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사회의 온갖 단면 속에 무례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잔뜩 들고 있어요.
별별 더러운 말을 써가면서 상대를 욕하고 깎아내리는 것들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도 들어요. 대체 그렇게 싫다면서 같은 하늘을 이고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가 의심될만큼.
특히, 특정 컨텐츠의 악질 팬덤과 정치인들의 무례를 보니 놀라울만큼 닮아 있는 것이 많이 보여요.
러브라이브의 악질 팬덤의 무례한 행태는 결국 극장에서의 소란까지 일으켜서 사회문제 중의 하나로 부상했는데, 이 사건은 일간지 기사로도 보도되어 있어요.
특정 문화컨텐츠를 선호하고 그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저도 러브라이브를 좋아하고 애니 1, 2기를 모두 시청했으니까 러브라이브 팬덤에 속하겠지만, 저 악질 팬덤과 엮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들의 행태로 인해 러브라이브라는 컨텐츠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까지 하니까요. 사실 러브라이브 애니의 어디를 봐도,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된 어떤 노래를 들어도 폭력을 행사하라는 말은 전혀 없는데 그 악질 팬덤 탓에 컨텐츠 자체에 편견이 더해지고 있으니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불쾌해요.
그 악질 팬덤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러브라이브가 급부상하였으니 다른 컨텐츠를 무시해도 된다거나, 다른 컨텐츠의 팬덤을 공격할 권리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아이돌마스터를 비하하는 무식한 짓도 서슴지 않아요. 러브라이브의 제작사인 선라이즈가 반다이남코 계열사의 자회사이니까 그래봤자 제 얼굴에 침뱉기에 불과하고, 설령 러브라이브와 아이돌마스터가 완전 별개의 기업에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비방의 정당성을 갖춰 주지는 못하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어져요.
"메이저한 컨텐츠로 부상했으니 팬덤이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면, 마이너한 컨텐츠로 남아 있다면 다른 메이저 컨텐츠의 팬덤에 짓밟혀도 감수하겠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가 궁금해지네요.
이런 악질 팬덤의 무례는 정치인들도 잘 구사하고 있어요.
시의원이라고, 국회의원이라고 법 위에 서려고 하는 행태는 계속 있어요. 그래서 현행범으로 잡혔을 때 하는 말이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일갈. 저는 그런 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네, 잘 알아요. 현행범."
권력을 잡았으니 법 위에 서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권력을 잡지 못한 재야상태에서는 얼마든지 법으로 찍어눌러도 된다는 의미로도 통할 것이고, 그렇다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그렇게 단속당한 것은 정당했다는 결론이 나게 되어요. 이게 대체 무슨 자가당착일까요. 이래서 극과 극은 통한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다른 컨텐츠에 대한 비하를 일삼는 무례한 악질 팬덤처럼 정치인들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게 보여요.
우리나라의 정당은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고, 비록 정치성향은 다르더라도 결혼 등의 인적교류를 통해 정치인들 사이가 이어져 있는 경우도 꽤 있어서 상대를 더러운 언어로 비방하는 것은 자신의 가족을 비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어요.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남의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정말 중요한 국정현안에는 관심도 없고 상대 정치인들의 출신을 갖고 욕하기에 바쁘고, 정파가 다르면 아예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를 내버려도 된다고 생각해서 심지어는 대통령의 국회 입장 및 연설에 예를 표한 야당 의원이 주목받을 정도가 되었어요. 이렇게 무례가 일상화되어 있으니 상식이 비범한 것으로 보일 지경이 되었어요.
무례의 일상화는 어디까지 진행될까요.
그리고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요. 언젠가는 다른 상대에 대해서는 혐오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배신행위로 간주하여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여 박멸하려 드는 풍조도 일상화될 듯 해요. 그리고 그 끝이 해피엔딩이 아닐 것도 분명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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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군
2015-10-28 23:35:15
악성 팬들은 까를 만들죠... 그런 팬들 때문에 오히려 그 아이돌등이 피해를 입기도 하고요. 뭐 가끔은 그들이 오히려 지능적 안티는 아닌가 라고 생각도 하고요.
