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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과 욕망 사이 - 필터링한 욕설 등 여러 가지

SiteOwner, 2014-06-13 23:01:24

조회 수
364

안녕하십니까, 사이트오너입니다.

덥다가 비와서 춥다가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그래도 제 동생도 골반통증으로 어제 고생했다가 이제서야 회복했고, 내일 다시 로그인할 일정입니다.


저는 예전에 학원강사로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 근무했던 학원이 대규모라 다니는 학생의 수가 최소 수백명 수준이었고, 그들의 수만큼이나 크고 작은 사건을 보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그랬습니다. 

그 중에 인상적인 사건 중의 하나가 필터링한 욕설이었습니다.

학원의 규칙 중에, 욕하지 않기가 있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이 없을 때 자기들끼리 떠들고 놀 때 욕이 나올 것 같으면 항상 표현을 썼습니다. 

이를테면 "야이 띠발 띱때야!!", "니미 잣같은', 또는 "십장생 된장" 식의, 분명히 욕설을 하는 건데 일단 욕설로 쓰이는 어휘는 말하지 않는 식이었습니다. 즉 욕은 해야겠고, 규칙에 걸리면 혼날 게 분명하니까 이렇게 자체 필터링을 거치는 것이 아주 명백하였죠.


저는 예의 표현을 쓰던 학생들을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방금 썼던 말을 다시 해 보라고 하니까,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벌점 기록을 안할테니 다시 말하라고 해 보니, 그제서야 말하는데 더듬거리고 억지로 입을 벌리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그래, 그 말이 원래 욕설을 그렇게 변형한 거고, 그래서 말하기 부끄러웠던 거구나? 스스로 잘 아네?"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욕이 아니니까 써도 괜찮잖아요?"

"된장은 한국의 전통음식이니 나쁜 말도 금지할 말도 아니잖아요?"

제가 반박해 주었습니다.

"욕이 아니니까 써도 괜찮다면, 왜 처음에 말을 못했지? 그리고 욕이 아닌데 왜 자신없어 했고, 얼굴이 빨개졌나? 욕은 하고 싶고, 규칙은 지켜야겠으니까 그렇게 말을 변형한 거 아닌가?"

"그리고 하나 더, 된장 어쩌고가 말이 안 되는 거 잘 알지? 이거 하나 알아둬. 그렇게 말하기 자신없었던 '시발' 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을 개척한 최초의 국산승용차 이름이다. '젠장' 대신 '된장' 이 괜찮다면 '시발' 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왜 안되나? 욕 자체도 문제지만, 욕을 해야만 의사소통이 되는 그 사고방식이 왜 잘못되었는지 생각 좀 해 봐라."


그 뒤로는 학원 내에서 그런 필터링한 욕설의 사용빈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저에게 논파당한 학생은 제가 학원강사 일을 끝내는 날까지 그런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부터 수년 후.

어떤 채식주의자가 채식주의 만능론을 주장하고,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길래 뜻하지 않게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인간은 원래 초식동물이다, 채식은 건전하다, 채식은 인간을 선하게 한다 등의, 근거없는 헛소리이길래 하나하나 반박했습니다.

"인간이 원래 초식동물이라 이거지, 넌 셀룰로오스를 소화할 수 있나? 즉 소나 말처럼 짚을 씹어먹으면 소화가 되냔 말이다."

이렇게 반박을 하니 그 채식주의자는 초식동물이라도 먹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니까 등등 하면서 당황해 했습니다. 저는 쉬지 않고, 채식이 건전하다는 말에 대해서도 반박을 해 주었습니다.

"대만에는 불교인의 돼지머리, 불교인의 닭고기 등의, 유바로 만든 식육대용품이 있는데, 그걸 아는가?"

유바(湯葉)라는 것은 두부를 만들 때 끓인 두유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걷어서 만든 식품을 말합니다. 대만에서는 그런 것을 고기 모양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콩고기라는 음식을 연상하면 됩니다. 

그것에 대해서 그 채식주의자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고기를 안 먹었으니 된 것이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채식이 건전하다면서, 왜 건전하지 못한 식습관이라는 육식의 방식을 흉내내는가? 어차피 그거, 육식은 하고 싶은데 채식주의라는 규율을 지키기 위해서 편법 쓴 것 아닌가. 남미 국가에서 결혼 전의 성관계를 종교적 계율로 금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계율을 피한다고 수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육식 흉내내기와 수간이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가?"

