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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VI-6. 강림

국내산라이츄, 2023-10-01 23:45:50

조회 수
121

「그리하여 그릇에 담긴 피를 잉크로 하여, 그대의 손을 붓으로 하여 마법진을 그리면 달의 악마가 강림할지니. 」

약속한 시간이 되자, 괴담수사대는 R 시에 있는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이런 곳은 보통 밤에 개방을 안 하지 않아? ”
“야심한 시각에 개구멍 찾아서 들어가면 그만이잖아. ”
“흠... 의식을 진행하려면 어쨌든 달이 떠야 하는거죠? 달이 머리 위에 뜰 때면... 꼭두새벽까지는 기다려야겠네요. ”
“어차피 단죄자도 기다려야 하니까, 저녁이나 먹지. ”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시트로넬이 금방 도착했다. 

“엥? 너희들, 와도 되냐? 그 녀석, 인간 남자라면 한눈에 반해서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
“부적이 있으니까 괜찮을겁니다. ”
“!!”

시트로넬의 뒤에, 메피스토펠레스가 따라오고 있었다. 

“당신은...? ”
“당신은 오랜만에 뵙는군요. 다른 분들은 전부 초면인가요? 저는 메피스토 상담소의 주인, 메피스토펠레스라고 합니다. ”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이쪽은 파이로씨, 그리고 이쪽은 위 현, 이쪽은 저스티스 라우드씨예요. ”
“달의 악마 소환 의식에 관한 정보를 메피스토씨가 제공해주셨어. ”

R 시의 호수공원은 규모도 규모이지만 경관이 아름다워 원래대로라면 밤 시간대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의식 때문에 미리 공사중 테이프를 둘러둔 탓인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호수공원에 산책하러 왔다가 공사중 테이프를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오지 말라고 손수 준비까지 해 뒀구만... ”
“달의 악마를 향한 인간의 집념은, 꽤나 무서운 법이니까요. 그녀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
“그리고 실제로 무슨 짓을 했죠. ”

공사중 테이프를 넘어 들어가자, 언제 그렸는지 모를 마법진이 피로 그려져 있었다. 마법진을 그리는 데 쓴 피가 담겨있는 것은 사람의 머리뼈였고, 머리뼈를 네 개의 손이 받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뭔지 모를 물체도 들어있었다. 머리뼈 안에 든 피가 가로등 불빛과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와, 비위 약한 사람들은 이런거 못 보겠다... ”
“라우드, 한번 비우고 올려? ”
“아니, 그 정도는 아니거든... 멀어서 내용물이 안 보여서 그런가... ”
“저 놈이 범인인가? ”

그리고, 마법긴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드디어 다 이루었다는 환희의 미소와 함께, 하늘을 보며 달이 비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종 사건 당시 쓰고 있었던 가면은, 호숫가의 벤치 앞에 내려놓은 상태였다. 이윽고 하늘에 보름달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바닥에 그려두었던 마법진이 달빛을 받아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서부터 무언가 사람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뭔가 왔어! ”

사람 그림자가 호수 위에 착지하자, 물에 파문이 일었다. 호수에 착지한 그림자는 물 위를 걸어서 호수 밖으로 나왔다. 

“!!”

그림자와 네 사람은 서로 놀랐다. 그리고 네 사람을 따라 걸어오던 시트로넬과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놀랐다. 그것은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림자를 본 남자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게... 달의 악마? ”
“아냐, 비슷하게 생겼지만 저건 완전히 다른 악마야. ”
“다르다고? ”
“저건 붉은 달의 악마입니다. 달의 악마와는 쌍둥이지만 성격이 달라요. ”
“......! ”

달빛을 받은 머리는 까만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위에 검은 왕관을 보는 것 같은, 천사의 헤일로 비슷한 것이 있었다. 엉덩이까지 길게 기른 머리칼은 발끝으로 갈 수록, 머리 끝은 그녀의 눈처럼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얀 얼굴과 하얀 손 외에, 입고 있는 옷은 전부 까만색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표정 없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이 쪽을 보고 있는 것 뿐인데, 다섯은 오금이 저려서 움직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정도의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 그대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
“저도 당신을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붉은 달의 악마여. ”
“뭐, 우리가 인사나 나눌 상황은 아니니까 안부는 여기까지 하지. ”
“현, 너는 저쪽 끝으로 가. 여차하면 마법진을 지워. ”
“네. ”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니까. ”

파이로의 지시를 받은 현이 마법진의 선 위로 가려고 하자, 붉은 달의 악마는 그런 현을 만류했다. 

“어째서... 뭐가 문제였던거지... 분명 제물을 맞게 구했는데, 어째서 붉은 달이... ”
“...... ”
“어째서입니까!!! 저는 달의 악마를 만나고 싶었는데!!! ”
“아, 거 참 시끄럽네. 음소거좀 하지? ”
“......! ”

지금까지 남자가 일곱명이나 죽였던 것은, 첫눈에 반했던 달의 악마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다. 손에 피를 묻혀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자신의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피비린내를 감내해가면서까지 죽이고, 잘리지도 않는 손과 머리를 어떻게든 잘랐던 것 역시 첫눈에 반했던 달의 악마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달빛에 빛나는 머리칼과 달빛에 빛나는 피부를 가진, 조용히 공원을 산책하던 아름다운 여자를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소환한 것은, 전혀 다른 악마였다. 

