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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는 여전한가 봅니다

Lester, 2023-06-12 21:03:04

조회 수
162

'상위 1% 주거 공간'이라더니..물 새고, 곰팡이 덕지! 그런데 보수 공사 인부들이 뿔났다! 대체 왜?? / 엠빅뉴스

20년 된 아파트보다 못한 신축? 길바닥 나앉은 입주 예정자들의 호소 / JTBC 뉴스

양주 타운하우스 새집 마련의 기회?, 구석구석 하자투성이? 사라진 꿈 / MBC 실화탐사대




놀랍게도 (혹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게도) 저 세 뉴스에 나온 곳들은 모두 다른 지역입니다. 특히 가장 아래 기사인 양주 타운하우스는 불과 3개월 전에 매스컴을 탄 후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고요. 셋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양주 타운하우스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전문가인 제 눈으로 봐도 말도 안 되는 부분들이 바로 눈에 띕니다. 여는 순간 천장 조명에 걸리는 문이라거나, 역시 여는 순간 계단에 걸리는 현관문이라거나, 울퉁불퉁한 상태에서 그대로 도배한 벽이나 실리콘을 마저 쓰지도 않아서 군데군데 구멍이 그대로 난 틈새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창문과 바닥 사이에 공간이 20cm 가량 그대로 남아서, 유아의 경우 자칫하면 4층에서 1층으로 수직낙하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시공 이전에 적발되지 않았는가 하니, 건설업체에서 분명히 홍보할 때는 188세대 1단지라던 곳을 50세대 이하의 5개 단지로 나눠서 신청했다고 합니다. 이러면 주택법이 아닌 (일반)건축법으로 적용대상이 바뀌어서 이런저런 행정절차를 제대로 안 해도 된다더군요. 그래서 양주시청 역시 '우리도 몰랐는데 어떻게 적발해'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사용승인을 둘러싸고 입주자와 시공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용승인이 나지 않으면 시공사가 엄청난 피해를, 사용승인이 나면 입주자들이 꼼짝없이 입주해서 자기 돈으로 문제를 고쳐야 하기 때문에 더 난리입니다.


영상 하나만 봐도 부실공사 자체는 물론이고 그 후폭풍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알 수 있는데, 이게 저희 집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뭐 저야 지금 좁은 집에서도 안빈낙도하고 있기에 저렇게 광고 빵빵 때리는 타운하우스에 어거지로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혹시 모르죠. 벌 만큼 벌었다고 생각하고 그 돈을 다 좋은 집 사는 데에 투자했는데 저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3-06-12 21:32:48

두 보도영상부터 봤는데 대체 저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구조적인 문제네요. 돈을 많이 들이면 나을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없는, 싸든 비싸든 결과물은 평등하게 엉망이네요. 참 좋은 평등주의예요. 법령 적용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신청에 시공능력도 기본이 안 되어 있고 자금관리나 노무관리 같은 건 처음부터 알 바도 아니라는 식의 마구잡이...


그리고 세번째의 긴 영상을 보니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네요. 집의 형태를 한 쓰레기 미만의 것이라는 표현도 과분할 정도로. 저런 건축물은 벽이 기울어진다면 내구도 자체가 전혀 보장받을 수가 없어요. 내진기준 미만의 약한 지진은 물론 벽의 자중만으로도 건물이 뒤틀려서 무너지기 딱 좋아요. 원판이 저모양인데 아무리 보수공사를 해도 답이 없죠. 게다가 그마저도 주택법이 아니라 건축법의 적용대상이라서 회사측에서는 합법적으로 품질점검도 생략할 수 있고 보수책임도 면제받고...

진짜 도둑놈들이 활개치는 세상이네요. 그리고 과거의 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헛되이 죽은 게 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다음 희생자가 나오고 나서도 상황은 안 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아닌지...

