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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98화 - 태양석의 주인(2)

시어하트어택, 2022-02-27 10:28:38

조회 수
109

누군가에게는 파디샤라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탈라스 곤이라고 불리는 그자가 신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500년쯤 전의 일이었다. 당시 한 거대기업이 어느 소국의 정부를 인수했는데, 그는 그 기업의 고위임원 중 한 명으로서 새로 창립된 ‘신정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겸 대통령으로 있었다. 거기서 진행된 프로젝트 중 ‘초군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인위적으로 조작을 가해 강화된 신체능력과 각종 정신계 초능력을 지닌 군인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다.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약물과 인위적인 조작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사망하거나, 아니면 거기서 큰 부상을 입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 실험을 모두 버텨내고 ‘초군인 1호’가 된 사람이 있었다. 지금 그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에게는 지금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처음으로, 그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고 그를 위기에 빠뜨린 자였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적이었지만, 동시에 그 강한 폭발력 때문에 내심 인정한 적이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암살자를 보내 그를 죽이기는 했지만,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 자가 마치 신이 보낸 사자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힘을 쓰는 것을 직접 경험한 그는 그때부터 영생을 얻고 신이 되기를 원하게 되었다.
강력한 힘을 얻고 영생을 얻는 것까지는 베라네만으로 어찌저찌 가능했다. 하지만 신이 되는 것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세계를 창조하고 법칙을 바꿀 수 있을 정도까지 가려면 베라네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가 그동안 모은 세력과 부하들을 동원해 베라네와 비슷한 여러 물질들을 찾았으나, 베라네만한 효율이 나오는 물질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발레리오의 형제들과 싸우고, 셋째 프리모를 죽이기도 했다. 이후로는 발레리오의 형제들이 세운 VP재단의 지속적인 방해를 받았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방해꾼들은 더 늘어났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베라네를 특수한 방법으로 농축한 용액을 모아 다시 특수한 처리를 거치면 그 결정을 이루는 보석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이레시아인들이 딱 하나 만들어낸 적이 있다는 태양석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너무나 위험한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깊은 어딘가에 봉인해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에는 인위적으로 태양석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가네샤라는 행성에 시설을 하나 만들었고, 베라네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다. 베라네가 많이 산출되면서도 각국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간헐천은 정보가 나오는 대로 장악했고, 유통망 또한 은밀히 그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물론 저항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온갖 방해를 다 뚫고 태양석 제조에 필요한 양만큼의 농축 베라네 용액을 모으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방해꾼들 때문에 그 시설은 남김없이 파괴되었고 힘겹게 모은 베라네 용액들도 어디론가로 빼돌려지고 말았다. 절망에 빠질 틈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유적 발굴업자들을 모아서 태양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들을 발굴하게 하고 경쟁을 붙이는 것이었다. 이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계약을 했는데 태양석을 찾았다고 허위로 통보하고서 계약금을 가지고 도망가 버린 자들도 있었다. 태양석을 찾았을 때는 계약 상대를 갑자기 바꿔 버린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거기서도 희생을 많이 치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다 잊어도 좋다. 태양석은 이제,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그가 그토록 바라던 태양석을 상자에서 꺼낸다. 손을 뻗는다. 태양석이 손에 닿는다. 그 감촉이 마치 남자를 기다렸다는 듯 온기가 있다. 그것도 그냥 온기가 아니다. 항성의 표면을 화상 없이 직접 만질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이리라.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석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렇군.”
남자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태양석을 상자에서 완전히 꺼낸다. 그것을 손에 쥐기까지의 시간은 3초도 걸리지 않는다. 아주 오래 기다려온 시간이지만, 손에 들어오는 건 한순간이다. 태양석을 완전히 손에 쥐자마자, 그는 뭔가 알아듣기 힘든 몇 마디를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연다.
“신의 힘을 주는 태양석, 마침내...!”
그리고 태양석을 든 손을 높이 들어 보이고서 말한다.
“세상은 지금 새로운 신을 맞이했다. 물론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는 자들이 있겠지만, 그들도 결국 완연한 역사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뭐야...”
바로 그 순간, 아케이드 한쪽에 쓰러져 있던 비토리오가 몸을 일으킨다. 비토리오의 눈에 맨 처음 들어오는 것은,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붉게 빛나는 태양석.
“어떻게... 저게... 저 자의 손에 들려 있는...”
온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것만은 막고자 했다. 그런데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비토리오는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황급히 다른 한쪽에 쓰러져 있는 발레리오를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
“형님... 형님... 지금, 저 녀석이... 태양석을...”
하지만 발레리오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자는 그런 발레리오와 비토리오를 보고도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차갑게 한마디 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내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했지. 딴에는 많은 희생을 치러 가면서, 돈도 많이 들여가면서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려고 했지.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나?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지. 안 그런가?”
남자는 다시 태양석을 쥔다. 이번에는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리기까지 한다.

