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항목에 스포일러가 상당히 많습니다.]
1. 여러가지 영화를 보았고 보고 있습니다.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스탠리 큐브릭), 2014년작 인터스텔라(Interstella, 크리스토퍼 놀란), 2015년작 마션(The Martion, 리들리 스콧), 2014년작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콜린 트러보로).
먼저 쥬라기 월드는 2001년 개봉한 쥬라기 월드 3의 후속작으로 쥬라기 공원의 사건으로부터 22년후, 이슬라 누블라에 새로 개장한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를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메인이 되는 공룡은 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등장한지 11년만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 프렌차이즈의 상징이자 대중들에게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준 슈퍼스타인 암컷 티렉스 렉시, 처음으로 인간의 편에 서서 인간과 함께 싸우는 시리즈 개근 얼굴마담 벨로키랍토르(벨로시랩터), 더 거대하고 더 강하고 더 인상적인 공룡을 컨셉으로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탄생한 괴수이자 본 작의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던 악역공룡 인도미누스 렉스의 셋.
영화는 역시나 이번에도 인간의 욕망과 오만에 의해 파국을 맞는 쥬라기 월드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라도 그것을 인간이 지배할 자격은 없다'는 초대 쥬라기 공원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와 더불어 '애들이 공룡을 동물원 코끼리 보듯한다"라는 대사를 통해 1993년 그때 당시와는 달리 더 이상 순수한 파충류 생명체로서의 공룡은 그렇게까지 놀라운 볼거리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하기도 하죠. 그 대안이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인공생명체이자, 공룡이라고 부를수 없는 괴수, 인도미누스 렉스라는 모습으로 제시되었구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초대의 오마주가 듬뿍 들어있는 영화라 무척이나 재밌게 봤습니다. 거대한 두 수각류 공룡의 혈투라는 클라이막스 씬도 그렇고 특히나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영화 초반 주인공들이 묵고있는 호텔의 창문을 활짝 열자 익숙한 메인테마와 함께 펼쳐지는 쥬라기 월드 테마파크의 파노라마 씬이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이전에 보다 포기한걸 최근들어 다시 보고있는데, 그때와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달에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반세기 전의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구현된 우주 공간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답습니다. 칠흑의 우주와 새하얀 우주선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모노크롬 컬러의 대비. NASA의 보고서까지 뒤져가며 구현한 우주 공간에 대한 묘사는 과학적으로 따질만한 고증은 겨우 단 하나(잠깐 등장하는 우주식량이 우주인의 섭취에 따라 튜브에서 끌어올려졌다가 입을 떼자 내려가는 모습), 그마저도 그럴수도 있다 라는 가능성이 있는 점. 의사중력을 생성하기위해 끊임없이 회전하는 도넛 모양 우주정거장의 경우는 정거장이 의사중력을 생성하기위해 회전하는 속도와 셔틀이 도킹을 위해 이동속도를 동기화 하는 장면 등등 고증을 놓치기 쉬운 부분도 하나하나 꼼꼼히 고증하여 공상비과학대전에서 분석한 결과, 우주선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수치값과 거의 일치했다는 등등... 이 영화의 고증은 실로 장인정신에 걸맞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직 절반 즈음 보다 말아서 초반부를 보며 느낀 점 이외의 코멘트는 이하 생략하겠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최근들어 보고있고 한 절반쯤 봤는데 이것도 꽤 재밌습니다. 웜홀이 어쩌고 블랙홀이 어쩌고 상대성 이론이 어쩌고 어떤 행성에서의 몇분 몇시간이 지구에서는 몇일 몇주 몇년이 걸린다는 묘사라던지 뭐 이것저것 별의별 머리아픈 과학 이야기가 끼어들긴 해도 그럭저럭 부담없이 재밌게 볼만한 영화인듯 합니다. 책 읽고 하며 이것저것 주워들은게 많아서 그런지 대강은 이해가 되더라구요.
