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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뭘 해도 일처럼 느껴지고 힘이 들어서 펜을 들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습니다만, '연말이니까' '그 동안 하나도 안 그렸으니까' 하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해서 하나 그렸습니다. 뭘 그려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에너지를 다 쓰는 일이 많았다보니, 이번에는 그냥 요즘 느끼는 감정인 '피곤하다'를 아예 주제로 잡고 그렸네요.
코멘트할 힘도 없어서 바로 그림을 올리겠습니다.
일단 펜으로 그린 원안입니다. 오랜만에 그려서인지 이전보다 잘 그린 건지 못 그린 건지 모르겠네요.
1차 채색 버전입니다. 원안의 선을 최대한 따라갔다보니 자세나 신체 비율상 어색한 부분들이 좀 있네요. 가령 우상단의 여성은 피곤해서 약하게 기지개를 펴는 것인데 이제 보니 벌 서는 것처럼 보인다든지, 우하단의 여학생은 머리가 크게 그려지고 가슴이 미묘하게 짝짝이로 그려졌거나 의자 끝에 걸터앉은 것처럼 위치가 묘해졌다든지.
그래서 포토샵으로 채색하는 과정에서 수정을 많이 했습니다. (정확히는 업로드 이전에 한 번 더 수정을 했습니다) 기지개 펴는 팔은 좌우로 넓게 벌려봤고, 여학생은 의자에 선을 넣어서 앉은 위치를 확실하게 정하고 머리도 조절했습니다. 원래는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것을 의도했는데, 머리가 거의 똑바로 서 있는 쪽이라 거기까지는 표현되지 못한 듯하네요. 머리 부분만 아예 새로 그릴 걸 그랬나 봅니다.
(추가) 아쉬운 김에 마저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여학생이 창가에 얼굴을 기댄 것을 표현하기로 말이죠. 머리 부분만 다른 레이어로 떼어내서 회전시킨 다음 기존 그림이랑 합성해서 색을 다시 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몸이 오른쪽으로 쏠리니까 팔도 가슴에 가려지게 표현하고, 옆머리도 직선으로 떨어지도록 수정했네요. 생각보다 많이 수정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내친 김에 손대봤습니다.
수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여학생 부분만 따로 떼어서 연달아 붙였습니다. 확실히 변화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의도했던 '창가에 기댄다'가 제대로 표현됐는지는 모르겠네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4-01-08 18:15:07
피로에 쩔어서 지금 있는 상태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역력하네요.
그리고 그림에서는 직접 느낄 수는 없겠지만 저 그림 속의 세계에 들어간다면 공통적으로 뭔가 삶에 찌든 냄새가 많이 날 것 같네요. 땀이나 숨결이나 대충 바른 화장품이나 먼지나 섬유제품의 냄새. 특히 여학생에서는 어린 소녀가 저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는 건가 하는 애처로움까지 더욱 여실히 느껴지고 있어요.
대중교통 안의 직장인 남성의 모습 옆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얼굴 실루엣에서 이런 착각까지 하고 있어요.
진짜 넋이 나간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사람이 피곤해서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눈다면 정말 기괴한 자세가 많이 나오거든요.
가슴은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힘을 어떻게 받는가에 따라 변형의 폭도 크고 모발이 이리저리 쓸린다든지 의자에 앉은 자세가 위태롭다든지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오히려 그런 묘사가 더욱 공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Lester
2024-01-10 23:46:17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 중에 이렇게까지 자기투영을 확실하게 한 그림도 있었나 싶네요. 그만큼 피곤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죠. 그래도 충혈이 된 좌상단 남자나 옷이 꼬질꼬질해진(빨래를 안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상단 여자처럼 컬러라서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우하단 여학생은 대학생 시절에 시내버스를 타면 꼭 저렇게 졸던 학생이 남녀 상관없이 한둘쯤 있어서 그대로 기억에 따라 그려본 겁니다. 그리고 좌하단 남자의 경우는 두 명이 아니라 같은 사람입니다. 졸다가 퍼뜩 깨는 걸 표현했는데, 옷 색깔이 진해서 고개를 쳐드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선이 묻혔나 싶네요.
창가에 턱을 괴고 기대는 자세도 생각해 봤는데, 시내버스에서 실제로 많이 기대 본 경험상 창문에 턱을 괼 공간이 없는지라 기각했습니다. 자세는 그럭저럭 표현이 된 것 같은데 가슴은 잘 모르겠네요. 핑계긴 하지만 그림체 특성상 입체적인 느낌을 주기 어려우니,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서 계속 연습할 생각입니다.
SiteOwner
2024-02-04 20:52:30
성별과 지위는 달라도 피로만은 공통이다...
역시 그게 잘 보였습니다. 그리고 피로 앞에는 장사가 없기 마련입니다.
작년말의 저도 저렇게 보였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 수습되었고 동생도 건강상태의 호전이 두드러지다 보니 이제는 한시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창가에 기댄 채로 졸고 있는 건 정말 기묘한 자세가 많습니다. 사실 더 과감하게 표현하셔도 무방합니다. 정말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구부러진 자세로 잘도 잔다 싶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Lester
2024-02-05 00:56:44
살면서 몇 번이고 피로와 번아웃을 겪어봤지만 확실한 건 쉴 때는 작정하고 쉬는 게 상책이겠더군요. 애매하게 쉬어봤자 시간만 낭비하고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업무량을 과감하게 조절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과감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그러면 그림의 의도가 웃기는 쪽 같은 데로 변질될까봐 생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