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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에게 열쇠를 맡긴 사례 하나

마드리갈, 2015-08-30 23:19:08

조회 수
137

사전공지

이 글은 특정 정당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의견 표명과는 상관없고 어디까지나 정치권의 자정능력 결여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두고 있으니까 오해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려요.



흔히 갑질이라고 불리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이나 외압 등이 주요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공정한 사회의 건설과 유지에 큰 장애가 되고 사회구성원이 시스템을 불신하게 되는 한 이유가 되기도 하기에 사회지도층의 그러한 행위가 비난가능성이 큰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어요.

게다가 사회지도층이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 명백해요. 그 예는 딱히 열거하지 않더라도 역사 속에 많이 나타나 있어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 하나를 소개해 드려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30/2015083001078.html


한 국회의원이 지역구 소재의 대기업에 전화를 걸어 로스쿨을 졸업한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어요. 그리고 이것이 소속정당의 윤리심판원에 회부되었지만 당규에서는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당규 제10호 윤리심판원 규정 제4장 제14조의 2 참고)


저 규정대로라면 처벌될 문제는 없겠네요. 그리고 규정을 지켰으니 안심.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비리를 저지르고도 2년 동안 숨기거나 버티는 데에 성공하면 아주 훌륭하게 규정을 잘 준수했으니 문제없을 거라고.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경우가 있으니까요. 만일 사안의 발생을 기준으로 하면 이를테면 민법 제847조의 친생부인의 소 같은 건 아예 꿈도 못 꾸게 될테니까요. 숨겨져 있는 채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기회조차 박탈되어 버리면 이건 공정한 법일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권획득을 위한 단체인 정당의 규약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게 뭐랄까, 공정한 사회 따위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일단은 그렇게 보이네요.

앞으로 정치권의 자정 이런 말은 믿지 않아야겠네요. 이렇게 책임회피와 규정준수를 양립시키는 묘안이 있으니.



"문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문제되지 않는다."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에서 히키가야 하치만이 한 이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도네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3 댓글

대왕고래

2015-08-30 23:27:23

체에 구멍이 나면 그 구멍으로 체가 허용하지 않아야 정상인 물건들이 빠져나올 수 있어요. 그럼 뭐 그 녀석은 체를 빠져나온 게 맞죠. 체의 기준에 합격한거에요.

규칙도 마찬가지로, 규칙 내부에 분명히 허용되서는 안 되는 걸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규칙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규칙을 통해 합법이 되는 (통념적인)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 있다면, 그건 어쨌든 합법인 거에요.

그럼 체가 망가졌다는 걸 알았으니 체를 고쳐야겠죠? 근데 과연 고칠까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습니다.

대왕고래

2015-08-30 23:40:03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죠. 안 고치면 최소 현상유지 최대 끝장이고, 사실상 현상유지가 될 확률보다 미끄러져 내릴 확률이 높거든요.

공부를 안했다는 것을 깨닿고는 "그냥 안해"라고 하면, 성적이 쫘악 미끄러지는 것이 당연하듯이 말이에요.

마드리갈

2015-08-30 23:37:40

명쾌한 비유, 정말 좋아요. 중요한 것은 다 말씀해 주셨어요.


어떤 도구, 기자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어요. 지금까지 문제가 없고 바꿔봤자 돈이 더 들고 불편하니 안 바꾸어도 된다는 입장, 그리고 지금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계하는 입장. 전자의 것이 얼마나 문제였는지는 사실 역사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테네리페 참사같은 대형 항공사고도 바로 베테랑의 자만심과 이상한 규정 준수로 인해 일어난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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