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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궁금증에 되묻는 반디에게, 메이링이 다시 말한다.
“우선 말하자면, 너도 한번 겪었지?”
민은 반디와 메이링이 하려는 대화에 호기심이라도 생겼는지, 얼른 옆으로 가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한다. 물론 그 중에도 끊임없이 자기 친구들을 견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반디는 메이링의 말에 잔뜩 몸서리를 치더니,
“그래, 겪어 봐서 잘 알지. 먹을 걸 가지고 장난치는 녀석들이 나는 제일 싫다니까!”
“하, 내가 잘 알지. 누군지는 대략 알 것 같고, 언제 잡을지만 지금 날짜를 보고 있거든.”
그렇게 말하다가, 반디는 옆에서 엿듣던 민을 보고는,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한다. 민은 당연히 손을 내저으며 ‘왜 나보고 그러느냐’는 듯 표정을 짓지만, 이윽고 무슨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기라고 한 것처럼, 반디의 곁으로 다가온다.
“왜, 너 누나한테 뭐 안 말하고 몰래 하는 거라도 있어?”
“에이...”
민이 그렇게 기어들어가는 듯한 말을 하자, 메이링은 깔깔 웃는다.
“뭐, 몰래 하고 싶은 거라면 얼마든지 해도 돼. 단! 나하고 내 직원들이 다 잡아낼 거야.”
“안 한다니까요! 할 생각도 없고.”
“하하하, 그래. 딱 오늘처럼만 해야지. 괜히 끼어들지 말고, 친구들하고 할 거 해.”
민은 그렇게 반디와 메이링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빠져나가서 다시 친구들 쪽으로 가려다가, 살짝 이야기를 다시 엿들어 본다. 혹시 무슨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다. 하지만 민의 기대와는 영 딴판인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래, 언제 한번 너희 부모님 별장에나 가 봐야겠다. 거긴 여기보다 훨씬 넓잖아.”
“에이! 한번 와 봤으면서 안 와 본 척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민은 실망했는지 ‘에이’ 하며 거실을 나서서, 다시 친구들에게 간다. 가 보니, 잠깐 신경을 못 쓴 사이 점수차가 좁혀졌다.
“빨리 와! 너 한눈파느라 이렇게 됐잖아!”
“알았어, 알았어! 갈게!”
그렇게 민이 다시 와서 자리에 앉으니, 친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게임을 계속한다.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민은 다시 격차를 벌리더니, 여유롭게 승리를 거머쥔다. 다음 게임을 위해 잠시 쉬는 동안, 안톤이 민의 옆에 다가와서는,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야, 너 혹시 이런 영상 본 적 있냐?”
“응? 뭔데?”
안톤이 보여준 영상에는, 마치 화면 자체가 왜곡되기라도 한 것처럼, 화면 안에 나온 배경 자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담겨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있다.
“이거 뭐냐? 혹시 투명인간이냐?”
“나인들 아냐...”
그 정체 모를 무언가가 열심히 돌아다니는 화면 속 배경을 보는데, 민도 어딘지 바로 댈 수 있는 곳이다. 제과점에다가, 편의점, 공원, 거기에다가 학교로 가는 익숙한 길까지.
“그런데 이거 아냐? 그 녀석, 딱 우리들 정도 키야!”
“어...?”
안톤이 덧붙인 말에 얼핏 보니, 딱 그 정도 되어 보인다. 키는 140cm 정도, 몸집은 보통 정도. 물론 민보다는 좀 작은 체격이지만.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또 따로 있다. 바로, 민이 그 영상에 눈이 팔린 사이, 다른 친구들이 재빨리 게임을 시작해 버렸기 때문이다. 민은 그걸 보고, 재빨리 게임기를 다시 잡는다.
“야! 토마! 코니! 그 사이에 시작하는 거냐! 이거 반칙이야!”
“무슨 소리냐. 네가 거기에 한눈팔아 놓고?”
“가만 안 둬!”
그리고 그날 저녁 9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메이링의 집. 메이링은 오후 6시쯤 민의 집을 나서고 나서도, 사무실에 들러서 다른 일을 하느라, 이제 집에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씻지도 않고 곧장 자기 방부터 가서 서류 가방을 책상에 올려놓는다. 그러자마자 또 전화가 걸려 온다.
♩♪♬♩♪♬♩♪♬
“네... 실장님.”
