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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좀 쐬려고 집 근처를 도는데, 근처의 초등학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걸려 있는 국기를 자세히 보니, 국기봉에서 태극기가 반쯤 내려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 이상하다. 오늘 왜 국기가 조기로 되어 있는 거지? 이상하다...' 이런 생각만 하고는, 별로 마음 속에도 담아 두지 않은 채 그대로 집에 돌아왔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이 바로 국치일이었던 겁니다. 역사를 배우신 분들이면 다 알겠죠. 어째서 그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까... 나름대로 조금은 부끄러워지더군요.
아... 제가 애국심 조장하거나 하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명색이 배운 사람인데 새까맣게 잊고 다닌다는 건 좀 그러니까 말이죠. 그러고 보니 달력에도 표시가 안 되어 있더군요...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15-08-30 23:25:47
그러셨군요. 그래도 다음부터는 역사관련 주요사항을 확실히 기억하면 되니까 너무 자괴감 갖고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희집 경우는 28일 저녁에 단지 내에서 방송이 있었어요. 경술국치일이라서 조기게양을 권하는 내용의 방송이 나와서 여러 가구에서 그렇게 조기를 달았어요.
왜 달력에는 그런 게 표시되지 않을까요. 과거의 조선총독부 철거 논리일까요, 아니면 유관순은 누구나 다 아니까 국사교과서에 수록하지 않았다는 논리일까요.
대왕고래
2015-08-30 23:33:19
저 역시 지나가는 말로 들은 게 끝이었죠.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보니 국기가 어떻고 그런 것도 몰랐어요.
저처럼 모르고 지나간 사람은 몇명일까요?
사실 달력에도 없었고, 다들 알 도리가 없었죠. 왜 표시가 안 되어있을까요?
3/1절은 그에 대해 배우기 전에 달력의 빨간날을 보고 알게 되죠. 기념일과 추모일을 기억하게 된 건 그래서에요. 달력에 표시된 그런 날짜들은 특별한 날이고, 새겨야 하는 날이지죠. 분명 새겨야 하고 기억해야 하는 날인데 어째서...
잊고 싶어서? 뭔가 말이 안 되는데요. 찝찝한데요, 계속.
SiteOwner
2015-08-31 21:38:29
1910년 8월 29일 당일, 그리고 그 직후는 여느날과 다를 바 없이 평이했다고 합니다.
즉,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그냥 어느새 나라를 잃었다는 것. 물론 당시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해서 그날 모든 사실을 다 알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만, 당일 4대문 안에서조차 그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실 경술국치는 국가주권을 완전히 박탈당한 것도 국치이지만, 그날처럼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대사건이 진행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도 주권박탈 못지않은 치욕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그냥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렇게 비난하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무슨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정말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건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타플래티나
2015-09-03 23:21:44
그러고 보니 달력에 표시되지 않은 날들이 참 많습니다.
역사책을 훑어보지 않았다면 지나칠 수 있는 날들이죠.
특히 저는 수험 때문에라도 역사를 배우고 있으니, 더더욱 잊지 말아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