Lester

2023-06-25 03:52:57

'법대로 해왔는데 뭘 어쩝니까'라며 넘어가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막아줘야 할 사람들이 그대로 통과시키니 발생하는 일인 거죠. 물론 자기 돈을 들여놓고도 철썩같이 믿고 넘어가는 사람들도 문제라는 반론도 있고. 이제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아니라 열심히 파악하는 것까지 요구받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SiteOwner

2023-06-18 15:33:38

사람이 쉽게 바뀌면 고민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Lester님께서 소개해 주신 사례는 나가도 너무 많이 나갔습니다. 부실공사도 부실공사지만 이것은 양심부재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더욱 소름끼칩니다. 건축단계에서는 부실공사에 거래단계에서는 빌라왕이니 빌라의 신이니 하는 그런 전세사기가 횡행하고 서민들뿐만 아니라 고가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저렇게 피해를 입으니 뭐랄까요, 개인적으로는 매우 혐오하는 표현이지만 부자든 가난뱅이든 죽창 한방에는 모두 공평하게 배가 뚫리니 뭐니 하는 그 끔찍한 담론이 생각나서 싫어집니다.


달리 우리나라가 사기대국인 게 아니라는 것도 이렇게 보이는군요.

사실 한국인이 유독 사기에 능해서 사기대국이 된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들이 집중된 유럽이나 북미도 사기가 아주 횡행했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온갖 사기꾼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른 선진국 국민들이 착해서인 것은 아닙니다. 제도를 통해 사기를 치면 글자 그대로 박살이 나는 방향으로 사회시스템을 변혁시킬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당장 패전 직후 일본을 통치한 GHQ에서 일본인들의 탈세를 근절하는 방법으로서 납세내역을 자기 집 대문앞에 붙이도록 명령한 방법이 있습니다. 어차피 이웃주민들끼리는 서로의 생활수준을 잘 파악하고 있을 터이니 이런 방법으로 사회를 투명화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탈세나 회계부정 같은 사건이 안 터지는 건 아니고 경제대국답게 터지면 더 대규모로 터지지만 그러한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 또한 무거워서 그런 범죄의 신규감행 동인 자체가 약화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양주 타운하우스의 건을 보니 이런 확신이 듭니다.

소규모로 조성되는 단지라고 해서 예외를 두고 하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고, 일정규모 이하의 것을 법령의 예외로 둘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퀄리티를 유지하게끔 하고 규모에 따라 책임의 범위와 강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정책의 기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아무리 요구수준이 낮더라도 예외가 없다면 그런 제도는 억지력을 발휘하게 되고, 아무리 요구수준이 높더라도 예외가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빠져나가려 드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입법부를 성토해야 할 듯 합니다. 결국 이런 법제도를 만드는 것은 입법부의 몫이고 행정부는 그 입법부가 만든대로 실행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영상물 자막에 북한폰트가 너무나도 자주 쓰이는 것이군요.

이렇게 서체로 적화통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Lester

2023-06-25 04:01:26

뭐 일본은 제가 계속 추천하는 "검은 사기"가 나올 정도로 사기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판을 쳤죠(아마 지금도 그러할 것입니다). 특히나 사이트오너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검은 사기 2부에서는 서민들의 돈을 받아서 불려야 할 은행들이 이런저런 편법으로 대출을 반강제로 회수하거나 그를 위해 상관없는 예금을 가로채기도 한다고 나옵니다. 작가는 작중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서 '전문가가 믿으라고 하는데 그 누가 의심하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SBS의 프로그램 "호구들의 비밀과외" 중 리모델링 편(링크)에서도 나오지만 이제 전문가라고 안심해서는 안 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대총 해놓고 언젠가 끝낼 거라며 차일피일 미루거나, 아예 유령회사를 만들어두고 계약금만 받고 튀거나...


꽤나 무책임한 소리입니다만 결국 개개인이 너무 방심하지도,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양주 타운하우스 건은 분명 사기에 가깝지만, 굳이 노후를 거기서 보내야만 했는가 하는 문제도 없지는 않으니까요. 자신의 분수를 잘 알고 처신에 주의한다면 불필요한 손해를 막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아마도. 저 자신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 자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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