“경배하라, 새로운 신을. 찬양하라, 새로운 질서를. 그리고 기뻐하라, 새로 열릴 천국을. 그리고 새로운 세계의 가장 완벽한 형상인, 나를 보라!”

그리고 그가 그렇게 선언한 그 순간, 주위는 온통 시간이 멈춰 버린 것같이 되어 버린다. 마치 그의 말에 따라 시간도 움직이고 공간도 이리저리 접혀 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모든 것이, 그의 손 아래에 놓인 것 같다.
“이것이군. 진정한 신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군.”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비토리오에게 보라는 듯, 태양석을 쥐지 않은 왼손을 들어 보인다. 한번 주먹을 쥐고 펴자, 조그만 항성이 하나 그의 손 위에 만들어져 있다.
“보고도 믿기지 않나 보군. 이게 바로 권능이다.”
그 조그만 항성은 비록 크기는 손바닥 하나도 안 될 정도로 작긴 해도, 눈을 뜨고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빛을 발산하는, 진짜 항성이다. 미소를 지은 남자가 손바닥을 쫙 펴고는, 다시 항성을 손으로 꽉 쥔다. ‘펑’ 하는 폭발음이 들리더니, 다시 그가 손을 펴자 그의 손 위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래. 할 게 있지.”
남자는 자신의 곁에 쓰러져 있는 현애의 앞에 다가온다.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 현애에게 다가오는 남자의 발걸음은, 한 걸음 한 걸음에 무게가 실린다. 마치 발로 밟는 모든 것마다 그의 힘을 과시라도 하듯.
“순서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지. 너의 목숨으로 천국의 밑거름을 삼는 것, 그것이 네 운명이다.”
남자는 태양석을 높이 치켜든다. 태양석이 더욱 밝게 빛난다.
“마침 이렇게 태양석이 있으니, 확실히 네 녀석은 내가 원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겠군!”
그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태양석은 어느새 그 자신이 진짜 태양이라도 된 듯, 스스로 불타오르는 듯하다. 아케이드 전체에 태양석이 발산하는 빛이 닿는 것도 모자라, 주위를 마치 태워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이글거린다.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아등바등했지만 결국 이 결과까지 오게 되었지. 그것이 네 운명이기도 하고. 그런 네게, 딱 어울리는 운명을 주도록 하겠다!”
태양석은 붉게 빛나다 못해 점점 흰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제대로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아, 안돼, 네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발레리오를 흔들어 깨우려던 비토리오가 급히 남자에게 달려든다.
“그것만은 안된다....”
“그냥 잠자코 지켜보기만 하면 편하게 운명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을.”
남자가 코웃음을 한번 치더니,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비토리오를 향해 왼손을 살짝 휘젓는다. 그러자마자 금세 폭풍이 거기로부터 일어나는 듯하더니, 마치 거대한 손이 잡고 메다쳐 버린 듯, 비토리오는 뒤로 날아가더니, 벽에 처박힌다.
쿵-
비토리오가 부딪친 벽에는 금세 커다란 파인 자국이 생긴다. 남자의 강력한 힘이 아니었다면, 이 자국을 처음 본 사람은 ‘철거기가 실수로 여기를 팠나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편히 받아들여라.”
그리고 남자는 다시, 쓰러진 현애를 본다. 이제 정말이다. 새로운 세계, 그의 새로운 천국 앞에 첫 제물로 바칠 시간이다.
“오늘 이후, 아무도 네 존재를 알지 못할 것이다. 처음부터 너라는 녀석은 있지도 않았다는 거지. 이것이 네 운명이다.”
“뭐... 뭘 하려는 거야!”
남자의 말을 들은 비앙카와 도레이가 급히 남자에게 달려들지만...
“시끄럽다. 저기서 보고나 있어라.”
손을 한번 비앙카와 도레이를 향해 까딱거린다. 비앙카와 도레이 역시 뒤로 날아가 벽에 ‘쿵’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다시 한번 태양석이 붉은색을 넘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한다. 남자는 숨을 두 번 정도 고르고는 묵직하게 입을 뗀다. 마침, 눈앞에 있는 신성모독자가 눈을 떠서, 자신을 본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신의 시작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말한다.
“맞이해라, 네 정해진 운명을.”
그가 다시 한번 입을 떼는 순간, 신성모독자는 사라질 것이다. 다른 모두의 기억에서도 잊힐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 자식, 당장 태양석을 내놓지 못해!”
별안간, 누군가가 남자의 다리를 강하게 붙잡는다. 거기에다가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세게 흔드는 건 덤이다.
“그걸... 그걸 당장 내놔... 내놓지... 않으면...!”
“호오, 조나 피츠조지였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남자는 가소로운지 코웃음을 친다.
“너도 설마 그 단장이라는 애송이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단장... 단장이랬지?”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조나의 눈이 일순간 분노로 인해 뒤집힌다.
“알고 있지, 네 녀석과 우리 단장이 얽힌 이야기는. 그래서 말이다, 나는 네 녀석이 절대 그 태양석을 가져가지 못하게 할 거다. 우리 단장의 한은, 내가 풀 거란 말이다.”
“하, 하하하...”
남자는 어이가 없었는지 김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래서? 해 볼 테면 해 보라고, 패배자. 태양석을 되찾아간다는 녀석이, 고작 한다는 게 내 다리를 붙잡고 이렇게 애걸복걸이나 하는 거냐?”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02-28 12:53:58

