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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여성지에서 읽었던 무서운 의견 하나

SiteOwner, 2016-01-17 22:48:03

조회 수
267

예전부터 손에 잡히는 활자매체는 거의 대부분 읽었고, 그 중에는 여성지도 있습니다.

지금도 이름이 생각나는 것으로는 여성중앙, 레이디경향, 가정조선, 영레이디 등의 두꺼운 것부터,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사외보인 향장 등의 얇은 것까지 다양한데, 그 중 독자의견란에 있었던 상당히 무서운 의견 하나가 생각나고 있습니다.


한때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용어로 게이보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어가 된 말이다 보니 꽤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독자의견이 몇 건 게재되어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띈 것 중의 하나는 "게이보이는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니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그 당시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그 의견을 읽고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조주, 신 등의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면 이 세상에 성적 정체성이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태어난 사람이 있는 것도 창조주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존재도 아니면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속성을 타고난 사람들에 대해 신의 섭리를 거스르니 어쩌니 하는 주장을 펼치면서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니 기가 찹니다. 만일 그 기고자 앞에 트랜스젠더인 사람이 나타났다면 그 기고자는 그런 사람을 테러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죽일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절대자도 아니면서,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신봉하고 있는 종교에 근거하여 특정인의 존재를 허용하니 마니 하는 그런 오만한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리고 그 기고문에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타인의 특수한 사정에 대해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닌 한 자의적으로 그 사정을 용납못한다 등의 말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 물론 뭔가 해 줄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8 댓글

마시멜로군

2016-01-18 00:25:01

신의 섭리요? 제 극히 개인적인 무신론적 관점을 빼고도 자기가 신이라도 된다는건가요? 어떻게 인간이 신도 아니면서 신의 섭리를 안다는걸까요? 말씀하셨듯이 성소수자도 신의 섭리일지 누가 알겠습니까.

SiteOwner

2016-01-19 20:00:15

말씀하셨듯이, 신이 있든 없든간에 인간이 신의 섭리 운운하면서 특정인을 인정못할 대상으로 낙인찍는 것은 신을 참칭한 폭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성소수자가 있다는 것이 신의 섭리라면 그건 당연히 인간이 반박할 수 없는 것이고, 신의 섭리가 아니라면 그런 사람들을 태어나게 한 신 자체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고 결함품이라는 것밖에 더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자들은 신의 섭리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신봉하는 신을 무지몽매한 존재로 타락시키는, 최악의 신성모독을 자행하는 것입니다.

대왕고래

2016-01-18 00:39:55

신의 섭리같은 건 솔직히 제가 신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저와 다른" 사람들이 신의 섭리를 따르든 말든 간에,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배척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에요. 그냥 그게 다에요.

SiteOwner

2016-01-19 20:15:46

그렇습니다. 사실 만나본 적도 없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신에 대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그러한 신의 섭리 어쩌고를 근거로 삼아서 무고한 사람들을 용납못할 존재로 낙인찍거나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세계사의 여러 단면에서 벌어진 온갖 잔혹한 박해, 살육 및 전쟁의 상당수가 종교, 신 등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신의 섭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비도덕과 폭력의 정당화로 보입니다.


죄는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씁쓸해지고 있습니다.

HNRY

2016-01-18 01:59:10

애초에 종교인이라고 하여도 신의 섭리는 함부로 입에 담을 말이 아닙니다. 신이 존재한다 쳐도 신의 뜻이 어떠한지를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될 노릇이지요. 애초에 트랜스젠더의 개념이 없던 먼 옛날에도 거세된 사람을 차별해선 안된다고 그리스도교(기독교) 성경에조차 명시해 두었는데.......

SiteOwner

2016-01-19 20:24:56

신의 섭리 운운하면서 특정 속성을 가진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오만한 폭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폭거의 결과는 온갖 크고 작은 전쟁 및 쉽게 해소되지 않는 증오 뿐입니다. 종교의 창시자들이 이런 결과를 원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결론은 조금 아는 어떤 신자들이 신의 섭리를 방패막이로 하여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짜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문제의 그 기고문을 쓴 자에 대해서는 "무식한 자 겁없다"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Lester

2016-01-20 00:23:53

사실 '신의 섭리'를 운운하는 거 자체가 바로 "권위&공포에 의거한 논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먼 옛날의 구석기 시대에 있었던 샤머니즘처럼, '신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신이 벌을 내릴 것이다!'라며 협박을 하는 거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설령 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신이 구태여 그 사람의 뜻만 들어줄 만큼 가벼운 존재일까요? 가톨릭의 마녀사냥, 기독교의 예수쟁이, 이슬람의 IS, 불교의 파계승 등을 보면 신의 이름을 자주 들먹일수록 그와 반하는 행동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눈의 착각일까요?

SiteOwner

2016-01-20 08:26:24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협박이야말로 그 협박자가 신봉하는 신을 미욱한 존재로 떨어뜨리는 짓인데, 그걸 모르니 뭐라고 해야 할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그런 사례들은 결코 눈의 착각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마침 어제 종교시설 반달리즘사건이 있었군요. 신의 계시랍시고 성당에 난입하여 성모마리아상을 부수고, 이후에 사찰에 난입하여 불상 및 법구들을 집어던져 깨는 만행. 기사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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