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하는 현대사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웹툰 출신으로 보기만 했을 뿐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만화였기는 한데, 요즘 여러조모 많은 일들을 겪다 보니 여러모로 저 만화가 생각나더군요. 내용보다는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겪은 단편적인 일들이 현대사라는 거창한 수사가 붙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러모로 격동적이였던 것은 사실이라 봅니다.
1. 가치관이 정해져간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이것도 인생은 알 수가 없는 일이라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모르겠습니다만, 정치 관점같은 부분부터 심리상태까지 점점 온화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중2때까지는 상당히 착실한 아이였는데, 그 뒤로 안 좋은 일들만 계속 겪게 된 이후로 조금씩 엇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 촉법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흔히들 '중2'라고 부르거나 아Q정전에 나오는 아Q처럼 행동하는 것을 기득권에 대한 반항이라고 생각한다던지, 원래부터 감수성이 많이 풍부했던 터라 사소한 윤리적 결함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던지 하는 일들입니다. 머지 않았던 과거, 제가 사회에 대해 불만을 계속 토로하자 친한 친구가 계속 묵묵히 듣다가 마지막에 다 듣고 나서 딱 한마디 말을 했습니다. " 웃으며 살아라. " 조소나 비꼼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이겠습니다만,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내면적으로 감사를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공부하면 공부할 수록, 결국 학문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귀결을 위해 나아간다고 생각됩니다.
2. 반면 세상은 많이 혼란해졌다는걸 느낍니다. 인터넷에서는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나오더니 이제는 내가 만든 단어가 특정한 무언가에 얼마나 모욕감을 줄 수있는가를 경쟁하는 듯한 이상한 면모를 보이기까지 하고, 이제는 사회마저도 이러한 면모에 감화되어가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반면 포럼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색채를 간직하고 있는 듯 해서 뿌듯합니다.
3. 이제 사회인인데, 군대는 스킵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일이 있었죠. 군대에 가지 않아서 나쁜 점도 있을테고, 군대에 가서 좋은 점도 있을 것은 확실합니다. 하여튼, 대학도 가지 않고 군대도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관점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특별한(혹은 특이하거나 비정상적인 이라고 말할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저 담담합니다.
*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는 책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신 분이 포럼에 계신가요?
조명이 좀 더 비싼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서 그늘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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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시멜로군
2016-02-24 21:02:58
어서오세요!
2. 예. 조국을 비하하는등의 신조어가 요즘 많은거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런거 싫습니다.
3. 뭐 이런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죠. 저처럼 문과인 게임 개발자(지망생?)도 아주 살짝 특이해보이긴 해도 저는 별생각 없거든요.
프레지스티
2016-02-24 21:10:12
최근 만나본 사람 중에 문과 출신의 게임 개발자 분을 만나뵜습니다. 웹디자인 쪽을 공부하신 스마트폰 게임 회사에 일하시는 분이시더군요.
왜 스마트폰 게임 회사에서 웹디자인 개발자를 채용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D
재밌는 것은 저도 웹디자인의 길을 걷게 되었군요. 많이 배우기 힘듭니다 흑흑.
마드리갈
2016-02-29 13:56:05
프레지스티님, 오랜만에 잘 오셨어요!!
가치관의 정립, 그리고 혼탁한 세상 관련의 생각을 접하니 생각나는 한 마디가 있어서 소개해 드리고 싶어졌어요.
"Weather may vary. Performance won't."
BMW 미국법인의 웹사이트에서 본 것으로, 날씨는 변하더라도 성능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 자사의 4륜구동 시스템인 xDrive가 날씨에 상관없이 최고성능을 발휘한다는 자부심에 찬 표현이예요. 이것처럼, 외부 상황은 변하더라도 중심은 잘 잡아야겠죠.
포럼은 무엇인가에 대한 안티테제를 지향하지 않아요. 그 자체이길 지향하니까요.
SiteOwner
2016-03-03 22:58:07
오랜만에 잘 오셨습니다.
군복무가 그 자체로 지니는 가치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아니오" 가 됩니다. 세상에는 저나 다른 군필자도 있고, 프레지스티님같은 분도 있는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는 중론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자신이 겪는 다른 인생에 대해 비관하지 않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포럼에 대한 호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포럼은 고유의 색채를 간직할 것입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렇게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