메이링이 전화를 받아 보니, 키릴로에게서 온 전화다. 책상 옆에는 홀로그램으로 수많은 제보자들로부터 오는 제보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 메시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메이링은 전화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마리우스를 보낸 자들이 누군지... 알아냈다는 거죠?”
“네, 변호사님. 어찌 보면 좀 황당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내일 한번 다시 말씀드리죠.”
그렇게는 말하지만, 키릴로의 말투는 어딘가 사무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아,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메이링은 옆에 온 메시지를 훑어본다. 그중 몇 개를 보니, 대략 오늘 이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리우스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없는 걸 보고 잠시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금방 끝난 사건이니 그럴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건 제보나 보기로 한다.
[도깨비불 현상입니다. 자연현상은 아닌 것 같죠?]
[어떤 녀석들이 자전거 체인만 쏙 빼놓네요. 이상하네]
[이거 초능력자가 한 짓 맞죠? 아무리 봐도 투명인간 같은데]
[변호사님, 이런 거 스트리밍 하면 딱이겠어요]
“휴... 오늘도 뭐 이렇게 파란만장하냐.”
메이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메시지를 옆으로 치워놓고 책상의 스탠드를 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학교 가는 길의 예담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아, 오늘은 별일 없겠지.”
금요일 아침의 학교 가는 길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내일이 바로 주말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마다 기대가 크게 묻어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담에게는 그것 말고도 다른 게 하나 더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다녔을 길이 이제는 약간의 불안감을 품고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지...”
뉴스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라든가 ‘누군가가 아이를 유괴해서 죽였다’라는 것 같은 소식이 들리고 난 이후와는 그 이전과 같은 풍경이어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여- 예담이냐? 지금 한가한가 봐?”
“또야.”
그렇게 마치 예담을 질투하는 듯한 말을 하는 사람은, 예담의 옆반 여학생 ‘사쿠라’다. 교복을 입은 모습만 보고는 모르지만, 학교 끝나고 나서나 주말에 보면 그야말로 ‘반전’이 따로 없다. 그리고 요즘 무슨 재미가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담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관심인지는 모르겠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좋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쁘게만 들리지도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런 예담을 미리 지켜보고 있기라도 했던 듯,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다름 아닌,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잠깐 마주쳤던 한나다. 어떻게 마리우스에게도 용케 걸리지 않고 무사히 온 걸 보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야, 예담이네? 어제 괜찮았어?”
“무슨 말을... 아! 맞아! 너는 잘 돌아간 거냐?”
“잘 돌아갔으니까 이렇게 네 앞에 서 있는 거지!”
언제 한나가 그러지 않았겠느냐만, 마치 주변에 벌어진 일은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저 쾌활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이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것같이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하아, 그래. 아무튼, 오늘도 한번 잘 해 보자고.”
하지만 그런 인사를 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예담에게 불청객이 다가온다. 물론 예담은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한편, 예담이 앞으로 처할 일은 전혀 알지 못하는지, 민은 자기 집 앞에서 친구들과 만나 느긋하게 학교로 향하는 중이다. 어느새 주위에는 친구들도 몇 명 모여들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또 교문까지는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니, 시간이나 좀 보내다가 천천히 들어갈 생각이다.
“뭐야, 너 왜 오늘은 이리로 돌아오냐?”
“나도 시간이 나서.”
친구들 중에 유가 앞으로 나서서 말한다.
“우리 형도 같이 따라왔잖아.”
“응? 하야토 형?”
그러고 보니, 유와 많이 닮았지만 좀 더 키가 크고, 주변에 흔히 보이는 평범한 헤어스타일의 중학생이 한 명 보인다.
“그래! 시간이 되니까 한번 따라왔지.”
“에이, 우리 노는 데 형이 왜 끼어들어?”
“놀려고 온 거 아니라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민과 다른 친구들, 그리고 하야토는 잘 아는 사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으로, 큰 특징 없이 수수해 보이기는 해도, 실은 대기업 RZ그룹을 물려받을 예정이다. 아직 공표된 건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다들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다며?”
“어... 맞아. 그런데 금방 끝나 버렸어.”
“그거 네가 한 거지?”
하야토의 그 말에, 민은 대답을 피한다. 그걸 보고서 하야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더 말하려고 하는데, 안톤이 갑자기 친구들을 돌아보고서 크게 말한다.
“얘들아! 그럼 이거 구경이나 좀 하고 갈래?”
“응? 뭘 구경해?”
