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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접하는 많은 사안의 일부는 기억되고 일부는 잊혀집니다.
그리고, 어떤 사안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기억에 잘 남아서 마치 당장 몇 분 전에 일어난 듯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좋은 일도 있습니다만 나쁜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포럼에서 틈틈이 써 온 것에는 나쁜 일에 대한 게 많았습니다. 성년이 되기 이전에는 나쁜 일이 더욱 많았지만 성년이 되고 나서는 그 상황이 완화되거나 역전되기도 했다 보니 이렇게 과거를 반추할만큼의 여유를 가진 것이겠지만 말이지요.

3년만에 포럼에 YANA님께서 다시 오시고 나서 소개해 주신 설정에서 씁쓸한 것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소설 설정-인물(인간)에 있는 제 코멘트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1994년에 교통사고로 떠난 제 친구에 대해서 누군가가 악담을 한 게 있었습니다.
어떤 동네 어른들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천하의 불효자 새끼" 라느니, "어차피 현장에서 몸이 절단됐다는데 잘 죽었지..." 라고 수군대는 것. 그 말을 들은 저는, "어른들이라는 게, 사람 죽은 마당에 그 따위 소리나 해요? 당신들,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군요." 라고 욕을 했다가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앙심을 품은 저는, 나중에 사고를 가장하여 그 어른들의 자동차 유리창에 돌을 던져서 깨 버리는 것으로 보복도 했습니다만...

그 시기보다 약간 뒤의 시점에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3자간의 대화여서 어떻게 가타부타할 여지도 없었습니다만, 버스 안에서 들은 그 대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군요. 벌써 28년 전인데도 그러하군요.
모녀가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현장에서 즉사하고 딸은 목숨을 구했다고 하는데 대화하는 사람 누군가가 "에미 잡아먹은 년...아새끼야 다시 낳으면 되지만 부모는 그게 되나..." 라고 하는 것에 혐오와 분노를 느꼈습니다. 만일 저와 관계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그 버스 안에서 최소한 폭력사태는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기억에 선명히 남는, 그것도 어른이 되기 전의 것들은 대체로 이런 거였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집니다.
길게는 의학 및 생명과학의 발전, 짧게는 매일의 건강관리를 통해 앞으로 건강히 오래 살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인연도 많아지고 좋은 일도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되기 전의 유년기 및 청소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 시기의 끔찍한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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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YANA

2022-05-10 01:58:28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말은 정녕 사실이었던 걸까요... 들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낯선 사고방식입니다. 보통 위로하려고 하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경우에 투박하게 표현하는 건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저건 뭘 위한 건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네요. 방어기제의 일종인거 같은데 무엇인지 딱 집기 어려워 보입니다. 요즘은 보이지 않는 표현 방식이라 다행이에요.


과거 이야기를 하셔서 말인데, 전 8학년 때까지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회상이 되지 않습니다. 기억이 없는건 아니고 누군가가 "그 때 이러저러한 일이 있지 않았어?" 하면 떠올릴 수 있습니다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었어서, 1984의 "신어"처럼 일어난 일의 세세한 표현을 억제하고 언급 자체를 자제하다보니, 제가 가지고 있던 기억 자체도 흐릿해진거 같습니다. (제일 효과있었던 방법은 내 기억은 나의 관점인데다 어렸으니 사건의 전후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가스라이팅이 따로 없군요.) 때마침 환경이 격변해서 지인과 환경자체가 물갈이 된 것도 한 몫 했고요. 솔직히 건강한 사고방식은 아닌거 같습니다만, 어찌할 수도 없는 과거에 집착하면서 계속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문득 드는 불안감의 원인이 "자신이 과거에 비해 진짜 나아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요. 그래서 어젯 밤에 하나하나 짚어가는 식으로 회상을 해봤고, 그 결과는 심적으로 처참했습니다(...)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사건 순서를 별다른 제약(?) 없이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전 이 억제의 여파로 좀 무감각해지고 자존감도 상당히 영향을 받은 듯 하거든요.

