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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소연할 데 없이 한밤중에 욕설을 내뱉으며 일할 때마다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일요일에 열리는 보드게임 모임에 나갔지만... 회비는 시설 임대 때문에 올랐지만 막상 사람들이 웡요일 출근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빨리 끝나서 제 기준으로 본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네요. 심지어 원래 하려고 했던 마작은 사람들이 모임 내 리그전이 아니면 하지 않거나 인원수 핑계로 전탁을 꺼내지조차 않아서 매번 실망하며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1개월만에 9만 단어를 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추가작업이 들어와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게 어제 새벽인가 저녁쯤에 끝났습니다. 1명이서 9만 단어를 1달 만에 한다는 것은 절대 무리라서 3만 단어씩 나눠가지고 했는데, 제가 일찍 끝내고 다른 사람의 작업분을 조금이라도 수정했다면 나중에 몰아서 할 때 덜 피곤하겠지만, 작년 여름부터 이거 하나에만 매달렸다 보니 만신창이가 돼서 더 들여다보고 싶지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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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게임 개발진들에게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 더 추가됐는데, 바로 원래 버전(중국어)과 번역해야 할 버전(영어)의 내용이 전혀 딴판인 경우가 꽤 된다는 겁니다. 그것도 적당히 표현만 바뀌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캐릭터성까지 바꿔버리는 게 더 많아요. 가령 원판에서는 동네의 치안을 담당하지만 다소 내성적 혹은 쑥맥이라 좋아한다는 말도 대놓고 못하고 돌을 친구 삼는 남자 캐릭터가 있는데, 번역해야 할 세계판에서는 느와르를 좋아하고 살짝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연인 퀘스트는 주인공에게 일부러 보내는 사람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편지를 보내며 마음을 표현했던 게 덜미(?)가 잡히자 부끄러워서 자기 집 옷장에 숨었지만, 어쩌다보니 좀 전에 주인공네 우편함에 넣으려고 했던 편지를 잃어버려서 찾아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캐릭터 성격으로도 문맥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고, 실제로 그 캐릭터의 집을 조사하다 보면 그 캐릭터가 부끄러워서 옷장 밖으로 못 나온다더니 주인공이 이거 뭐냐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다 알려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세계판에서는 그냥 "그게 나일 리가 없어. 하지만 내 집이 사건 현장이 됐네, 한 번 조사해보고 '범인'을 프로파일링 해볼래?"라며 탐정놀이를 권하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둘 다 편지를 찾으면 그 캐릭터의 속마음을 알고 고백을 들은 후에 사귈지 말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식의 전개로 이어지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탐정놀이를 하다가 '아하하 들켜버렸네' 하면서 고백하는 건 좀 이상하죠.
막상 이와 비슷한 부분을 Q&A에 물어봤더니, "우리 작가진이 중국어와 영어를 둘 다 하는데, 괴상하게 번역되겠다 싶은 부분은 바꾸기로 했어. 그러니 네가 영어랑 중국어 둘 다 알아들을 수 있으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번역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참 대단한 의뢰인들 아닙니까. 번역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네가 알아서 읽어보고 판단해라? 이 답변을 받고 나니까 더 이상 제 자신을 갈아넣으며 퀄리티를 챙길 필요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국내 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긴 한데, 당장 상황이 이런 걸 어쩌겠습니까.