그 채식주의자는 그래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채식주의자는 동물을 죽이지 않으니 무조건 육식하는 사람보다 선하다고 강변했습니다.

저는 그 예외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선한 사람 중에 아돌프 히틀러가 있지."


잘못된 욕망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안 한 채, 일단 규율을 어기지만 않으면 된다고 편법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사회에 만연하다 보니, 이러한 예전 일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행동하고도 "위법이 아니니까 문제없다" 라고 주장하는 자들에게, 그것이 정말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것인지를, 초여름의 밤인 오늘, 다시금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아스타네스

2014-06-14 01:24:08

1. 욕설 필터링 이야기를 읽다가 며칠 전에 트위터를 통해 인상깊게 본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영등위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욕설을 검열한다는 (본문의 학생들과 똑같은 방식을 예시로 든)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지요. 이를 리트윗한 지인은 이런 방식의 검열은 멀쩡한 단어를 오히려 욕설로 인식시켜 못 쓰게 만들 뿐이며, 욕설을 금지시킬지언정 변환하여 사용하는건 안 된다고 의견을 내놓았지요. 이를 읽고 최근 1년간 알게 된 새로운 욕설 표현을 떠올리니, 멀쩡한 단어가 변질되어 욕으로 쓰인 경우가 상당수 떠올라 착잡했습니다. 더불어 스스로의 언어 생활에도 더욱 주의할 필요성을 느꼈고, 본문을 통해서도 다시금 다짐하고 있습니다.

2. 시험기간 중 교양 과목을 준비할 때 옆에서 작년 문제와 정답을 프린트해가던 사람을 보고 아연실색한 기억이 납니다. 친구랑 얘기하는 게 들렸는데, 문제는 똑같으니 (객관식 출제라서) 번호만 외우면 된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며 갔지요. 요령이라 볼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컨닝보다도 질나쁜 편법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중학교 한문 과목 시험을 칠 때 비슷한 편법으로 공부했는데, 번호 대신 정답을 외우는 식으로 만점을 받았지만, 그토록 기대하던 점수와 실질적인 실력의 괴리에 절망하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습니다. 

SiteOwner

2014-06-15 11:07:21

우선,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대체로 검열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안을 금지당했을 때 금방 대체재를 찾아버리고 마는 성향을 무시하기에 계속 같은 패착에 빠져 버리고 말아 버립니다. 검열해서 가리고 어쩌고 하는 헛수고를 하는 것보다는, 주관없이 미디어의 내용에 휩쓸리지 않는 방향으로 교육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은 재론이 필요없습니다.

손자병법에서는 가장 좋은 것을 벌모(伐謀, 전쟁의 의지를 분쇄), 그 다음을 벌교(伐交, 외교전으로 전쟁을 억지), 못한 것을 벌병(伐兵, 직접 군사력으로 공격), 가장 못한 것을 벌성(伐城, 공성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적용하자면 이렇게 해석됩니다. 욕설을 쓸 필요가 없어지면 그만큼 좋은 게 없고, 쓰더라도 욕설로 인해 각종 인간관계가 험악해지고 자신이 불리해지면 안 쓰게 됩니다. 욕설을 검열한다고 해봤자 대체어휘는 금방 만들어질 것이고, 이것은 평이한 어휘로 교묘하게 포장된 비방중상을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예의 그 사례, 저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사실 그런 건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혈관에 더러운 피를 집어넣는 것과 동일합니다.

카멜

2014-06-14 10:55:36

원색적인 욕보다야 오히려 귀여운 편인데요 뭘ㅋㅋ

근데 굳이 욕설을 섞어쓸 필요가 없는데도 쓴다는게 문제.

어린 학생들의 욕설문제는 뭐 아마 우리 아버지 세대도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SiteOwner

2014-06-15 11:13:13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의 표현들에는 욕설을 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감이 귀엽다든지 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욕설을 자주 쓰는 학생들에게 그 말의 어원을 물어보면 보통 잘 모릅니다. 그런데 자세히 알려주고 나면 사용을 꺼리게 됩니다. 그 말이 그렇게 흉악하고 폭력적인지를 알게 되니 생각이 크게 바뀌는 것이지요. 아무리 세대가 바뀌어도 다를 바가 없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알고 쓰는 게 아닌데다 의미를 알더라도 대처방법이 잘못되었으니 달라지는 게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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