마드리갈
2015-10-29 20:33:39
그런 악질 팬덤은 자신들이 애정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요. 인기를 얻게 되고 위상이 높아지니까 횡포를 부려도 된다는 것 자체가 특정 컨텐츠의 향유 여부로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는 전근대적인 논리의 정당화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결국 악질 팬덤 그들 자체가 해당 컨텐츠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가장 비민주적인 자가 가장 민주적인 척 한다" 라는 말의 무게가 다시금 느껴지고 있어요.
안샤르베인
2015-10-28 23:45:46
확실히 요즘엔 사람들의 무례함이 일상적으로 되다 보니 제 이득만 챙기기 바쁜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진상짓을 마치 현명한 양 착각한다던가...
마드리갈
2015-10-29 20:43:08
맞아요. 무례한 것이 현명한 처세인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국내에서도 사례가 많지만, 특히 해외 관광지에서 얌체짓을 하는 바람에 한국인 관광객이 요주의 인물로 찍혀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있어요. 그걸 스마트컨슈머라고 하는 데서는 할 말을 잊었어요. 이러고서 동방예의지국 운운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스러워요.
오늘도 정치권은 여전히 막말을 쉬지 않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한국 국회의원의 경쟁력을 OECD 34개국 중 비교가능한 27개에서 26위라고 평가했어요. 그 뉴스를 보고는 한국보다 국회의원이 문제많은 나라가 또 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해당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하루유키
2015-10-29 23:43:20
저는 어떻게보면 상당히 무책임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웬만한 대상에는 중립을 지키면서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는 어떠한 컨텐츠(물론 예외는 있습니다)도 존중받고 즐길 자격이 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판단 하에 팬덤의 행동 같은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싫어하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부류도 팬덤 자체에 먹칠하는 저런 악질들이죠.
이건 조금 정치적인 문제가 있을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그렇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정치인 관련 문제의 경우는 말씀하신대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건 그러라고 뽑아준거긴 합니다만, 막말로 월급 주면서 일 하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이 대놓고 "나는 할게 없으니 네가 스스로 노력을 해야한다" 라고 답변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동에는 기가 차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실소만 나옵니다...
마드리갈
2015-10-30 00:02:23
하루유키님께서 말씀하신 것, 그게 정답이예요.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향유하기에도 바쁜데 그 이외의 것이 싫거나 동의하지 못할 성격의 것이면 외면하면 되지 굳이 거기에 시간을 들여서 욕하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러브라이브의 악질 팬덤이 벌이는 추태가 문제없다면, 당장 독일 바이로이트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의 축제 참가자들이 애니메이션을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더라도 표면적으로는 물론 내심으로도 그 차별을 받아들여야 마땅해요.
포럼에서는 위법하지 않다면 정치관련 주제를 반드시 피하지만은 않아요. 그러니 안심하시길 바래요.
벨라
2015-10-30 02:12:45
최근에 있었던 기대하던 컨텐츠를 악질 팬덤에 의해 잃어버린 사건이 생각나서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제작하려던 컨텐츠의 취소뿐만 아니라, 제작사가 활동을 전면 중지한다는 공지로 결과가 나왔지요. 악질 팬덤은 해당 컨텐츠 담당자의 미숙함 탓에 제작사가 활동을 중지했다며 화를 냈지만, 글쎄요. 제3자가 봐도 소름끼칠 정도로 컨텐츠의 내용을 폄하하고 제작사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었기에 저는 공감할 수 없었고 옹호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무례와 폄하로 컨텐츠를 판단하는 악질 팬덤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써서 평가해준다" 는 되도 않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아요. 당사자들은 '애정이 있어서' , '잘 되었으면 해서' 라는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하지만, 그런건 애정도 뭣도 아니고 내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면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보자 하고 협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의 사회 경향도 이러한 무례와 폄하로 점철되어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막막한 마음이 드네요.
