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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나리타 료고(成田良悟, 1980년생)의 대표작 듀라라라(デュラララ!!)는 소설 자체로도 큰 인기를 모았음은 물론 애니도 인기를 끌었는데 그 애니에는 러시아인 캐릭터가 최소 7명 등장하는 것으로도 이채롭죠. 남성으로는 러시아스시(露西亜寿司)라는 일식당 관계자로서 데니스라고 불리는 점주 겸 주방장을 담당하는 백인, 사이먼 브레즈네프라는 영어와 러시아어가 섞인 이름의 호객담당 직원인 러시아계 흑인, 신사적인 태도를 가진 백인 거한인 이고르, 2미터 이상의 초장신 근육질 거한인 슬론(=코끼리), 무기공급 상사의 사장인 린기린 도그라니코프 및 후술하는 바로나의 아버지 드라콘이, 여성으로는 드라콘의 딸인 미녀 라이더인 바로나(=까마귀)가 있어요. 모두 일본의 도쿄 북서부 부도심인 이케부쿠로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스시의 관계자인 러시아인이면서 어떻게든 용병 및 무기상과 엮여 있다는 것이 상당히 기묘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그냥 소설 및 애니에서 끝난 게 아니라 엉뚱하게도 시리아에서 비슷하게 일어났다는 것이죠.
바로 이것이 러시아인이 시리아의 북서부 이들립(Idlib)이라는 도시에 개업한 스시점 사무라이.
이미지 출처
(이슬람 과격파, 스시점 개업 반체제파지배지역 - 시리아, 2023년 4월 2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이 스시점을 개업한 사람은 이슬람 샤프바노프라는 37세의 러시아인으로 카스피해 서안의 최남단 지역인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이예요. 그는 성전(聖戦, 지하드)에 참여하겠다고 2015년에 시리아에 입국했고 2018년까지는 전선에서 전투를 수행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도 체재한 경력이 있고 반체제 무장저항세력에 소속된 뒤로는 터키나 리비아에도 파견되었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무슬림 월드의 각국을 이렇게 전전하다가 결국 머무른 곳은 반체제 무장저항세력의 지배하에 있는 이들립.
터키와 상당히 인연이 많은지 식재료는 터키에서 들여오고 있고 음식값도 터키리라로 받고 있어요. 캘리포니아롤 1줄에 60터키리라(=400엔, 한화환산 3,940원).
이것이 조리장면.
출처는 위의 사진의 것과 동일하니 생략할께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2명도 러시아인이라네요. 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에도 무사하고 점주는 시리아인 여성과 결혼해서 두 딸도 태어났다죠. 하지만 그가 지하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듀라라라의 설정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기에는 세계는 역시 넓어요. 러시아스시가 듀라라라에서는 일본에 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시리아에 있는 게 다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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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3-04-04 00:24:17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말도 있죠. 미식축구 만화 "아이실드 21" 같은 데에서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기묘한 기술도 실제 NFL 선수들이 시전한다고 하고, 흔히 하렘이라 불리는 '남자 주인공 1명과 다수의 히로인' 또한 (전산오류에 의한 사고긴 해도) 여학교로 진학하게 된 남학생 1명을 다룬 뉴스가 잠깐 인터넷 개그로 돌았던 적이 있는 등,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면 그런 가능성이나 현실성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즉 그런 모습들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자 매력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쓰는 소설도 대략 그렇지만요)
물론 꼭 재미있다기보단 사건사고처럼 끔찍한 형태로 현실화된 경우엔 좀 곤혹스럽죠. 가령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시리즈 같은 걸 보다보면 종종 괴악한 동기들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후자는 사람의 탐욕을 주로 다루고 전자는 (작가의 매너리즘에 의한 무리수이긴 해도) 인간의 이상심리에 기반하고 있다 보니 현실에서 비슷한 사건사고가 터진 적이 제법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한편 소위 '무대탐방'이라 불릴 만큼 몇몇 실제 배경을 그대로 만화에 녹여낸 작품 같은 경우엔 이미 있었던 현실을 만화 속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본문과 맥락이 다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트레이싱이건 어쩌건) 당시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재미있으면서 흥미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무대탐방'이 가능한 작품들이 나왔으면 좋겠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말 보기 힘들더군요. 아직도 창작의 범위가 좁거나 대중의 인식 혹은 검열 탓일지도...
마드리갈
2023-04-04 00:35:56
여러 창작물의 기묘한 설정들을 보면서 현실과 대조하면 정말 이게 가능한 설정일까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느껴지고 있어요. 정말 현실이 창작물을 잘 따라잡는 건 물론 아예 능가하기도 하니까요.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를 묻지 않는 게 문제이고 이전에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발생한 히로세 사아야 양의 죽음에 대해서도 천인공노할 발언이 서슴없이 튀어나오기까지 했으니까요(어느 중학생의 죽음과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하라" 참조).
무대탐방, 좋죠. 애니나 실사드라마를 보거나 할 때 그런 것들을 유심히 찾아보기도 하고 일본여행 때 실제로 찾아가고 하기도 하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커서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죠.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면 지역은 다룰 수 없다는 고정관념도 있고, 창작물에서 특정지역에 대한 묘사가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창작물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공격한다든지 하는 등의 문제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장소 중심보다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고방식에도 근원이 있다고 봐야겠죠. 법률적으로도 속인주의를 우선으로 하는데다 창작물 내의 지역적인 특색 같은 건 상관없으니 영상물로 나왔을 때 누구를 캐스팅하는 게 거의 유일한 성공의 기준이고 또 그 유명배우를 중심으로 한 연애담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이런 세태에서 선택가능한 게 얼마나 있을지는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답이 나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