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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6화 - 우연인 듯 우연 아닌 듯(2)

시어하트어택, 2022-08-03 07:53:13

조회 수
126

민이 한참 그 의문의 습기도 땀도 아닌 무언가와 싸우고 있을 그 무렵, 나디아는 막 집에 들어선다. 미린역 근처 고층아파트 47층에 있는 집에서는 번화가와 공원, RZ타워 등이 다 보인다.
“다녀왔습니다-”
나디아가 일부러 목소리를 뽑고 말하자, 집 안에서 바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왔니?”
집 안에서 나디아를 부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 평소라면 회사에 가서 이 시간쯤에는 집에 없겠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집에 있다.
“웬일이야, 집에 다 있고.”
“오늘 하루 휴가 냈지.”
나디아의 의문을 한 방에 해결한 어머니는 곧장 주방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일찍 봤으니까 간식이라도 만들어 줄까?”
“간식... 좋지!”
나디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뭔가를 생각해 낸다.
“아, 케사디야 어때?”
“그래, 바로 해 줄게.”
어머니의 말에, 나디아는 바로 거실의 소파에 가서 앉는다. 문득 손에 쿠션이 잡힌다. 그런데 쿠션의 감촉이, 예전과는 달리 약간 눅눅한 것 같다. 분명히 소파에 있는 쿠션은 나디아가 앉을 때마다 그 보송보송한 감촉을 잃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만질 때는 뭐인지 모르게 눅눅하다. 마치 물 한 컵 정도를 부어 버린 것 같이 말이다.
“아니, 잠깐...”
손을 한번 떼었다가, 다시 대 본다. 그 이상한 눅눅한 느낌은 온데간데없다. 원래의 느낌 그대로 쿠션은 푹신거린다.
“응, 잠깐... 아닌데...”
다시 한번 손을 댄다. 이번에는 힘껏 눌러 본다. 여전히, 그 처음 느껴졌던 눅눅함은 전해지지 않는다. 언제 그렇게 눅눅했던 적이 있냐는 듯, 쿠션은 푹신거린다.
“뭐야... 기분 탓인 건가.”

