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러시죠?”
키릴로가 메이링이 놀라는 표정을 한 걸 보고 묻자, 메이링이 그 강사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 김인우라는 사람, 홀리네임은 ‘코발리우스’라고 되어 있고...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의 대표로 등록된 사람 아니었나요?”
“네, 맞죠. 그것도 단순한 강사가 아닌, 10년 전부터 강사가 되어 굵직한 ‘사업’을 많이 벌여 온 고참 강사입니다. 교구 내에서도 10위 안의 서열에 들어가죠. 저희가 받은 첩보가 맞다면 차기 장로 후보에도 올라가 있는 사람입니다.”
키릴로의 말에 메이링은 확신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렇지.”
심증이야 많았지만, 이렇게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조직도까지 입수해 놓고 보니 그림이 더 잘 그려진다.
메이링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듣던 키릴로가, 마치 선물꾸러미를 하나 더 푸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결과 하나 알려드릴까요?”
“음, 뭔데요?”
“여기를 보시죠.”
키릴로는 다른 자료를 가방에서 꺼내더니, 메이링의 앞에 보여준다. 맨 앞장에 있는 건 한 사람의 프로필이다.
“진리성회의 장로 중에 ‘브라이언 달튼’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홀리네임은 ‘세베루스’, 표면적인 직업은 약사인데, 진리성회가 종교법인으로서 설립되기 이전부터 총회장과 함께했지요.”
“약사라고요? 혹시 그 자, 서리얼 제약회사라는 곳과 관계가 있지 않나요?”
메이링의 그 말에, 키릴로는 마치 퀴즈 출제자처럼,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그 사진에 딱 짚으며 말한다.
“그 서리얼 제약회사의 대표가 바로 ‘존 마이어 달튼’인데, 브라이언 달튼의 아버지죠. 그런데, 존 마이어 달튼은 현재 93세의 고령이고 별다른 대외활동도 포착되지 않은 터라 이름만 빌려주었다고 봐도 무방하고, 사실상 브라이언 달튼의 소유라고 봐도 됩니다.”
키릴로는 자신이 가져온 서리얼 제약회사의 등기부와 재무흐름도, 브라이언 달튼의 가족관계부를 보여준다. 키릴로의 말대로다.
“의외의 연결고리군요.”
그리고 메이링이 품고 있던 의문 하나도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왜 뜬금없이 그 서리얼 제약이라는 곳의 약품이 학교에서 나왔고, 그걸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지금 이 조직도와 서리얼 제약회사의 자료까지 보니, 그림이 더 크게 그려진다.
“혹시, 그 진리성회 조직이, 며칠 전에 간 미린중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많이 퍼져 있던가요?”
“그 자료라면 이미 저희가 정리한 게 있습니다. 어림잡아도 2천 곳 이상의 학교에 위장 동아리로 들어가 있는데, 그 동아리의 장이 진리성회에 연줄이 닿아 있다든가 하는 식입니다.”
“그런 거야, 애초에 사이비 종교라든가 하는 데라면 다 그렇게 하지 않나요?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긴 한데, 왜 악명높던 ‘해탈교’라는 곳도 그랬잖아요.”
“해탈교라... 그랬죠.”
키릴로 역시 메이링의 말에 동의하는지, 입을 굳게 다물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그 약물을 누가 반입했고 또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더 알아봐야 되겠네요.”
키릴로는 이윽고 가볼 시간이 되었는지, 시계를 한번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자료가 있으면 공유드리겠습니다.”
키릴로가 막 나가기 전, 메이링이 잡아세운다.
“잠깐! 그 마리우스 아류의 초능력자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지금 단계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야죠.”
그렇게 말하며 키릴로는 메이링의 사무실을 나서고, 얼마 안 되어 엘리베이터를 탄다. 메이링은 사무실의 문을 닫고서는 혼자 중얼거린다.
“정리해 볼까? 마리우스를 본래 보낸 나라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조종하려고 했지만, 그 통제권을 진리성회가 세운 파라드에 뺏겼다... 거기에다가, 그들의 교리 중의 하나가, 지금으로부터 며칠 뒤에 세라토에 낙원이 실현되고, 그 전에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다는 거지. 함정이라면, 그 이전에도 심판의 날을 여러 번 예언했고, 안 맞을 때마다 그때그때 바꿔 왔다는 거지만.”
그러면서도 메이링은 불안했던 모양이다.
“잠깐만... 그 녀석들, 정말 단체로 몰려오면 어쩌지?”
