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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과 얽힌 크고 작은 이야기

SiteOwner, 2016-02-18 21:38:51

조회 수
355

인간은 어느 한 지역에서 태어나기 마련이고, 그렇다 보니 둘 이상의 지역에서 동시에 태어날 수도 없고 태어난 지역이 없을 수도 없습니다. 물론 지각변동 등으로 태어났던 지역이 없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태어난 장소가 당시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부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감정이라는 게 인간의 생활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살아오면서 지역감정 관련으로 별별 것을 겪어봤는데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좀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1.

국민학교 취학당시 살던 마을에 1학년 남학생은 저 혼자뿐이었고, 같은 동네에 살았던 같은 학년의 학생은 모두 여학생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 여학생들과 한 동네에 살고 같이 놀았던 적도 많았다 보니 많이 친했는데, 이게 전원 다른 동네에서 온 남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보기 싫었나 봅니다. 그래서 1학년 1학기가 끝나기 전에는 반 내에서 저를 제외한 남학생 전원이 대놓고 저를 다른 동네 애라고 대놓고 배척했습니다. 이 경향은 한 학기 동안 같이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2.

지금은 절연한 친척들이 서울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친척들은 당시에 돈도 잘 벌고 있다 보니 좋은 옷도 입고 있었고,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다 보니 확실히 세련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희집이 큰집이다 보니 설이나 추석 때 그 친척들이 저희집으로 찾아왔는데, 그 친척들이 부러워 보였습니다. 그 친척들이 즐겨 말하는 게 있었는데, "우리는 작은집이라도 서울에서 산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나중에 그 친척들이 가세가 급격히 기울고, 사고로 몇몇은 죽기도 하였습니다. 반면에 저희집은 장족의 발전은 없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점진적으로 형편이 나아지는 중이었는데, 그 친척들은 여전히 자신들은 서울에서 사니까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잘 살게 되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든지,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난폭했던 친척은 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가 5년 전에 병사했습니다.


3.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 사이에 학생들이 쓰던 은어 중에 "M촌" 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말은, 한센인들의 집단거주지를 말하는 멸칭으로, 어원은 한센인을 가리키는 멸칭인 "문둥이" 의 로마자 첫 글자인 M에 촌이라는 말을 붙여서 만든 악질적인 어휘였습니다. 그리고 한센인 집단 거주지에서 온 학생들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센병은 같은 생활공간의 공유 등 장시간 접촉에 의해서 전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전염력이 상당히 약한 편이라 부모가 모두 한센인이라고 해서 자녀가 반드시 감염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미감아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의학의 발전으로 한센병이 상당부분 극복되어 가는 중이라 저런 용어들을 접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 거의 없어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2010년에 소록도를 방문한 영국의 귀족 로더미어 자작부인(관련기사) 같은 분들이 더욱 고맙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4.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별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특히 과외교사 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일단 영남권 출신은 언어장애자라서 안되고, 호남권 출신은 빨갱이 앞잡이라서 안된다는 말.

영남권 출신은 사투리를 구사하는 언어장애자가 대부분이라서 그런 사람에게 학생을 맡기면 학생의 언어습관이 오염될 수도 있고 게다가 언어장애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호남권 출신은 가르치는 도중에 의식화교육을 할 것이니까 그 사람에게서 배우면 대학 진학 후 화염병 던지는 것만 할 것이라고. 이런 소리를 공공연하게 하는 것이 당시 서울의 사정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지역에 관한 차별적 의식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만,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서울과 지방의 심리적 거리는 굉장히 먼 편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부산이나 대구, 광주 같은 지방 대도시를 그냥 시골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5.

대학 내 운동권들이 잘 하던 헛소리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광주는 혁명의 수도, 대구는 반역의 소굴"

"박정희가 태어난 구미는 지도에서 지워야 하고 구미 출신은 박멸해야 한다"

"낙동강 전투에서 인민군이 이겼어야 하는데 왜관, 포항 놈들이 있어서 졌다" *

"경상도 족속들은 왜구의 후손"


(* 6.25 전쟁 당시 낙동강방어선의 격전 중에 왜관 다부동 전투와 포항여중 전투가 있음)


6.

광주, 전남 지역에서 온 학생들에게 달라붙는 운동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방에 불쑥 찾아와서는, 미완의 혁명을 위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 선배들이 5.18에서 흘린 피를 허무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하는 등으로 정치선동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당시 기숙사생활을 했던 저는 광주 출신의 학생과 같이 방을 썼는데 그 학생에게 찾아와서는 그렇게 강압하는 자들이 있어서 그 학생이 그것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고는 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 운동권들은 저의 출신지를 문제삼아서 온갖 패악질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7.

저는 여러 지방의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편이고, 그렇다 보니 대구경북권에서는 접하기 힘든 것도 구해다 먹거나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홍어인데, 이 홍어에도 꽤 지역 관련의 편견이 있더군요. 사실 호남권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홍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저나 동생같이 호남권 출신이 아닌데도 홍어를 좋아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즉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홍어를 좋아하는 것으로 인해 혹시 호남권 출신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 자체로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거기에 정치성향 등이 결부되면 싫어집니다. 홍어를 먹으면 특정 정치성향이나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8.