마션은 어제 봤는데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유인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아레스 3 팀은 어느날 기지로 불어닥치는 거대한 폭풍에 의해 긴급히 대피하여 지구로 귀환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고로 마크 와트니를 화성에 방치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한편, 어떻게든 간신히 살아남은 마크 와트니는 지구로부터 5천km나 넘게 떨어진 화성에 홀로 내던져진채 생존을 시험받게 되죠. 와트니는 남아있는 기지의 물품과 식량, 동료들이 남긴 소지품들과 함께 그 옛날 화성 탐사 임무를 위해 보내졌던 무인 탐사선 마스 패스파인더와 소저너를 발굴하고 기지의 배터리를 연결해 부팅시키는 계책으로 30분의 딜레이가 존재하나마 지구와의 연락을 주고받고 동료들도 알고보니 와트니가 살아있다는걸 알아채자 지체없이 만장일치로 지구로 돌아가던 우주선을 되돌려 와트니 구조 작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덕분에 결국에는 화성에서 탈출해 지구로 귀환한다는게 대강의 내용입니다.
2. 작년의 연간 프로젝트중 하나였던 노래 100곡 번역이 끝났습니다. 마지막에 시간에 쫒겨 부랴부랴 밀린 분량을 소화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재밌게 번역했습니다. 통계 결과 Perfume이 24곡으로 최다지분을 차지했고 그 뒤를 16곡의 보컬로이드와 8곡의 상대성이론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하고싶었던 노래도 많았지만 남은건 나중에라도 천천히 해봐야겠습니다.
3. 작년에 하다가 접어둔 하야부사와 탑재 로버 미네르바에 대한 이야기, 달 탐사 위성 카구야, 지구심부 탐사선(시추선) 치큐에 대한 번역글 작성을 시간날때마다 틈틈히 해볼 생각입니다. 카구야와 치큐는 개요 정도만 해둔 상태고 하야부사와 미네르바도 아직 번역할 내용이 잔뜩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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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6-01-15 20:15:57
공룡, 우주 등 과학의 연구결과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정말 대단해요.
화석, 운석, 천체 관측결과 등의 몇 안되는 정보로 그렇게 엄청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 그 자체인데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묘사되는 우주에 대한 고증은 설명만으로도 할 말을 잊게 만들 정도네요. 저도 여유있게 보고 싶어졌어요.
노래가사 100곡을 번역하는 것, 쉽지는 않지만 일단 끝내 놓으면 참 보람있어요.
천체탐사선 관련 글의 번역문도 기대하고 있어요.
파스큘라
2016-01-24 09:52:49
보거나 갖고있는 영화중에 또 몇가지 소개해볼 참입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정말 60년대 아날로그 기술의 정수가 느껴지더라구요. 혹여라도 보신다면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 상당히 긴 영화인데다가 템포가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날 잡아서 느긋하게 보셔야 할겁니다.
번역 2차, 3차도 준비중이긴 한데(1차의 후보군들도 여럿 있고) 일단 당분간은 쉬어야 겠습니다.
번역 쪽은 한 2월달부터 느긋하게 작업할 계획이구요.
SiteOwner
2016-01-17 18:28:14
SF 영화들을 보면 인간의 상상력과 이성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들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류사의 여러 논쟁들이 재미있는 방식으로 잘 구현되어 있는 것이 보여서 그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상당히 크기 마련입니다. 사실 그런 담론들은 철학서적을 읽었을 경우에는 따분하여 상당히 읽기 싫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많지만, 영상물로 만들어지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기 마련이지요.
말씀해 주신 영화들, 차분히 보면서 음미하고 싶어집니다.
파스큘라
2016-01-24 09:59:29
어릴때부터 각종 과학 관련 만화나 책같은거에 파묻혀 살았다보니 인터스텔라 같은 경우도 상대성이론이 어쩌고 하지만 대충은 알아먹겠더군요.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장르중 하나라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부분 근미래나 평행세계의 현대를 다루고 장르 특성상 또 있을법해 보이는 분위기가 좋아요.
취향에 맞으신다면야 다들 재밌는 영화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마션이 가장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