그리고 그 시간.
“아... 뭐야. 이거 도대체 누가 그러는 거야!”
무엇인지 모를 미지의 무언가가 민의 등 뒤를 자꾸만 간지럽히는 것 같은 이 느낌.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누가 그러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무언가가 등 뒤가 서늘한 것 같았다가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간지러운 듯한 느낌이라면...
“뭐야, 도대체 뭐길래!”
그러다가, 민은 문득 뭔가 생각이 났는지, 손을 들어 등을 다시 한번 쓸어 본다. 손끝이 조금씩 간지럽다. 마치 다섯 손가락 끝을 살살 깃털로 건드리는 것처럼. 그리고...
“찌릿거리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손을 다시 보면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짐작하기 힘들다. 그래도 다시 한번. 이번에는 무엇 때문인지 제대로 알아내겠다고 다짐하고서, 오른손으로 다시 한번 등 뒤를 쓸어 본다.
다시 한번, 찌릿한 느낌이 다섯 손가락에 올라오기 시작할 때...
“지금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민은 재빨리 염동력을 발동해서 손가락들을 찌릿거리게 하는 무언가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손을 다시 보니...
“뭐야, 웬 전기가?”
손 주위에 얇은 막같이 둥둥 떠다니는 건 전기다. 그것도 책이나 인터넷 같은 데서나 봤던 번개의 모양 그대로, 크기를 축소해 놓기만 한 그것이다. 이런 전기가 자연스럽게 등 뒤에 생겨나거나 할 일은 없기에, 이건 분명히 누군가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에이... 그럼 도대체 누구인 거지...”
문제는 이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범인을 찾는 것이다. 먼 거리에서 쓰는 능력은 분명히 아니다. 애시당초 그런 능력이었으면 느낌 자체가 다르다. 전기에 손이 닿았을 때, 누군가가 근처에서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근원은 바로 이 근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그 능력을 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 근처일 텐데.
“에이, 누구야. 자꾸 등만 간지럽게 하고서.”
그렇다고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서 민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원 전체를 헤집어 놓는다든가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민이 한참 그 능력의 근원을 찾고 있던 그때.
“야! 거기서 뭐 하냐?”
“어, 너지!”
민이 돌아보니, 같은 반 친구 류젠리츠인 유가 서 있다. 캐릭터가 그려진 모자와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은 후드 점퍼 등 보라는 듯 차려입었다. 아마도 집에 가는 길일 거다. RZ타워는 유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RZ그룹 소유니까.
“너답지 않게 거기서 왜 그러고 있어?”
“아... 별 거 아니야!”
민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말한다.
“뭘 흘린 것 같아서 찾고 있는 거야.”
“으응?”
유는 그 말을 듣자마자, 민에게 가까이 오더니, 허리를 굽힌다.
“내가 찾아 주기라도 해?”
“아니! 괜찮아. 그냥 내가 찾을 거야.”
“여기 이쪽에...”
유가 몸까지 숙이며 무언가를 찾는 자세를 한 바로 그때.
“어... 어엇?”
갑자기, 민의 발목에, 또다시 아까의 그 찌릿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감전되거나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방금 확실히 전기가 민의 두 발목에 흘렀다.
“아니, 또다시...”
“왜 그래?”
“조금 전에, 조금 전에 있잖아, 갑자기 전기가, 발목에 흐르는 것 같았는데...”
“에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주변에는 전기선이라든가 그런 비슷한 건 보이지 않잖아. 전자기기라고 해도 그 정도의 전기는 흐르지 않을 테고.”
“아니, 아니, 그런 전기는 아니었다고.”
민은 제법 긴장된 표정을 하고서 말한다.
“뭔가 좀 많이 약한데... 아무튼 찌릿거리는 건 확실했고.”
“그런 게 어디 있냐? 잘못 느낀 거 아니야?”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 조금 전에 발목을 찌릿거리게 했던 전기의 느낌이, 또다시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전기의 근원은 멀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다니는 행인도, 몇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맞아, 네 말대로 내가 잘못 느낀 건가...”
민은 모르는 척하며, 그렇게 유에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주위에 대한 경계는 풀지 못한다.
“자, 자! 뭐 떨어뜨린 거야? 한번 찾아보고, 없으면 저기 오락실 아니면 PC방에 가자고!”
“아, 그래...”
민은 떨떠름하게 대답한다. 유의 태도는 이상하게 친절하다. 거기에다가, 그 미지의 전기 능력자는 아직도 가까이에 있다. 대충 어디쯤인지 짐작은 했지만,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설마 민의 바로 옆에 있는 이 녀석이겠는가... 차마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한다. 얼마 전에 초능력이 생겼다고는 했는데, 아직 그걸 다른 사람들 앞에 보인 적은 없기 때문이다. 본인 입으로는 그냥 ‘사소한 능력’이라고만 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민은 일단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유를 향해 뒤돌아보고는 한마디 한다.
“야! 여기 좀 봐봐. 내가 찾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응? 뭐가?”
민이 그렇게 말하자, 유는 되물으면서도 민의 옆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민의 옆에 서서 허리를 숙이려는데...
‘됐다, 지금이 기회야!’
한순간 그렇게 생각한 민은 몇 초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 유의 등 쪽을 손으로 쓸어 본다. 그리고 잠시 후...
있다. 아까의 그 찌릿거리는 전기가. 그 간지러운 느낌까지, 그대로다.
“야, 뭐야!”
민은 순간 몸을 일으키고는 홱 뒤돌아선다. 확신에 가득찬 눈빛으로, 유를 노려보고서 말이다.
“너지! 너 맞지!”
“아니, 왜, 내가...”
유가 여전히 자신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자, 민은 자신이 이겼다는 듯 오른손을 유의 앞에 펴서 보여준다.
“야, 이래도 아니라고 할래?”
“아니, 뭐...”
“네 능력을 네 눈앞에 보여주는 데도 아닌 척 시치미뗄 거냐고.”
“아, 아니... 시치미를 떼려던 건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미 증거가 다 나왔는데!”
민이 그렇게까지 하자, 유도 더 이상은 시치미를 못 떼고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그거 내 능력이야.”
그러면서 유가 모자를 벗자, 모자 속에 숨겨졌던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가 드러난다. 그리고 점퍼 속에 입은 초록색의 셔츠까지도. 만화부에서 입었던 그 복장 그대로다.
“그래.”
민이 어디 한 대 맞기라도 한 듯, 떨떠름하게 몇 번 곁눈질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그럼 왜 사소한 능력이라고 해 온 거야?”
“전기 만드는 것 정도면 상대적으로 사소한 능력이지!”
그 말을 듣자, 민은 잠깐 머리를 싸매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연다.
“너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말 하면 받아들일 거 같아?”
“......”
유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민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말을 꺼낸다.
“좋아! 네 말대로, 어디 놀러나 가자고!”
민의 그 말에, 유는 언제 그렇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느냐는 듯, 금세 얼굴을 펴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민을 따라간다.

