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전 무언가를 분해해 보기를 좋아했습니다. 드라이버만 있다면 장난감 자동차 같은 걸 분해해 보곤 하였죠.
……문제는 분해할 줄만 알고 조립할 줄은 몰랐던 터라 결국 재조립 하는 건 부모님의 몫이었단 것이지만 말이죠.
어쨌건 이번에 집(자취방이 아니라 본가)에서 쓰던 구형 컴퓨터 한 대를 가지고 내려와서 이것저것 분해해 보았습니다. 원래는 뭔가 지금 컴퓨터에 쓸만한 부품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었지만 주체할 수 없는 파괴본능(…)과 함께 분해할 대로 분해를 해 버린 삼성 매직스테이션 DM-Z50......쓰고 보니까 이거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드는 구형 컴퓨턴데 아버진 이런 걸 잘도 수리해서 쓰시려고 했었구나. 이러니 AS센터 어딜 가도 부품이 없다고 하지;;;;;(현재는 새 컴퓨터로 바꾸셨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이미 다 뜯어낸 거 하나하나씩 봐보기로 했습니다. 그 첫타자는 당연히 메인보드. 마더보드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컴퓨터의 심장.......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심장이란 비유는 파워 서플라이가 더 어울리겠죠. 적어도 메인보드는 자기 죽는다고 다른 것들까지 함께 저승길로 끌고가진 않으니까 말이죠. 그럼 뇌? 만약 CPU로 한정하는 게 아니라 램이나 그래픽 등 끼울 수 있는 것을 통틀어 뇌라 치면 그나마 대뇌라고 부를 만 하겠다만 뭐, 어때요. 그냥 한 번 봅시다.-야
이것의 제품명은 ALIOTH-50 R1 . 07G라고 하는군요. 삼성전자 ALIOTH-50 시리즈 메인보드들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면 삼성 고유의 물건은 아니고 에이서스(ASUS)의 보드를 라이센스를 얻어 OEM 생산한 모양이더군요. 즉, 원래는 에이서스의 물건. 에이서스 기술력 좋은 건 알아가지고.
뭐, 잡소리는 뒤로 미루고 보드가 생각보다 넓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구형이라고 SATA 단자는 두 개밖에 없고 IDE 단자가 주로 쓰이는 보드인데다 RAM은 DDR2라서 DDR3가 주로 쓰이는 요즘에는 그닥 맞지 않는 보드라 볼 수 있겠네요.
그것 외엔 특별한 거 없어보이는 보드입니다만 그래도 현재의 환경에서 쓰기는 곤란한 보드인지라 시장에 내놓아도 이런걸 수집한다거나 꼭 구형 부품을 구해다 구형 OS를 돌려야겠다 하는 변태(…)가 아닌 이상은 살 사람도 없을 듯 싶네요.
그렇지만 한 때 우리집에서 사용된 물건이고 개인적으로는 꽤 소장가치가 있어보인다 판단되니 이건 보존처리 해야겠습니다.
……그 전에 먼지부터 마저 다 털어내고 말이죠. 이거 대체 얼마나 청소를 안하였으면 먼지가;;;
일단 다음번엔 무엇을 올려볼까요? VGA? ODD? 파워 서플라이? CPU? 아, HDD는 안됩니다. 이건 제가 쓰고 있어서 말이죠. 이거 하나만은 11년도에 갈았는지 아직 쓸만하더군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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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4-05-31 23:32:03
꽤 과도기적인 제품이었나봐요. SATA와 IDE 단자가 공존하는 메인보드이니...
그리고 컴퓨터 관련에 집중하는 기업이 아닌 다음에야 자체개발할 이유는 없을 거예요. 연구개발의 경비도 많이 들고, 전문기업 제품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고, 게다가 규모의 불경제가 작용하니 그것도 그러니 충분히 이해는 되어요. 과거의 소니 바이오 데스크탑도 메인보드는 에이수스에서 OEM 공급을 받아서 사용했어요.
다음에는 CPU 사진을 올려보시는 건 어때요?
HNRY
2014-05-31 23:45:03
뭐 과도기라면 과도기죠. 덕분에 HDD는 SATA를 쓰는데 ODD는 IDE를 쓰고 있고......뭐 램도 DDR2이고 확실히 과도기라면 과도기라 말할 수 있겠네요. 흠, 비록 OEM 생산품이라 해도 에이서스의 물건이니 꽤 쓸만하기도(물론 당시 기준으로) 했구요.
CPU 괜찮네요. 마침 CPU는 나름 유명한 물건이라서 꽤 쓸거리가 있겠네요.
SiteOwner
2014-06-02 19:59:44
오래 된 컴퓨터부품을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한때의 최첨단 기술력의 총아로 불리던 것이 수년 뒤에는 그냥 보급형 기종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을 보고 착잡한 심경에 빠지는 때가 많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까 그런 게 묘하게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집에는 저런 과도기적인 부품은 없습니다. 본체가 그냥 IDE만 지원하거나, SATA만 지원하거나. 사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노트북만 사용하다 보니 데스크탑은 1990년대말에 만들어진 오래된 것과 PowerPC 프로세서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2000년대 전반의 맥미니 정도밖에 없어서 저 메인보드가 상당히 신기하게 보입니다.
혹시 이럴 기회도 있지 않겠습니까. 컴퓨터 역사상의 기념비적인 부품으로 재조명될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는 오래된 부품도 잘 보존해 두고 있습니다.
아스타네스
2014-06-10 21:07:30
컴퓨터를 다루는 것에 치중해있던 저에게 있어 신기한 사진이에요. 컴퓨터 자체의 부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이해하는 게 어려웠지만, 과도기적 부품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