SiteOwner

2022-05-10 19:56:35

말씀하신 것처럼,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크게 바뀌는데다 과거의 특정 사건에서 포착되는 사고방식을 읽다 보면 놀라는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정말 비난을 하려면 이유고 뭐고 아무 필요없다는 게 느껴지는 그 끔찍함이 적어도 1990년대의 저에게는 현실의 사안이었다는 것이 참담하기 그지없지요.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산 사용을 비난하는(요즘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쓴다고 비난하지 않지만... 참조). 트럭 운전수나 도축업자같이 완력에서는 최강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비난을 하지 못했다는 게 개그포인트일까요. 그것 말고도 별의별 사건이 저의 과거 글에 많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다루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보통 YANA님의 경우와 같이 과거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게 일반적일 것입니다. 또한, 망각이라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하니까 앞으로는 자존감 회복 등이 관건일 것입니다.

제 경우는 기억력이 좋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과거의 사안을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전에 포럼에 기고했던 글인 음악사를 횡적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에도 나와 있는, 횡적인 기억방법. 중학생 때 개발해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이 횡적인 기억법을 통해 한때 장기간 써 왔던 일기에 기재된 내용을 당대에 유행했던 인기음악과 같이 기억하는 방법도 구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몇번 생명의 위협이 왔던 일이 있었다 보니 별로 긴장을 안 하게 되어 보다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왕고래

2022-05-10 23:58:30

저런사람 꼭 있어요. 누가 불행을 당했으면 위로해주지는 못할 망정, 악의 가득 담긴 말을 하는 사람 꼭 있어요.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정말로 어쩌다가 사람이 위로보다도 비난을 먼저 하게 되었는지, 일단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서 저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SiteOwner

2022-05-14 20:55:13

그렇게 막말하는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성장을 하면 저렇게 비틀어진 심성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되지 않은 것만큼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생긴 속어인 "병신" 과 요즘에 생긴 속어인 "찐따" 에 숨은 함의가 같이 생각납니다.

질병에 걸린 사람을 저주받은 것으로 간주해서 멸시했던 옛날과 학원폭력의 대상을 천하의 추물로 묘사하는 오늘날이 대체 달라진 게 무엇이 있을까요. 옛날에는 질병의 원인을 몰라서 그랬다는 별명이 통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정도의 변명거리조차 없습니다. 인간성이 진보한다는 것은 허구의 개념같습니다.

마키

2022-05-11 21:53:30

아주 어릴때 에버랜드에 가족들이랑 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에버랜드에서 뭘 했는지는 아무것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자유이용권을 끊었다는 것과 종이로된 자유이용권이 손목에 감겨있었다는 것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SiteOwner

2022-05-14 21:06:55

저 또한 그렇게 특정사건의 편린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설의 입장권이라든지,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이라든지 등등...

놀이공원에 가 본 기억 중 1986년의 봄소풍 때 대구 달성공원에 갔던 게 기억나는군요. 그때 친했던 같은 반의 두 여자아이와 같이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제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기억을 못하면서 그 여자아이들의 옷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사진을 다시 보니 그 여자아이들의 옷에 대한 기억은 선명한데, 정작 제 옷차림을 보고는 그때 그런 것을 입었었나 하는 의문감이 가득합니다.

Lester

2022-05-15 01:10:40

저 역시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기억력이 발달해서 그런지 (특정 게임의 고득점 포인트를 꿰고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쓰잘데없는 것들을 지금도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겪었던 일들 중에 좋고 싫은 것들 둘 다 그럭저럭 많이 기억나는 편인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살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의 몇몇 사건들은 시간에 따라 퇴색되면서 지금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반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사건들이 있는데, 애석하게도 좋은 기억보다 슬프고 무서운 기억이 더 많다는 게 문제군요. 그저 새롭고 보다 즐거운 기억들이 더 많이 생겨나서 자리를 메워주길 바랄 뿐입니다.

SiteOwner

2022-05-15 17:00:56

기억과 망각, 언제나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지요.

그리고 빛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그래서 기억이라는 게 더욱 선명하게 남고 또한 아픔 또한 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새롭고 보다 즐거운 기억이 과거의 슬프고 무서운 기억을 속속 대체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Lester님의 코멘트를 읽다 보니 떠오르는 옛날 노래가 한 곡 있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노영심의 1992년 발표곡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입니다. 이것도 벌써 30년 전의 노래이군요. 게다가 애청곡도 아닌데다 이 노래의 발표 직후에 방송에서 꽤 나왔다가 다른 인기곡들이 나와 잊혀졌고, 21세기 들어서는 여태 찾아 들은 적이 없다가 지금 불쑥 생각나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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