대학생 때, 어떤 후배 여학생에게 이상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은 여성차별이 아주 심하지 않냐는 것인데, 대체 무슨 기준에 근거한 것이고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다짜고짜로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중동지방의 악습같은 건 최소한 없고, 대구경북지역이라고 해서 모두 그런 것도 아닌게, 당장 저만 하더라도 여동생이 있고 또한 존중하는 입장이라서 일반화는 할 수 없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여학생이 거짓말이라고 하네요. 항상 여성에게 친절한 제가 대구경북 쪽 사람일 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4번째 이야기에서 겪었던 차별 문제도 있다 보니 전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었기에 그 여학생은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그 여학생에게 근거없는 주장으로 지역감정 선동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여학생은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래서 저는 더 이상 그 여학생에게만은 더 이상 우호적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 잘못된 고정관념대로 대우받아보니 기분좋냐고 만족하느냐고 쏘아붙였습니다. 그 여학생은 전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여학생 이름이 모 한국인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와 같다 보니 잊지는 않고 있습니다.


9.

수도권, 대구경북권 및 호남권에서 직장생활을 해 봤습니다. 커리어가 아주 긴 것은 아니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에는 성급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만, 약속을 잘 지키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사업장 소재지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하고 거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것은 사용자의 품성입니다. 그렇게 영호남 지역감정 어쩌고 그러면 저는 대체 직장생활을 어떻게 호남권에서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지역감정 관련 이야기를 쓰면서 돌아보니, 즐기고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을 왜 편가르기하고 미워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반목과 증오로 무장한 자들을 그냥 무시하기도 뭐한 게, 그들에게 인생을 방해받거나 중단당해서도 안되다 보니, 별로 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의 헛된 생각을 실현되지 않게 억지할 능력은 갖춰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 여학생, 이제는 그런 잘못된 생각을 버렸을지...그럴 것 같았으면 그런 바보같은 말도 안 꺼냈겠지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8 댓글

안샤르베인

2016-02-18 23:15:00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에피소드가 많네요.

나는 이 지역에 사니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근거없는 자의식 과잉에서부터 넌 이러이러하니 그 지역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참(...) 거기다가 틀린 주장을 굽힐 줄 모르니 더 한숨나오는군요.

SiteOwner

2016-02-19 19:52:42

서울에 사는 게 무슨 벼슬도 아닌데, 정말 그런 자의식과잉은 뭐하러 가지는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런 주장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조상들이 선견지명이 있어서라고.


예의 그 여학생은 잘못된 생각이 그렇게도 중요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그런 여학생은 아주 약과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신문의 칼럼에 "가정부가 모 지역 출신이었기에 요리는커녕 다른 가사는 아무것도 못하였다" 라고 기고한 대학 교수가 있었습니다.

Lester

2016-02-19 00:48:35

어떻게 보면 저런 지역감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언가 화를 낼 만한 구실이 마땅히 없으니 저런 걸 물고 늘어지는 거죠. 운동권 에피소드 역시 뚜렷한 설득력이나 화제가 없으니까 지역의식에 매달리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요. 이런 지역감정을 부추긴다고 한들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을 텐데 왜들 그리 계속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SiteOwner

2016-02-19 19:56:15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 공격할 여지가 없으면 그 사람 자체보다는 백그라운드를 물어뜯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러한 가학적 심리가 잘 발달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대로 거꾸로 풀이하자면 싸움을 위한 싸움을 거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운동권들은 배운 것도 없고, 그런 방법이 아니면 달리 존재감을 과시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게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지역주의의 망령에 가둬놓는 꼴밖에 안되지만, 백약이 무효입니다. 배운 게 없으니 생각할 줄도 모르고, 그래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마시멜로군

2016-02-19 05:59:34

어이없는 사례가 많네요.

2번은 참.... 서울사는게 뭐가 대수라고요?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 전혀 말도 안되는 소리로 그 지역에 대해 생각하다니... 어이없네요. 허...

SiteOwner

2016-02-19 20:06:34

도저히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담은 포럼에 쓰기 위해서 어휘를 좀 다듬어서 그렇지, 원래대로 썼다면 이용규칙을 위반할 레벨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것들이 점차 줄고 있고, 남아 있는 편견도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일까요. 이 와중에도 세상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카멜

2016-02-19 20:53:20

가끔가다 그런사람들을 봅니다,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말로 꺼내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거 같은 사람들 말이지요.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을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는 고려하지 않는가 봅니다.


뭐 대구가 반역의 도시라는건 소위 진보 사이트라고 일컬어지는 커뮤니티 사이트들 사이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그런 막말은 더 커지죠.
지금은 그렇게 공공연하게 지역감정을 이야기 안...하나요?

SiteOwner

2016-02-20 03:39:57

역시 1990년대나 2010년대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요즘도 그런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은 그 자체로도 야비하고 편견에 가득찬 말임에 틀림없지만, 대구의 별칭 중에 조선의 모스크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 더더욱 그렇게 말을 못할 것입니다.

무식한데다 인성마저 열등하다고 하면 딱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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