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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이 게시물은 현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서 다루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정치인 개인, 소속 정당 또는 향후 진출분야에 대한 어떠한 찬반, 호불호 등의 의사도 담고 있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이 글에의 코멘트 또한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만 작성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이 게시물과 동일한 성격의 것으로 2018년 5월 28일에 게시된 철도지하화 공약은 과연 바람직한가가 있으니 이것도 참조해 보시면 좋아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보궐선거 후보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역공약으로 김포공항 이전을 내세웠어요. 그 발언의 근거는 "앞으로 비행기는 수직이착륙한다" 라는 담론이고, 김포공항 이전의 이유로서는 비행기의 단위거리 탄소배출량이 고속철도의 20배에 육박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새로운 항공시대를 위해 김포공항 이전을 지금부터 준비한다는 것인데...
언론보도는 아래의 것을 참조하시길 부탁드려요.
이재명 ‘김포공항 이전’ 공약 이유 “앞으로 비행기 수직이착륙한다”, 2022년 5월 26일 조선일보 기사
그럼, 여객기가 수직착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알아볼께요.
사실 여객기에만 국한된 건 아니고 항공기 전반에 필요한 사항이니 이하에서는 "항공기" 로 용어를 통일할께요. 그리고 미국의 자료를 인용하니까 편의상 단위는 미국단위계를 쓸께요. 1파운드는 0.4536kg, 1갤런은 3.785리터로 환산하면 되어요.
항공기가 비행하려면 항공기를 띄우는 힘이 항공기의 총중량보다는 반드시 커야 하죠. 그런데 문제는 그 힘이 엔진만으로는 온전히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점에 있어요. 일례로, 통상적으로 467명이 탑승가능하고 동시에 하부화물구획에 40개의 LD1 항공컨테이너를 적재가능한 보잉 747-8i 여객기의 경우 최대이륙중량은 987,000파운드인데 엔진 4개가 내는 추력은 266,000파운드. 엔진의 추력만으로는 뜨지 못해요. 결국 날기 위해서는 날개로 양력을 발생시켜야 하고, 양력을 발생시키려면 달려서 직접 날개의 위와 아래에 기압차를 만들어 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항공기는 활주로가 필요한 것이죠. 헬리콥터나 틸트로터기같은 회전익항공기는 로터를 직접 돌려서 양력을 만드니까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럼 위에서의 보잉 747-8i가 수직이착륙을 하려면 조건은 나와 있어요. 엔진추력의 총합이 987,000파운드보다는 반드시 커야 하는데, 이것을 달성하려면 4개의 엔진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보잉 747-8i에 탑재되는 GEnx-2B67 엔진이 최소 15개는 필요하고, 이렇게 11개의 엔진이 추가되면 엔진 1대의 중량이 12,397파운드니까 결국 최소 136,367파운드가 늘어나는 것이 되어요. 이렇게 되면 항공기를 완전히 재설계하여 새로이 제작하지 않는 이상, 늘어난 엔진의 중량만큼 여객, 화물 또는 연료를 줄여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죠. 그럼 여객탑승능력 및 연료를 희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747-8i의 탑재능력은 종래의 167,700파운드에서 31,333파운드로 격감해요. 즉 수송력은 81.31% 이상 감소해 버렸어요. 탑승하는 인원의 체중 및 소지품을 감안하여 1인당 250파운드라고 감안했을 경우 탑승인원의 최대값은 125명. 이것은 승객만이 아니라 운항승무원까지를 모두 합친 것이죠. 물론, 순항중에는 항공기의 엔진출력이 크게 필요한 게 아니고 날개가 만드는 양력에 크게 의존하니까 대부분의 엔진은 그냥 짐덩어리가 되는 것이죠.
엔진이 갖추어졌으니 이제는 연료소모.
