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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의 발단은 우연이었다. 거대 이민선 아르카디아에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던, 평온한 토요일이었다.
[속보 : 펠츠 재정참모 전격 체포]
내가 그 소식을 들은 건 오후 1시 즈음. 점심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오후의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망중한의 그 시간, 나는 내 처소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직감했다. 지금의 이 사건이, 앞으로의 나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본디 나는 큰 꿈을 품은 사람이었다. 내게는 이민선의 함장이 되어 그 자신의 이름을 인류의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 그런 꿈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상황이 쉽사리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게 했다. 현재의 함장은 함장이 되기 이전에도 수많은 업적을 쌓았고, 인망 또한 높은 사람이었고 그를 직접 끌어내린다는 건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대신 나를 지지할 만한 사람들을 모으기로 했다. 내 항해참모라는 직책은 그런 데에는 딱 적절한 위치였고,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사람들은 많이 모였다. 펠츠 참모도 그 중 하나였다. 그들의 지지가 바탕이 되어, 나는 부함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내 측근들은 펠츠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내게 달려왔다.
“펠츠를 구해야 합니다. 이건 부함장님에 대한 공격입니다!”
“맞습니다. 부함장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내 측근들은 연일 내게 부르짖었다. 내가 측근들을 잘 달래서 돌려보내도, 측근들의 실력 행사는 계속되었고, 그들이 쓰는 말도 더욱 과격해졌다.
“함장을 내쫓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내쳐지고 말 것입니다!”
“부함장님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함장의 목을 쳐야 합니다!”
그렇게 주변의 상황은 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내가 아무리 평정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펠츠의 체포로부터 촉발된 그것은 거대한 파도와도 같았다. 더 이상은 내 야심을 숨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함장은 계속 사태를 관망하기만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동안 펠츠 참모라든가 나와 내 측근들에 관한 일은 거의 신경쓰지 않고서, 이민선 전체에 관한 일이라든가 아니면 이민선으로 접근하는 소천체를 격추하는 일 등에만 신경쓰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 행보는, 내게 충분한 기회로 보였다. 어차피 나를 둘러싼 이 상황이 나를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면, 기회를 잘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 측근들은 연줄이 있는 기자들을 통해 함장을 비판하는 여론을 조성하도록 했다. 함장이 쌓은 인망이 있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지지자들을 모으는 데에는 성공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함장 측의 압박은 계속됐다. 펠츠 참모의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한편, 펠츠 참모와 관련된 인원들도 계속 소환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마침내 왔다. 새로 발견한 행성에 이민단을 보낼 때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함장이 환송식을 주관하는 게 관례다. 이번에도 그랬고, 따라서 이민선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는 그때가 최적의 때라고 판단했다.?
함장의 측근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하자, 나는 곧바로 측근들에게 연락해 이민선의 방송국을 장악하게 했다. 그 과정은 간단했다. 내 측근들이 미리 방송국 직원들을 포섭해 뒀기 때문이다. 나는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다음과 같은 준비된 연설문을 낭독했다.
“새로운 인류의 역사가 열립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이민선 아르카디아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함장 하메스 블랑코 외 다수는, 함장의 눈을 가리고 아르카디아를 어지럽히는 무리를 깨끗이 청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가 이 역할을 떠맡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며, 또 시대의 부름에 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도 거사가 성공할 거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내 연설이 끝나기도 전부터 방송국 밖에서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 편 쪽에서 먼저 시작했는지, 함장 쪽에서 먼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호응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음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희생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항하는 움직임이 이민선 내 여기저기에서 있었지만, 그것뿐. 함교와 중앙사령실만 장악하니 전체 계통의 장악은 일사천리였다.
이제, 나 하메스 블랑코는 이곳 함교에 섰다. 그 동안 항해참모, 참모장을 거쳐 부함장에 오르기까지, 무언가가 나를 뒤에서 떠미는 기분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이 이민선은 내가 통제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의 시대가 왔다. 내가 인류의 새 시대를 열리라.
.......
“...여기까지가 블랑코 부함장이 쓴 수기입니다.”
“부함장이라고도 하지 말게. 이민선의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한낱 반란자일 뿐이야.”
