. 사실 그가 사과하든 말든 제 급여에 변동을 미치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이니까 멸시해도 된다는 저 표현에서 떠오르는 질문 하나.
"그럼 고학력 부유층과 청년층에는 언제 잘 한 적 있었나?" 라는.
고학력자에게는 적폐몰이, 부유층에게는 세금폭탄, 청년층에는 사다리 걷어차기와 부모찬스로 절망 안겨주기, 급기야는 그 저학력, 빈곤층 및 고령층의 지지도 얻지도 못한데다 중산층도 열심히 붕괴시키는 중인데 그러면 누구의 지지를 얻으며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 그렇게 어느 계층 할 것 없이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 게 기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어느 계층에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드러냈으니 이 상황에서 안 웃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중세 프랑스의 풍자시 음악인 포벨 이야기(Le Roman de Fauvel)를 듣고 있습니다.


운명의 여신의 가호 덕분에 대저택에서 살게 된 말 포벨은 전속의 관리인이 딸려 있고 전용의 시설에서 건초를 공급받습니다.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 찾아오는 교회, 지역사회 등의 지도자들은 물론 순례자까지 그 말을 영접하고 아첨을 떨며 복종을 맹세합니다. 이후 포벨은 대우주를 여행하여 운명의 여신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베인글로리(Vainglory)라는 여인과 결혼하게 됩니다.

운명의 여신은 이후 그 포벨이 등장한 이유를 밝힙니다.

사실 포벨은 더욱 잔혹한 지도자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맡았고 적그리스도(Antichrist)의 전조이기도 하다고.


14세기 전반의 이 음악이 결코 낡거나 진부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기분 탓일까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1-11-30 19:54:13

"어느 한 쪽이 극단적으로 나오면 맞불 놓다가 선을 넘을 수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가... 정말 상상을 뛰어넘네요. 그냥 다같이 함량미달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이란 족속들은. 묘하게 지배층이 부패해서 개발도상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종속이론인지 뭔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SiteOwner

2021-11-30 22:37:11

저런 발언은 그 자체로 선을 넘은 것일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약자를 위한다, 기득권에 저항한다 등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이어온 현재의 중도진보계열 정당입니다. 그런데 저 발언은 다른 진영을 매도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내세운 가치 따위는 언제든지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그들의 한계는 드러나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하지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중장년층을 비하했다고 하면서 문제삼고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하고 있으니까 양자가 똑같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물론 윤석열 후보의 발언 또한 건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데에서는 동일합니다만, 그 발언은 일단 자신의 권위주의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지 상대를 특정하여 모욕한 것도 아니고 또한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황운하 의원의 발언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서 상대를 특정하여 허위날조로 모욕한데다 발언의 철회와 사과로 수습하면 될 것을 결국 "나는 틀린 말을 안 했다" 라는 취지의 변명을 늘어놓아 화를 자초한 것은 물론 자신이 몸담은 정당의 가치까지 훼손한 것이기에 단순비교는 불가능합니다.


좀 더 직관적인 비유를 해 보겠습니다.

각각 다른 상황에서 누군가가 욕을 했습니다. 갑이라는 사람은 광장에서 장광설을 늘어놓다가 "야이 씨발놈아!!" 라고 외쳤습니다. 을이라는 사람은 대중집회에서 누군가를 지목하면서 "야이 씨발놈아!!" 라고 했습니다. 한 발언은 똑같지만 이에 대한 가치판단과 죄책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갑의 경우는 공연소란, 을의 경우는 모욕. 이 두 사안을 같은 것이라 여길 수도 없고, 또한 한 쪽이 했다 한들 다른 한 쪽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이런 것입니다. 어차피 황운하 의원은 저렇게 조건부의 발언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사과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그 뒤가 어떻게 될지 알 게 뭐겠습니까. 자기가 책임져야겠지요.

Board Menu

목록

Page 58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4755

좋은 일과 그로 인한 고민

4
Papillon 2021-12-12 171
4754

최근의 언어오염은 철저한 이기주의의 소산인가 싶습니다

3
SiteOwner 2021-12-11 148
4753

나프탈렌 유감

2
SiteOwner 2021-12-10 125
4752

식중독의 원인 노로바이러스는 손을 씻어야 제거된다

2
마드리갈 2021-12-09 129
4751

진주만 공습 80년, 미 해군의 새 이지스함 대니얼 이노우에

2
  • file
SiteOwner 2021-12-08 131
4750

화성과 인간 3 - 붉은 별끼리는 서로 끌린다

2
SiteOwner 2021-12-07 152
4749

전 직장은 정말 망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국내산라이츄 2021-12-06 213
4748

[뉴스] 자율규제 법안은 철회, 비트코인 개발자는 공개

6
Lester 2021-12-05 240
4747

"K-사이비" 에서 떠오른 세기말의 어떤 추억

2
SiteOwner 2021-12-04 123
4746

유럽연합(EU), "크리스마스" 금지어 지정을 철회하다

마드리갈 2021-12-03 120
4745

오야가챠(親ガチャ)라는 끔찍한 유행어

마드리갈 2021-12-02 123
4744

죠죠의 기묘한 모험 6부 오프닝 공개

3
시어하트어택 2021-12-01 125
4743

세계최초의 자율주행 전동화물선 야라 비르켈란(Yara Birkeland)

5
마드리갈 2021-12-01 186
4742

화성과 인간 2 - 3할의 승률을 비웃지 마라

2
SiteOwner 2021-11-30 129
4741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 비하 발언과 포벨 이야기

2
  • file
  • update
SiteOwner 2021-11-29 169
4740

핀에어 헬싱키-인천 간 기록영상 (2019.06.)

2
B777-300ER 2021-11-28 120
4739

누군가가 꿈꾸었던 세계

2
마드리갈 2021-11-27 150
4738

새로운 섬이 만들어 내는 스톤 오션

10
  • file
마드리갈 2021-11-26 219
4737

간혹 럼주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4
마드리갈 2021-11-25 164
4736

스노우 레인보우 레일로드

4
  • file
마키 2021-11-24 170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