마드리갈
2015-10-30 14:12:47
안녕하세요 벨라님. 오랜만에 잘 오셨어요.
말씀해 주신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예요. 문제의 그 팬덤이 얼마나 악질적이었으면 제작 컨텐츠의 취소 및 제작사의 활동 전면중지까지 간 걸까요. 어떠한 이유로도 전혀 변호가 되질 않아요. 그리고 그러한 악질 팬덤이 최대의 적이었다는 것도 입증되었어요. 게다가 무례와 폄하의 산물이기도 해요. 결국 제 글의 표현처럼, 결말이 해피엔딩일 수 없게 된 것이기도 하네요.
요즘 사회 각지에서 무례가 일상화되고 있어서 정말 보기 싫은 상황이 많네요.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건지...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게 그냥 귀찮은 건지, 가식으로 여기는 것인지...
Lester
2015-10-30 23:54:31
이런 경우에는 피해의식이니 뭐니 하는 옹호를 절대 해 줄 수가 없죠. 컨텐츠의 질이 높은 것과 그 팬덤의 질이 높은 것은 관계가 없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명품족들이 명품을 구매하고 고귀한 척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비단 애니나 만화만이 아니라 게임계에서도 상당한 것 같네요. 그런 광경을 보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컨텐츠를 즐기는 건가? 이 컨텐츠의 팬이 맞는가?'라는 의문밖에 생기지 않습니다.
문화가 아닌 사회적인 경우를 보자면, '지금 내가 이득을 보는 편에 서 있으니, 이 상황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심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힘 없는 자들이 당하는 광경을 보고 (자신에게 힘이 있든 없든) '나는 저런 상황에 놓이면 안 된다'라며 계속 선을 긋는 거죠. 가장 시급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건데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득을 보는 편에 서거나, 아니면 과부하가 걸려서 근래 유행하는 표현대로 '아몰랑'을 외치는 거죠.
Lester
2015-11-01 19:04:07
좀 더 얘기해 보자면, 사회의 구성을 해설하는 학문 중에 '기능론'이 있다고 합니다(자세한 건 저도 이제 공부하는 수준이라). 사회에서의 자원은 각자의 능력과 그에 따라 평가된 가치에 따라 분배되기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자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경쟁한다-라는 것이 기능론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게 '정당한 차별'로 왜곡되기 쉽다는 겁니다.
제가 쓴 댓글과 연결하자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들'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그렇지 못한 자들'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진 '노력'으로 봐줄 수 있죠. 그런데 가끔 단순히 자신의 소속만을 바꿔서 "저들은 저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저렇게 사는 거야. 노력을 하지도 않으니까 저러는 거라구. 저렇게 살고 싶어?"라며 은근슬쩍 불합리한 구조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의식의 변화를 막는 거죠. 객관적으로 보면 별반 차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못났다고 하는 상황인지라 슬프고도 씁쓸합니다.
마드리갈
2015-10-31 21:04:46
그럼요, 말씀하신 것처럼 악질 팬덤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런 팬덤이 컨텐츠의 존립과 성장에 최대의 적이 되어 온 사례는 말할 수 없이 많아요.
이득을 보는 편에 있으니 이 상황의 계속을 원한다...그것 또한 일리있어요. 그리고 섬찟해지고 있어요.마드리갈
2024-05-21 19:43:03
2024년 5월 21일 업데이트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뺑소니사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김호중 소리길의 철거를 검토중인 것이 알려지자 일부 극성팬들이 거친 언사로 매도하거나 항의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요. 관청을 가만두지 않겠다면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언행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렇게 악성 팬덤이 모든 상황을 철저히 악화시키고 있는데 책임은 어떻게 지겠다는 것일까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단독] 김천시 '김호중 소리길' 철거 검토하자, 극성팬들 "가만 안둬", 2024년 5월 21일 조선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