한편, 이곳은 다곤 공화국의 수도에 있는 비밀 연구 시설. 마리우스를 비롯한 초능력자 병기들을 총괄하는 곳이다.
“어디, 도착한 건가?”
시설의 지령 담당자는 현황판을 보고서, 눈을 빛내며 중얼거린다. 지금쯤이면 마리우스 회수조 3명이 막 세온 행성에 도착했을 것이다. 여객 우주선 편으로 걸리는 시간으로 보아,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도착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됐어. 현재 공항에서 빠져나왔고, 세라토의 어디론가 이동 중으로 보이고... 마리우스가 있는 곳과는 거리가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들어왔다...”
세 사람이 한 곳에서 모여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한 그는 곧 다음 과정을 시작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지령을 내려야겠군.”
곧이어 그는 통신 장비들을 켠 다음, ‘송신’ 버튼을 길게 누르고, 그다음으로 수신 과정을 살핀다.
하지만...
“뭐야, 또 그 방해 전파인가?”
일전에 마리우스에게 정상적으로 보내려던 신호를 교란한 그 전파가 또다시 감지된다. 3명 모두, 그 교란 전파에 걸려든 것 같다.
“안돼... 도대체 누가 이러는 건가... 또 걸려들었어...”
그는 머리를 싸맨다. 그리고 괴로움에 머리를 긁어 댄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아무 일이든 해 본다.
“통제권 확보... 통제권 확보!”
그렇게 되뇌며 앞에 있는 그 버튼을 누르지만, 그들이 마리우스 회수조의 통제권을 되찾는 일은 영영 없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주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예담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호송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고, 아까 예담의 집에 침입했던 그 의문의 남자가 호송차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만, 그만! 제가 다 말할게요. 그런데, 정말 이건 아니라고요! 저를 어디로 끌고...”
“조용히 하세요. 우선 저희가 할 일이 있으니...”
‘저는... 저는 단지!“
그리고 그 호송차에서 나온 요원이 예성에게 뭐라고 속삭이는 모습도 보인다. 예담에게는 다른 요원이 따로 와서 말한다. 그런데 그 요원은 조금은 뜬금없이, 마리우스의 이름을 말한다.
“조심해. 또 마리우스처럼 너를 노릴 녀석들이 있을 거야.”
“마리우스처럼...요?”
예담은 그렇게 되묻지만, 곧 그 요원의 말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한다. 그리고, 녀석‘들’이라는 건, 한 명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는 건, 예담도 무슨 뜻인지 잘 안다.
“하... 여러 명이라고? 이거 참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예담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모양이다.
“혹시 그 사람들이 누군지는 알고 있어요?”
“아직 파악한 사실은 많지 않지만, 이름과 얼굴 정도는 파악했지.”
“어, 벌써요?”
그렇게 말하며 그 요원은 예담에게 사진 몇 장을 보여준다. 남자 2명, 여자 1명인데, 세 명 모두 험상궂어 보인다거나 흉터가 있다거나 하는 거친 인상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마리우스와 관계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아냈죠?”
“아, 이건 우리한테 다 정보망이 있거든.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이 보이면, 절대 네가 먼저 대응하지 말고, 누구한테든 알려 줘. 알겠지?”
“알겠어요...”
예담은 떨떠름하게 대답한다. 곧 그 요원들은 호송차에 수트 입은 남자를 태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너무 많은 사실을 안 날이라 그런가...”
메이링은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주차장에 왔고, 차에 타려는 참이다. 키릴로에게서 받은 그 자료도 자료거니와, 그사이에 제보도 많이 와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리암에게서 받은 제보도 있다. 물론, 메이링은 리암의 제보를 보자마자 무슨 내용인지 확인했고, 거기에 대한 답장은 진작에 보내 놓은 참이다. 그런데, 그 메시지에 또 답장이 와 있다. 무언가 해서 메이링은 얼른 읽어본다.
[필요없는 위험까지는 무릅쓰지 마]
[괜찮아요, 변호사님]
“에이, 괜찮기는...”
그렇게는 말하지만, 다른 제보도 읽어봐야 해서 일단은 조금 있다가 다시 보기로 하고, 막 출발하려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여기!”
“응? 누구지?”
돌아보니, 반디가 메이링의 뒤에 서 있다.
“아니, 너 이 시간에도 길거리에 다니냐? 학교에서 한참 논문이나 학회 같은 데 불려갈 시간 아니었어?”
