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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의 허상

마드리갈, 2016-02-02 22:23:22

조회 수
277

최저임금(最低賃金, Minimum wage).

이것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하한선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의미해요. 즉, 바꾸어서 말한다면 노동력이 일정금액 미만으로 거래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죠.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요. 찬성론은 대체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빈부격차 및 불평등의 완화, 종업원의 사기 증진, 사업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극 등에 초점을 두고 있고, 반대론은 빈부격차의 심화, 실업률의 증대, 산업경쟁력의 악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오늘 마침 이런 기고문이 있길래 읽어 보았어요.

최저임금 올리기보다 더 시급히 시행해야 하는 것은...(자유기업원 최승노 부원장의 기고)


이 기고문에서는 대략 이러한 논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 시장에서의 제품/서비스의 가격은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결정되어야 한다
  • 임금의 결정은 생활비의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 최저임금제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해의 한 요소이다
  • 법은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서는 안된다
  • 최저임금제보다 정부실패에 더 신경써야 한다


꽤 논리정연한 것 같아 보이죠? 그런데 저 논지들이 하나같이 결함투성이라는 게 문제.

그러면 하나하나씩 격파해 보도록 해요.


시장에서의 제품/서비스 가격은 기본적으로 경제논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맞긴 해요.

그런데 이것을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죠. 사실 그렇게 결정할 수 없거나, 설령 가능하더라도 국가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득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일단 무기류 같은 것은 대체로 러시아나 중국의 것이 가격이 낮은 편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자유진영 국가들의 것은 비싸기 마련이죠. 그리고 국산화할 경우 상당히 비싸지기도 하죠.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각종 무기류는 러시아제나 중국제가 다수가 아니라 자유진영 국가들에서 도입하거나 국산화한 것들이 대부분일까요?

식품류의 경우도 수입육이 싼데 왜 수입육은 왜 더 비싼 한우 및 국내산 돼지고기를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쌀 등의 곡물류도 왜 전량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있을까요?


임금의 결정이 생활비의 문제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은 할 수 있어요.

이미 다른 자산이 충분하거나, 임금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 즉 금융소득이나 지대 등이 충분하여 생활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고도 남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최저임금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사람에게서 임금의 결정과 생활비의 문제가 분리가능한 사안인지도 의문이 안 들 수 없어요.


최저임금제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말에는 그냥 실소를 금할 길이 없어요.

타인의 노동력을 쓰면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그러한 경쟁력 없는 업자들이 언제부터 국민생활을 좌지우지할 권리를 지녔나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천부인권이라는 게, 사리사욕에 눈먼 업자들의 부당이득실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용도폐기되어도 좋은 건가 보네요. 정규직 노조는 거대권력이 되어 건드릴 수 없으니 이제 업자와 저임금노동자들이 서로 물고 뜯기를 부추기는 건가요? 이렇게 본다면 오히려 기고문의 논지는 경쟁력 없는 업자들의 하층민 약탈을 허락하고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같은데요.


법이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면, 국가가 있을 필요도 없어지네요.

국가의 틀을 벗어난 경제시스템이라...

글쎄요.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 경제사조가 대세였던 산업혁명기 당시에도 이런 주장은 없었던 것 같은데, 과문의 탓일까요?


최저임금제보다 정부실패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네요.

그런데 정부가 실패한 사례는 세계 주요국가들보다는 흔히 말하는 취약국가들에 더욱 많이 보이고 있고, 시장이 실패한 사례는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가리지 않고 더욱 광범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 이미 1930년대를 휩쓴 세계대공황,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일본식 장기불황,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등이 있는데.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 책임은 누가 졌을까요?


저 기고문의 논지대로 추론을 해보니 참 재미있는 것들이 있어요.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러게 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명제로 요약이 되니까 이 명제의 대우를 취해 보죠. 어떤 명제의 값이 참이라면 그 명제의 대우도 당연히 참이 되니까 저 명제의 대우를 만들면 이렇게 되어요.

  •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으면 실업률이 낮아진다.
  • 실업률이 낮아지면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는다.

여기서 인상되지 않는다는 말은 동결뿐만이 아니라 인하 및 폐지도 포함하는 개념이 되어요. 인상만 아니면 되니까요.

그러면 역시 이런 논리도 성립하겠어요.

마이너스의 가격으로 노동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야 산업경쟁력이 강화된다.


잠깐, 이거 어디서 보았던 것 아닌가요?