문제의 태양석이 반응을 보이네요. 정말 인공적으로 항성을 하나 만들어낸 것처럼...

저런 반응을 보이는 유명한 물건으로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성궤가 있는데, 태양석은 그 성궤 자체가 아닌 그 안에 보존된 내용물...이렇게 달라져 있는 게 상당히 흥미롭게 보이네요.

문제의 그 남자의 경력도 능력도 집념도 굉장하지만, 그 대단한 것을 꼭 저런 데에 썼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네요. 발레리오와 그의 동생 비토리오같은 길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마저 같이 들지만, 이미 그가 선택한 길이니 이제 남을 탓하고 할 것도 없겠네요.


천하의 아킬레스도 스틱스 강의 물이 닿지 않은 발목은 어쩔 도리가 없었죠. 파디샤는 그것을 알고 있을지...

시어하트어택

2022-03-06 23:16:54

정말 태양석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조그만 별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권능을 행할 수 있게 하니까요. 그러니까 더욱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물건인 것입니다. 저 자는 이제 저 자가 결심했던 대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들의 설 땅이 없게 만들 겁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피를 뿌린 이상 퇴로도 없을 테고요.

SiteOwner

2022-04-11 23:03:33

창조주가 허공에서 천체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묘사한다면 저런 모습일까요.

결국 파디샤, 탈라스 곤 등의 여러 이름을 가진 그 남자가 태양석을 손에 넣었고, 반응을 하고 있으니...

그런데 그의 행동을 조나 피츠조지가 악착같이 저지하고 있는 데에서 운명이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야겠지요. 신을 자처하는 그의 야욕이 너무나도 쉽게 충족되어 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테니...


대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가지만, 얼마 안 남았군요.

시어하트어택

2022-04-17 22:56:09

그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겠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의 숙원을 이루기 전에 그 힘을 시험해 봤겠죠. 모든 게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든, 모든 게 올바로 돌아가게 되든,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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