그나마 전반적인 검수는 게임이 정식으로 발매된 이후에 느긋하게 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입니다. 개발자가 확언한 건 아니지만 저 따위 일처리 방식도 '아 우리도 정식발매 준비하느라 바빠'라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확언이라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캐릭터 성격이나 말투가 너무 괴상하다 싶은 부분하고, 영어를 너무 이상하게 알아들은 부분만 고칠 거에요. 앞서 말했듯이 저 따위로 번역가를 배려하는데 제가 중국어 원문을 (구글 번역 돌려가며) 파헤치면서까지 챙겨줘야 하나 싶으니까요. 이것 때문에 거진 1년을 고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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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소연할 데 없이 한밤중에 욕설을 내뱉으며 일할 때마다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일요일에 열리는 보드게임 모임에 나갔지만... 회비는 시설 임대 때문에 올랐지만 막상 사람들이 웡요일 출근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빨리 끝나서 제 기준으로 본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네요. 심지어 원래 하려고 했던 마작은 사람들이 모임 내 리그전이 아니면 하지 않거나 인원수 핑계로 전탁을 꺼내지조차 않아서 매번 실망하며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작은 집에서 컴퓨터로 인공지능 상대로 자주 두게 되네요. 그마저도 마작 전문 게임(가령 요즘 유행하는 '작혼')이 아니라 용과 같이 시리즈라는 세가의 프랜차이즈에 항상 수록된 미니게임입니다. 그래도 적도라에 모든 기능이나 역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평범한 마작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점수봉을 많이 모으면 카운터에 가서 상품(10만엔짜리 백금쟁반, 1만엔짜리 금쟁반 등)으로 바꾸거나 마작방 내의 리그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도 깨알 재미고요. 물론 리그전은 인공지능들이 자비가 없어서 도전도 못하고 있네요.
그리고 오늘 새벽, 그 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며 열심히 일한 덕일까요. 이런 역도 나왔습니다.
네. 울어서 망가진 역만 사암각(스안커)이 아니라, 녹색 패로만 이루어진 역만 녹일색입니다. (즉 빨간색이 들어간 통패나 만패는 물론, 1-5-7-9 등의 삭패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패미컴 마작 게임에서 세이브로드로 꾸역꾸역 만들기만 했는데 이렇게 별 조작 없이 만든 건 운이 좋았네요. 그냥 칠대작(치또이쯔)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녹색이 많길래 발-6삭-2삭 순으로 불러대며 설마 되겠어... 하다가 3삭을 쯔모해서 완성됐습니다. 게다가 보시다시피 선(동, East)이어서 32000점이 아닌 48000점.
물론 실제 마작이 아니어서 주위 사람들의 찬탄을 듣지 못하는 건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게임 속에서나마 '수고 많았다' 하고 격려받은 느낌이라 적잖이 기뻤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중급 테이블이라 그런지 인공지능들이 서로 울다가 쏘고 쏘여댄지라 도통 기회가 오지 않다가 갑자기 이렇게 됐습니다)
뭐 그래서, 오늘은 빨아뒀던 빨래를 개고, 나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에, 돌아와서 차분하게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오랜만의 그림이니 소재다 주제의식이다 고민하지 않고 그려야겠습니다. 번민이 많은 게 제 단점이니까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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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3-04-06 13:29:56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잘 하셨어요.
개발진들의 태도, 대체 뭔가요...읽다가 뒷목을 잡았어요. 그런 태도면 아예 자기들이 완전히 별개의 게임을 만들든지. 정말 너무하네요. 세상에는 진짜 앞뒤 안재고 미친짓 하는 자들이 넘치네요. 최근에 국내에서는 지하철 전동사의 기관사가 직접 방송한다고 민원을 넣어서 괴롭히는 빌런도 등장했고(기사 바로가기).
마작은 사키 본편/아치가편/전국편 애니를 본 것과 고독한 미식가 등의 일본 실사드라마 등에서 언급되는 정도만 접해봐서 잘 아는 편은 결코 아니지만,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성과가 좋았다는 건 잘 알 수 있었어요.
Lester
2023-04-09 01:25:21
SiteOwner
2023-04-06 23:36:40
말씀해 주신 상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군요. 그 와중에서도 일을 잘 수행해 내신 점에 긍지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예의 영어판 내용과 중국어판 내용은 대체 개발진들이 어떻게 일을 하면 저렇게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영어판을 번역하는데 그것과 중국어판이 처음부터 다른 상태로 있는 그런 상태를 영어판 번역가에게 대처하라는 게 대체 상식이 있는 것인지...
게임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기만족이니까 다른 사람들과 하든 자신이 기기를 통해 1인 플레이를 하든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고득점에 대한 축하의 말씀도 드리겠습니다.
Lester
2023-04-09 01:2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