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 시간대의 저는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고 있었어요.
대략 2시간 정도 이루어진 그 수술 도중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단지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지기 직전에 수술실 천장에 있던 기자재의 제조사 상표 2가지만은 기억나네요. 드레거(Dräger) 및 슈토르츠(Storz)가 보였고, "다시 눈을 뜨게 되면 저 회사를 알아보자" 라고 다짐하자마자 마취에 그대로 잠들어버렸어요.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 밖을 나오는 중이었어요. 그리고 오빠가 눈물이 맺힌 채로 저를 보면서 말을 걸어서 겨우 대답했어요. 병실에 도착해서야 제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팔과 고간에 이상한 감각이 있었어요. 팔에는 온갖 수액이 주입되는 관이 꽂혀 있었고, 고간을 손으로 더듬어 보니, 거기에도 흔히 소변줄이라고 불리는 카테터(Cateter)가 꽂혀 있었어요. 그 밖에도 많은 것이 달랐어요. 병실내의 기온이 높다 보니 춥지는 않았지만 환자복의 그 낯선 질감이나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 꽤 큰 위화감을 느낀 것이 여러모로 문화충격이었죠. 수일간 완전금식 상태였고 소변은 의지와 무관히 배치되는 그런 날이 대략 12월이 시작해서까지 이어졌던 게 기억나네요.
그 삭제된 2시간에의 기억을 돌아볼 기회가 이렇게 온 게 그래도 천만다행이 아닐까 싶네요.
또 입원할 상황이 있긴 해요. 내일 진단결과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보니 유동적이고 그래서 긴장을 놓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의기소침하지도 않을 거예요. 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요. 1년 전 수술 전에 했던 결심도 지킨 만큼 이번에도.
수술을 받았던 2시간은 제 기억에서 삭제되었지만, 제 삶에서는 계속 기억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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