함장의 목소리가 차단벽 너머로 들려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 시대를 열 것 같았던 나, 그리고 내 부하들은, 이제 한낱 죄인이다. 그것도 최악으로 여겨지는 반란자. 그 자리에서 그냥 목숨을 끊어 버릴까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함장의 수하들이 블래스터와 다른 무기들을 무력화하자, 우리는 손을 쓸 수 없었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났고, 약식 재판도 열렸다. 우리는 간간이 구치소 안에 있는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우리를 저주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근원이었던 펠츠 참모는, 용케 살아남기는 했지만 내내 머리를 들고 다니지 못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우리는 함장으로부터 낙하 광장에 집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곳은 이민자들이 이민선에서 내려 새로운 행성으로 가기 전에 집결하는 곳이다. 나와 내 수하들은 일말의 기대를 품었지만, 그곳에 있는 건, 소수의 경비 인력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휑한 분위기, 그리고 한가운데 연단에 선 함장과 참모들, 또 주위를 삼엄하게 둘러싼 경비병들. 몇몇 사람들의 가족들도 보였다. 내 가족들도 물론이었다. 가족들은 자원하는 사람들만 따라가게 하는 듯했다.
이어 함장이 가져온 문서를 낭독했다.
“하메스 블랑코 이하 반란자들의 반란 행위는 지극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다.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 친구를 잃은 사람들, 그리고 믿음직한 상사와 충직한 부하를 잃은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반란자들은 이민선 아르카디아에 혼란을 가져옴으로써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야기하였으며, 그 이전에 분열을 획책하는 과정에서 크나큰 상처를 우리에게 남겼다. 마땅히 이들을 극형에 처하여야 하나, 우리는 인류의 삶의 터전을 넓히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에 반란자들을 현 시간부로 다우드 행성에 이민시키기로 결정한다. 마땅히 감사해야 할 것이며, 이민선의 사명을 잊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상.”
나와 내 부하들 모두, 말은 없었다. 환송식도 없었고, 그저 우리를 태워서 다우드라는 황무지 행성에 내려보내는 것, 그것뿐이었다. 새로운 행성에 가는 사람들은 환영을 받아야 했건만, 우리는 죄인으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만 가지고 내려갈 수 있었다.
부함장에서 반란자로, 그리고 새로운 이민단장으로. 너무나도 극적으로 변한 내 처지이다. 인류의 역사를 내가 새롭게 열어 가고는 싶었지만, 이런 식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떡하랴. 이것이 내 선택이고, 그 결과를 지금 받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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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2-10-25 14:10:22
사람의 앞날은 모른다더니 정말 이것도 그렇네요.
게다가 우주이민이 본격화된 작중의 세계는 그 불확실성이 보다 더 커졌으니...
그나마 사형에 처해지지 않고 죄인 신분으로서 황무지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건 불행중다행일까요. 호주로 유형을 떠난 영국의 죄수들 중에 신분이 높은 사람도 있었을테니 저런 심정이 아니었나 싶네요.
편도티켓이 주어진 유배의 길로 여는 인류의 개척사...결국 뜻하지 않게 이루어버린 꿈은 아픈 현실이 되었어요.
시어하트어택
2022-10-30 20:27:23
반 정도는 대세에 떠밀려서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부함장의 성격상 저것만 아니더라도 기회만 있었다면 언제든 함장의 자리를 노렸을 겁니다. 그리고 본인의 준비가 부족하고 인망도 함장보다 못했습니다. 그 결과, 돌아온 것은 반란자의 낙인과 황무지 행성에 버려진 자신이었죠.
SiteOwner
2022-11-21 23:43:47
소설은 단편이지만 여운은 다른 장편 못지 않군요.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개척하겠다는 그 열망이 실현되기는 했지만 원래의 형태와는 철저히 거리가 먼, 당장 지금의 자신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내던져졌다는 것은 결코 기뻐할 일이 못될 것입니다.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결과이니 어쩔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2-11-27 21:24:04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쓴 건 아니지만, 저도 다시 읽어 보니 꽤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모든 것이 작중 부함장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그게 또 부함장이 선택한 길이니, 어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