747-8i이 14시간 비행할 동안 시간당 연료소모량은 3,000갤런 정도가 되어요. 특히 경제적인 국제선 순항고도까지 오르기 위해 사용하는 연료의 소모량은 5,000갤런이고 순항고도에서 착륙까지의 과정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소모하죠. 즉 14시간 비행 동안 소모하는 42,000갤런의 연료 중 10,000갤런이 이착륙과정에 소모된다는 것인데, 수직이착륙은 날개가 만드는 양력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엔진의 추력만으로 날아오르고 내리는 것이죠. 위에서 본 것처럼 통상의 활주방식으로는 4개로 충분한 엔진이 15개나 필요하니 연료소모량은 이에 비례해서 최소 3.75배로 늘어나야 하는 것이죠. 즉 14시간 비행에 필요한 연료인 42,000갤런의 연료 중 이착륙에 37,500갤런의 연료가 필요하고 순항에 사용가능한 것은 4,500갤런에 불과해요.
인천국제공항에서 14시간 걸려서 당도할만한 곳은 미국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으로, 거리는 9,648km. 42,000갤런의 연료로는 467명이 타고 하부 화물구획에 40개의 항공컨테이너를 채워서 인천-LA 편도비행이 가능한데, 수직이착륙을 할 경우 순항거리는 사용가능한 연료가 4,500갤런밖에 안되니 활주의 경우의 10.71% 정도밖에 되지 않고 기대가능한 비행거리도 1,033km에 불과해져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이 정도 떨어진 대규모 국제공항은 잘해봐야 일본의 나고야중부국제공항이 한계라는 게 드러나 있어요. 물론 125명까지 탔다면 화물수송은 불가능해요.
그럼 같은 양의 연료를 쓰더라도 활주하면 400여명의 승객과 60톤의 화물이 14시간만에 LA에 도착할 수 있는데, 수직이착륙으로는 100여명 정도의 승객이 나고야로 이동할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이렇게 수직이착륙 덕분에 항공기가 이동할 때의 단위거리당 탄소발생량은 활주할 때의 10배 가량으로 늘어났어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더 설명할 이유가 없을 것 같으니 생략할께요.
헬리콥터가 고정익항공기를 대체하지 못했고 두 유형의 항공기가 각각 다른 목적에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헬리콥터는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능력이 전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특화되었을 뿐 다른 분야에서는 고정익항공기가 월등히 유리한 분야가 많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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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2-06-03 23:10:47
항공기가 앞으로 수직이륙한다면 벌써 되었거나 그 과도기에 있어야 옳죠. 근데 그렇지 않고 계속 일반적인, 활주로 달리는 비행기만 보인다는 건 당연한 이유가 있겠죠.
수학적으로 분석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지만요... 필요한 엔진의 이론적 수량이 2배 초과로 생기고, 전체 연료 내 순항만을 위한 연료의 비중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따지고 보니 보통 일이 아니네요.
마드리갈
2022-06-04 16:25:31
인간의 활동에서 경제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성과를 바로 활용해야 하는 분야는 물론이고, 바로는 투자금 회수가 안되더라도 장래적으로 플러스가 될 것이 기대되니까 그런 분야에는 투자가 일어나기 마련이예요. 수직이착륙기 또한 마찬가지예요. 20세기 후반에 헬리콥터가 급속도로 보급된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인명을 구하는 일에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능력이 필수불가결해서였고,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활발하게 개발된 것은 기습전쟁으로 항공기지의 활주로가 파괴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공전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개발되기는 했지만 수직이착륙은 전면적으로 쓰이지는 않고 있어요. 경항공모함을 부활시킨 영국의 경우 해리어 전투기가 수직으로 뜰 때 탑재량이 너무 낮다는 점에 착안해서 해결책으로 스키점프라는 급각도의 활주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어요. 물론 이것은 정규 항공모함의 증기사출기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한된 상황에 그럭저럭 쓸만했거든요.
돈을 벌어야 하는 민항기에서는 1kg이라도 가볍고 1리터라도 항공유를 덜 써야 하죠. 그렇다 보니 온갖 경제성 확보수단으로 무장되어 있어요. 지름이 극단적으로 큰 엔진, 이착륙 때 드레스처럼 날개 후면에서 거대하게 펴지는 파울러플랩(Fowler Flap) 같은 것들이 바로 경제성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예요. 현재의 기술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신기술이 발명되더라도 그게 기존의 민항기의 경제성을 능가할만큼 이점이 있지 않다면 군사 등의 특정목적을 위해서는 쓰일 수 있더라도 수익이 우선인 민항기 시장에서는 통용될 리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