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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제시된 "그렇게 보인다" 와 "그렇다" 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죠. 그런데 이걸 혼동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그것도 매우 오랜 고질적인 모종의 전통으로 고착해 있어요. 사실 정확히는 인습(因習)이라고 불러야 옳긴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국내사회의 합의 자체가 성숙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일단은 "전통" 이라는 어휘를 썼음을 미리 밝혀 둘께요.
"그렇게 보인다" 는 실상일수도 허상일 수도 있어요. 즉 아무리 잘해봤자 "그렇다" 에 무한히 근접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어요. 그나마 면밀한 관찰과 추론을 통해서 그 일치되는 정도를 높일 수는 있긴 해요. 이 말은 뒤집어 말하자면, 현실과 유리된 결론을 내려면 대충 생각하고 말면 된다는 것.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개념을 보도록 할께요. 장사를 가장 끝에 놓은 이유가 가관이예요.
좀 오래전의 기사이긴 하지만 소개해 볼께요.
[데스크 칼럼] 6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농공상', 2016년 2월 15일 서울경제 기사
상인에 대해서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돈을 가지고 이익을 얻는 사람이라며 멸시하는 동시에 상업을 천하게 여기는 이런 풍조의 기저에는, "그냥 다른 것보다 하기 쉬울 게 아닌가?" 라는 잘 모르면서 내린 자의적인 추측의 소산이라는 전제가 숨어 있어요. 좀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실제로 장사를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망상한 것을 차별의 근거로 삼는 추잡한 소리밖에 되지 않아요. 그렇게 천대하려면 아예 금지하면 될 것을 뭐하러 놔두는지. 상인과 상업으로 발생하는 효용은 누리고 싶으니 없앨 수는 없고 우대하거나 동등하게 대하기는 싫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지.
이런 담론이 그냥 전근대사회의 인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어요.
미래사회에 대한 예상에서 구체적인 논거 없이 막연히 "기술의 발전이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라는 근거가 박약한 추측이 난무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시대착오 운운하며 막는 풍조 또한 역시 그러해요. 이를테면 자율주행으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차로 가야 한다는 담론이 그러한데, 자율주행이라는 운항기술과 동력방식이라는 독립적인 사항을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이 동일시하는 데에서 오류가 있어요. 사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전력의 소비도 큰 것인데, 에너지밀도가 낮아서 주행 자체에도 동력이 크게 모자라는 전기차보다는 고온고압의 배기가스의 일부에서 동력을 회수하는 터보컴파운드엔진(Turbo-compound Engine) 같은 이미 실용화된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가 주행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자율주행 정보처리를 위한 전력확보에 더욱 유리한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얼마나 더 오류를 범해야 이런 모종의 전통은 극복될 수 있을까요.
영원히 가능성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기대를 접는 게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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