그리고 다음 날 금요일, 미린고등학교의 점심시간.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낀 가운데, 시원한 바람도 부는, 밖에 나와 있기 딱 좋은 날씨다. 운동장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나와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하고 있는데, 지온도 그중 하나다. 지온은 운동장 한쪽에 혼자 앉아서 동급생들과 중학교 후배들이 농구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만화를 보다가 잠깐 구경해야지 하고 서서 보기 시작하던 건데, 그게 어느새 앉아서 구경하는 게 되어 버렸다. 그 중에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한참 열심히 뛰고 있는 분홍색 머리의 여학생.
“헤에... 소문은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꽤 잘 하잖아.”
“응? 누가?”
지온의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제 들었던 목소리다. 돌아보니 현애다.
“어, 너야?”
“꽤 잘 하지? 저 애.”
현애가 가리킨 사람은 한참 열심히 뛰고 있는, 지온도 보고 있는 그 여학생. 니라차의 이름은 알고 있다. 그리고 초능력이 있다는 것까지도 들었다.
“혹시... 초능력 때문에 저렇게 농구를 잘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거하고는 별 상관없는 능력이던데?”
“어... 그런가?”
지온이 그렇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애와 니라차를 번갈아 보고 있을 때.
“다들 여기 있었어?”
“너희들도야?”
지온이 또 돌아보니, 어느새 민과 나디아도 옆에서 농구를 구경하고 있다. 익숙한 얼굴들을 다른 곳에서 다시 보니 반갑기야 하지만, 우연치고는 조금 작위적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어쩌다가 여기서 만나게 된 거지?”
“에이, 선배님!”
나디아가 바로 입을 연다.
“그냥 잠깐 들른 건데 즐거우면 된 거죠. 안 그래요?”
“아, 참, 그렇지. 그렇기야 하지만...”
지온도 알 수 있다. 왜인지 모르게, 불길한 것까지는 아니어도, 강한 무언가가 이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거부하기 힘들 것 같은 그런 끌림 말이다.?
“참, 선배님, 오늘도 만화부 올 거죠?”
“아, 가야지. 오늘은 또 뭐가 있길래 그래?”
지온이 그렇게 묻자, 민과 나디아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는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08-04 22:35:44

나디아에게는 알 수 없는 눅눅함이, 민에게는 감전된 듯한 이상한 감각이...

그나마 민은 그 원인을 특정할 수 있었군요. 류젠리츠인 유라는 이름의 소년이. 그런데 왜 그렇게 전기를 사용했을까요. 뭔가 괴롭힐 의도는 아닐 것 같은데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신호를 보낸 것인지...

니라차가 농구를 잘 하는 건 초능력이 이유인 건 아네요. 스포츠를 좋아하고 신체능력이 좋은 게 농구실력으로 이어진.


역시 초능력은 그 자체로 인력을 만드는 것인지...

시어하트어택

2022-08-07 23:12:02

둘 다 기분 탓이겠지만, 뭔가 좀 많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죠. 앞으로도 이런 일은 더 많이 일어날 테고요... 마드리갈님 말처럼 초능력자들이 마치 서로를 끌어당기듯 끌려올 테니까요.

SiteOwner

2022-08-06 22:50:18

류젠리츠인 유의 장난은 그것같군요.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일부러 뭔가를 시도하는데 정작 본인은 소심해서 말로는 못하는.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것은 선을 넘으면 상당히 위험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 저렇게 제지되는 게 좋겠지요.


누가 초능력자이다 하는 것이 저렇게 학생들의 대화에 언급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 중에 꼭 이상한 사람이 있을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시어하트어택

2022-08-07 23:22:58

확실히 전기 능력은 그 활용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따라서 저렇게 더 강한 능력자가 제지를 해 주는 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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