어느새 길가 벤치에 앉은 안톤을 가운데 두고서, 다들 이제 구경을 하려고 하는데, 안톤이 문득 입을 연다.
“요즘 ‘릴라송’이 뜨더라.”
“릴라송이라면... ”
안톤의 바로 뒤에서, 구경하려던 친구 한 명이 말한다.
“그 트리플 버스터즈 스트리머잖아?”
“모네, 바로 아네?”
모네라고 불린 머리가 긴 여자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올해 초부터 챙겨 봐서.”
“그런데 며칠 전부턴가 다른 스트리머들을 영입하더니, 저렇게 여기저기 다니는 컨텐츠를 하고 있지 뭐야!”
“어... 정말?”
안톤과 모네가 말하는 그 옆에서 민이 한번 보니, 그 문제의 스트리머, 후드재킷을 입은 여자 ‘릴라송’과 다른 3명의 남자 스트리머들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사고가 난 것 같은 어느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시간대를 봐서는 저녁인데, 십중팔구 다시보기일 것이다.
“자, 자, 우리 ‘라린이’ 여러분 주목! 주목! 저기 누가 싸우고 있네요! 뭐 하는지 같이 한 번 가 볼까요? 그럼 방송 끝날 때까지 주목!”
“에이, 너희들 왜 이런 걸 다 봐.”
릴라송의 방송 내용을 보고 못마땅했는지, 하야토가 마치 그걸 보고 있는 홀로그램을 끄려는 듯한 손동작을 하며 말한다.
“이런 거 볼 시간에 차라리 게임 실황 영상이나 뉴스 같은 걸 보겠다...”
“에이, 하야토 형이 뭘 몰라서 그래. 이런 게 요즘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아?”
안톤이 그렇게 말하지만, 민을 포함해 다른 친구들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 건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안톤을 바라보고 있다. 안톤은 그 반응에 조금은 당황했던 건지, 곧 말을 바꾼다.
“어... 그래. 게임 영상을 보는 게 더 재미있겠네.”
그러던 중, 민의 옆에서 영상을 보던 토마가 문득 시계를 보더니 말한다.
“야, 지금 30분이잖아? 얼른 가야지?”
하지만 토마의 급한 목소리에도 안톤은 태연스럽게 말한다.
“야, 30분이면 아직 10분은 더 남았다. 이거만 보고.”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4-08-16 22:56:32
영상 안의 투명인간같은 그런 상황이라면, 유행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에서 클로킹(Cloaking)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유닛이 이동하는 그런 감각같겠습니다. 확실히 기괴한데다 실체를 알 수 없으니 공포감이 배가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도 정보는 착착 모이는데 역시 황당한 것이 짚이나 봅니다. 키릴로가 얼마나 알아냈는지가 확실히 신경쓰입니다. 그런데 예의 스트리머들과 이전에 나타났던 그 남루한 행색의 이상한 여성 스트리머도 관련이 있을지...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주 이상한 방향에서 접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오면 역시 신기할 수밖에 없는데, 예담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쿠라가 눈여겨보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08-18 23:08:07
영상 속의 상황이 무엇인지는 조금 더 지나 보면 나올 겁니다. 이 역시도 여러 가지 사건들과 연관이 없지 않죠. 스트리머들 역시도 그렇게 마치 인력으로 끌린 것처럼 엮일 거고요.
마드리갈
2024-08-17 23:36:04
대체 무슨 상황인지...역시 알 수 없는 것이 자아내는 공포가 정말 크기 마련이네요.
그런데 키가 140cm 정도이면 정말 작은데, 혹시 지구인 이외의 종족이거나 아예 인간이 아니라 모종의 초능력으로 만들어진 환영이거나 한 건 아닐까요? 생각하면 할수록 음습한 불쾌감을 떨칠 수가 없네요.
역시 괴이한 상황이 있으면 그것들을 먹이삼아 증식하는 부류가 있는 것인지, 문제의 스트리머들도 그 부류네요. 그들이 공익적으로 기여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만...
시어하트어택
2024-08-18 23:28:48
그 정체불명의 투명한 것은 머지 않아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그렇게 이상한 종류의 것은 아니죠.
최근에 벌어진 일명 사이버 렉카들의 행태에서도 알 수 있듯, 저런 스트리머들도 자극적인 이슈만을 쫓아가는 부류죠. 소 뒷걸음치다 뭐 밟는 것처럼 이상한 데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