“너 말인데... 내 동생한테 반했다고? 뭐, 그거야 내 동생이 예쁜 탓이지... 자기도 지가 예쁜 거 알아, 그래서 최대한 한적한 한밤중에 나오는데도 가끔 이렇게 골치아픈 경우가 있거든... ”
“...... ”
“그리고 그럴때마다 뒷처리를 내가 맡아야 해서 상당히 귀찮아요. 참, 걔도 악취미란 말이지... 자기한테 구애하는 그 자체를 즐긴달까. 그래놓고 남자가 맘에 안 들면 나한테 보내서 뒷처리 시킨다니까... ”
“...... ”
“그래, 내 동생을 만나기 위해 이거 그린다고 인간을 일곱명이나 죽였다고? 그런데 이걸 어쩌니, 내 동생은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을 거의 혐오하는 수준이거든. ”

그렇게 갈망하던 여자를 만나기 위해 손에 피를 묻혔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갈망하던 여자에게서 경멸받게 되었다. 

“그럼 난 간다. ”
“자, 잠깐만요! 싸, 쌍둥이라면... 제발 달의 악마를 불러주세요, 그게 안 된다면 말이라도- ”
“아까 내가 한 얘기 못 들었냐? 내 동생이 너를 혐오한다고. 그래서 나보고 대신 나가달라고 했다니까? ”

그리고 다음 순간. 

“으아악- ”
“남의 얘기도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을거면, 이런거 장식이잖아? 떼버리는 게 낫지. ”

붉은 달의 악마가 남자의 양쪽 귀를 잡더니 그대로 잡아뜯었다. 조용한 공원 안을, 순식간에 양쪽 귀를 뜯긴 남자의 비명소리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 양쪽으로 피가 철철 흘러나와 옷에 한가득 묻었다. 붉은 달의 악마는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뜯어버린 귀를 머리뼈 안에 던졌다. 

“이봐. ”
“음? 너네는 뭐지? ”

위압감 속에서, 파이로가 겨우 힘을 짜내 붉은 달의 악마를 불렀다. 

“우리는 괴담수사대다. 그리고 이쪽은 단죄자 시트로넬이지. ”
“그런데? ”
“달의 악마가 이 녀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이 녀석이 죽거나 살거나 신경 안 쓰겠다는 얘기라고 봐도 되겠지? ”
“뭐, 그렇겠지. 그러니까 날 대신 보낸거고. ”
“너도 현장을 봐서 알겠지만, 이 녀석이 일곱명이나 죽였거든. 죽어 마땅한 인간 쓰레기들만 골라서. 그래서 말인데- ”
“죽여도 돼. ”

붉은 달의 악마는 그녀가 뭘 말하려는 건지 알 것 같다는 듯, 파이로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그럼, 난 이만 간다. ”
“동생분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
“뭐, 그래. ”

붉은 달의 악마가 호수 위를 걸어 저 편으로 사라지자, 시트로넬은 가위를 꺼냈다. 

“나는 내 일을 너한테 대신 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딱히 해달라고 할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너는 내 일을 뺏은 게 되는거지? ”
“......! ”
“유언 아까 다 남겼으니까 따로 듣지는 않을게. 무간지옥으로 떨어져서 불타버려. ”

그대로 가윗날로 남자를 찌르자,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마법진은 어떻게 지우... 응? 사라졌네요? ”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은, 악마가 돌아가게 되면 사라집니다. ”

마법진이 그려져있었던 바닥은 붉은 달의 악마가 돌아감과 동시에 사라졌다. 피가 담겨있었던 머리뼈도 함께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조용한 호숫가에 남은 것은, 쓰러진 남자의 시신뿐이었다. 

“내버려 두면 명계에서 수습하러 오겠지. 이만 돌아가자. ”

「달의 악마는 사람을 돌아보게 할 수 있으나, 어느 누구도 달의 악마를 돌아보게 할 수 없다. 
달의 악마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나, 어느 누구도 달의 악마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없다. 
달의 악마는 인간에게 닿으려 하지 않고, 인간은 달의 악마에게 닿을 수 없다. 

이를 간과하는 자는 파멸에 이를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자는 파멸에서 멀어지리라.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3 댓글

마드리갈

2023-10-03 15:27:50

무엇이든지 한다는 것은 결국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간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그렇게 달의 악마를 소환하고 싶었지만 정작 소환된 것은 그 달의 악마가 아니었고 붉은 달의 악마...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자신의 생명을 잃는 것으로 끝난 거네요. 그는 죽어 마땅한 자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납치해 죽여서 신체 일부를 취했지만 그 본인이 죽어 마땅한 자임을 증명했으니 이게 무슨 역설일까요.


결국 이렇게 되네요.

국내산라이츄

2023-10-05 00:29:41

이게 처음부터 정해뒀던 결말이었습니다. 달의 악마는 누군가를 해하는 것을 싫어하기때문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해도 사람을 해치웠다면 그녀의 경멸을 받게 되죠. 


다시 만나고 싶어서 일곱 명을 죽였지만, 다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채 경멸받으며 죽어가고, 그 사후 말로 역시 좋지 않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SiteOwner

2023-10-13 00:15:29

달의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자행한 끔찍한 범죄의 결말은...

붉은 달의 악마가 나왔군요. 그리고 그렇게 7명을 살해한 남자는 결국 그렇게 지옥으로 가 버렸고 이 세상에는 그의 육신만 남은 상태가 되었고, 그가 자초한 것이라서 동정이 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걸 달의 악마 탓이라고 하면 안되겠지요. 자신을 탁해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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