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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야쿠자들이 자신을 미화하는 표현 중 "극도(極道)" 라는 것이 있어요. 
일본어 발음은 고쿠도(ごくどう)인 이 말은, 원래는 불교에서 불법의 도를 극한으로 수련한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에도시대(江戸時代) 때부터 협객(侠客)을 칭송하는 말로 쓰이다가 직업적으로 도박을 하는 자들이 극도를 자칭하면서 용어 자체가 매우 혼탁해져 버렸어요. 결국 불량배나 폭력단구성원도 자신들을 미화하는 말로서 극도를 자칭했어요.

오늘날에는 이제 원래의 불교적 의미나 협객에 대한 존칭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이고 극도 운운하면 100% 야쿠자의 자칭. 게다가 이제는 그 말을 또 왜곡하여 "사나이다움의 극한을 추구하는 자" 등으로 재정의하는 일도 횡행해 있어요.
이 극도와 일본어 발음이 동일하게 "고쿠도" 인 어휘로 "옥도(獄道)" 가 있어요. 글자 그대로 감옥에 가는 길. 폭력단의 구성원이나 내부자는 아니지만 범죄의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한구레(半グレ) 등의 준구성원들의 상당수가 유죄판결을 받고 형무소에 갇힌 채로 복역중이니까 이 어휘가 매우 적절하게 보이네요. 그리고 이 어휘는 실제로도 행실이 나쁜 자를 비하하는 용어로 쓰여요.

또, 상당히 보기 싫은 표현에 "항쟁(抗争)" 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야쿠자 세력들이 서로 세력권다툼을 벌이는 작태를 미화하는 것인데, 일본어 발음이 똑같이 코소(こうそう)인 어휘로, 물린 상처를 뜻하는 "교창(咬創)" 으로 대체해 줘야겠어요. 아무리 미화해 봤자 지들 몸에 남은 것은 아귀다툼 끝에 물어뜯긴 상처뿐이니까요.

아무리 미화하는 말로 포장하고 뭘 해도 본질이 저런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5-03-19 15:51:16

우리나라에서도 '협객'이 전국적인 히트를 했던 드라마 "야인시대"를 통해 쓰이면서 미화하는 의미로 널리 퍼졌죠. 이전에도 '장군의 아들' 같은 조폭미화물은 많이 있었지만, 야인시대는 시청자 연령대를 단속할 수 없는 TV 드라마였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제작진도 논란을 감안했는지 최대한 올려치는 묘사는 피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액션물이던 1부가 끝나고 정치드라마인 2부가 시작되면서 인기가 급격히 시들해지긴 했지만요.


'고쿠'를 이용한 언어유희는 김전일 시리즈 2부의 에피소드인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에서도 나옵니다. 원래 학원 이름은 극문(極問)인데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교도소스러운 외부시설에서 단체합숙하는 스파르타식 환경이다보니 옥문(獄門)이라고 불린다는 말장난이죠.


다시 폭력미화로 돌아가자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무리 너네가 핑계를 달아도 깡패새X는 깡패X끼야."라고 해주면 끝날 일인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 심심찮게 MZ조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던데, 조폭이면 조폭이지 MZ는 또 뭘까요. MZ니까 봐주자는 함의가 있는 것인지...

마드리갈

2025-03-19 16:49:42

그러고 보니 그 야인시대, 정말 까마득하게 오래 된 드라마였네요. 그때 굉장히 싫었던 게 유행하는 컨텐츠랍시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인간들이 많았던 건데, 입만 열었다 하면 "쓰벌" 운운하는 게 볼썽사납기 그지없었어요.

사실 협객의 정의에 가장 먼 자들이야말로 조폭이죠. 협객은 자신이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여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사람이지만 조폭은 자신의 탐욕 충족을 위해 물리력을 사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데에 앞장서는 자들이니까요. 그 이전에 현대사회는 협객의 존재 자체가 필요하다면 그건 그 자체로 답이 없는 것이고... 


예의 그 고쿠몬학원의 이름, 적절하네요. 그야말로 감옥문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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