맞아요. 이전에 썼던 글인 악독함과 불공정의 안쪽, 시즌2에서 우려했던 것 그거예요.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국가인 호주, 룩셈부르크, 모나코, 산마리노, 프랑스, 뉴질랜드,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영국, 캐나다, 안도라, 미국, 이스라엘, 일본, 슬로베니아, 스페인은 모두 정부가 실패했고 경쟁력이 형편없는 국가들이네요? 그리고 노예 무역업자, 마약 밀매업자 등과 같이 사람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사업가들이겠군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8 댓글

안샤르베인

2016-02-02 22:57:33

임금과 생활비를 별개로 본다는 것에서부터 실소를 금할 수 없네요. 특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금노동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죠. 전부다 자영업자가 되라는 소리인지...

마드리갈

2016-02-03 14:34:59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바로 저런 기고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조금 더 큰 범위로 비판을 하자면, 저 기고문에서는 현재 국내의 경제질서, 관행 등에 대한 고찰 없이 경제현상의 문제를 특정 요소에 전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더 원색적으로 비판하자면, 잘못된 경제질서에 대해서는 긍정, 그 경제질서에의 도전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고 있다고 할까요?


저 기고문의 가치는, 글을 허술하게 썼을 때 어떻게 반박당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 정도면 충분하겠죠.

마시멜로군

2016-02-03 00:09:08

임금하고 생활비를 따로 본다는 것에서 이해가 안되네요. 과연 그 주장이 평범하디 평범한 소시민에게도 해당 될까요? 제 생각에는 해당되지 않는것 같은데요.

최저임금제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잘은 모르겠지만 헛소리 같고요.

법은 애초에 보호하기 위해 있는것 아닌가요?

소시민들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몰락하면 국가는 실패하게 되고요. 최저임금제를 이용해서 시민을 살리고 국가도 같이 살아나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드리갈

2016-02-03 14:46:47

경제학에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이 전제거든요. 즉 특정전제하에서 타당한 것이, 그 전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타당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어요. 그 점에서 보았을 때 문제의 기고문의 요지인 최저임금제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단기적 상황, 즉 노동과 자본 정도의 요소의 투입량 이외에는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는 타당할 수 있지만 장기적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인간은 결코 주어진 게임의 룰에 따라서 움직이지만은 않고, 충분치 않은 급여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선택하는 대신 범죄에 손을 대는 식으로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 바스티아라는 자의 견해가 진리인 것도 의심스럽고, 다수의 정상적인 국가가 취약계층 보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펴는 것만 봐도 정부의 실패 운운 하는 것은 공중누각에 불과해 보여요.

탈다림알라라크

2016-02-03 23:20:11

뭐,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의 두 배인 일본은 진작에 자영업 같은 게 망했어야 하고, 선진국 같은 곳의 경제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금과 생활비가 별개라는 말에서...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계시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드리갈

2016-02-03 23:32:59

그렇죠. 문제의 기고문은 논지 자체도 결함투성이라서 금방 논파되는데다 세계가 반례로 가득차 있어요.


저 기고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설마, 저 기고문에서 상정하는 세계는 북한처럼 노동자에게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임의로 노동력을 징발가능한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래서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고 말할 자격이나 얻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북한에서 아예 탈출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나 봐요.

Lester

2016-02-07 01:22:22

임금이 생활비와 별개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점은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고, '법은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도 다분히 의심스럽네요. 오히려 저런 소리를 할 수록 '법의 보호'를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저임금제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요소이다'란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겠지만, 근로자도 하나의 '(노동) 자원'이라는 걸 망각한 것 같습니다. 편의점이나 일반 가게에서 로봇을 돌리거나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도 비용을 줄인다면 사업이 성립이나 하는지 궁금하네요. 또 최저임금제와 경쟁력을 연관짓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엄살'로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서 실패하긴 싫으니 임금을 깎아서 목숨을 부지하는 걸로 보이는데, 이걸 무작정 나쁘다고 보는 건 또 너무한 것 같기도 하고...

마드리갈

2016-02-07 20:22:13

본문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자유방임주의가 지배적이었던 산업혁명기에조차 저런 주장은 안 했을 것같아요. 그 정도로 예의 그 주장은 극단적이고 과격하고 게다가 설득력이 없어요.

게다가,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이 시장논리로만 결정되는 이상적인 자유경쟁시장에서는 시장에의 입장과 퇴장이 자유롭지 않으면 안되죠. 즉 다르게 말한다면 망할 업자들은 망해야 하고, 그것에 개입하지 말아야 해요. 그런데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지켜야 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입퇴를 자연스럽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여기서부터 모순이 생기고 말아요. 취지도 결론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것들을 긍정한다고 해도 논리 자체에 흠결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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