“그러니까... 집에 가서 다시 뭘 챙겨가야 할 게 있어서. 요즘 많이 바쁘냐?”
“에이, 바쁘다고 생각할 틈이나 있냐. 본업은 물론이고, 요즘 이상한 초능력자들 많이 설치는 거, 너도 알지? 거기에다가 요즘 책까지 쓰고 있다고, 아휴, 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지금도 설마 제보 받으러 가는 길이냐?”
“그래. 너 나한테 제보할 거 없지?”
반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메이링은 다행이라는 듯 얼굴에 웃음이 살짝 돈다.
“야, 왜 웃냐? 얼른 가!”
반디가 그렇게 말하자 메이링은 얼른 자기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시간이 지나, 반디는 집에 도착한다. 대문이 열리고, 잠시 후 반디가 현관으로 들어서자, 생체인식을 마친 문이 저절로 열린다. 반디가 바로 집으로 달려 들어가고, 이윽고 자기 방으로 가려는데, 민의 방에 불이 켜진 게 눈에 들어온다.
“야, 너 언제 왔냐?”
반디의 그 말에, 한참 게임에 열중하던 민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응? 뭐야, 누나가 왜 이 시간에 집에 와?”
뜻밖의 상황에, 민은 미처 헤드셋을 귀에서 떼지도 않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반디를 마주한다. 당연히 게임은 게임대로 돌아가지만, 민은 신경 쓰지도 못한다.
“아, 집에 뭐 놔두고 간 게 있어서 그거 가지러 가려고.”
“어... 그래?”
그러다가 민이 문득 묻는다.
“내일도 혹시 온종일 학교에 있는 거야?”
“아... 내일도 이럴 것 같네. 요즘 바쁠 때라.”
“에이, 내일은 그래도 같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민이 반디의 말에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반디는 다시 민을 돌아보며 말한다.
“또 내일 누나 없다고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지?”
“아, 아니야! 이상한 짓이라니! 나는 그런 거 안 해!”
민이 강하게 부인하자, 반디는 잠시 웃으려는 듯하더니, 곧 시계를 보고는 다시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나 간다. 또 이상한 데 가거나 하지 말고!”
“아니, 누나, 잠깐만. 내가 할 말이 있는데...”
하지만 반디는 민의 그 말은 듣지 못했는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이어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민은 중얼거린다.
“에이, 누나가 알면 좋은 것이었는데! 그럼 게임이나 다시 하러...”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자기 방으로 다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은 한숨이 나올 만한 광경을 마주한다.
“뭐야! 내 승점이 왜 내려갔어!”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12-25 23:17:02
역시 그렇게 엮이는 거네요. 문제의 서리얼 제약회사가...
그리고, 자금의 흐름은 역시 행적을 추적하기에 아주 좋은 자료라는 게 이렇게도 드러나네요.
다곤 공화국은 더 이상 마리우스를 통제할 수 없으니 이제는 계획이 어그러지는 일만 남았네요.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할 사안이예요. 그들의 뜻대로 되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일은 명백하니까...그런데 예담 형제의 집에 침입했던 그의 입에서 마리우스의 이름이 나온다는 게 매우 불길해요.
시어하트어택
2024-12-29 09:56:18
표면상으로는 별개의 조직이라도 자금흐름 같은 걸 파악해 보면 모두 진리성회 산하라는 게 드러났고, 그렇게 드러났으니 추적은 조금 더 쉬워지겠지요.
다곤 공화국은, 이번에도 '죽 쑤어서 개 준' 꼴이 되었습니다.
SiteOwner
2025-01-02 23:34:31
다곤 공화국 위에 진리성회, 그리고 그 진리성회 위에 메이링의 법률사무소...
이렇게 그들의 전모가 착착 파악되어 가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가관일 듯합니다.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라든지 서리얼 제약이라든지 하는 사례를 보니 현실 및 창작물에 등장하는 여러 프론트기업이 생각나서 떨떠름해지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위험은 감당하지 말아야지요. 중요한 것은 목적달성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1-04 23:53:54
그야말로 다곤 공화국은 진리성회만 좋은 일 해 준 꼴이 되어 버렸죠. 파라드 커뮤니케이션즈가 건재하는 이상, 다곤 공화국이 보낸 초능력자 병기는 모두 뺏기게 되어 있으니... 현실에도 통일교라든가 하는 기업을 여럿 거느린 종교가 많은데, 진리성회도 그런 사례입니다.
메이링은 볼트의 최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