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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에서 선후배 서열, 대체 왜 저럴까요...?

마드리갈, 2017-02-23 11:03:21

조회 수
159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대학이나 전공에 따라서는 선후배 서열에 집착하고 심지어 폭력행사도 정당화하는 그런 악독한 행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어요.

대체 무엇을 위해 대학 안에서 선후배 따지고 그러는 걸까요?

오늘 올라온 뉴스 하나에서, 저런 사태가 몇번이고 사회문제로 부상했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게 되네요.


저러한 사태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 봤어요.

보통 그런 말을 하죠. 군사문화의 잔재 운운 하는데, 이건 좀 아닌 듯해요. 그도 그럴 것이, 저런 선후배 서열 어쩌고 하는 것이 전적으로 군복무 경험이 있는 남성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다 예의 기사에서 보듯이 여성들만의 집단에서도 충분히 발생하는 것이고, 그들이 어떤 군사문화에 젖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또한 군복무 경험자가 한국처럼 많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도 저런 악관행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해도 일단은 존재하다 보니 이 점에서도 군사문화 탓이라고 일반화할 여지는 더욱 줄어들기 마련이예요.


그러면 무엇이 원인일까요?

이것도 비판의 여지는 있겠지만, 약간이라도 우위가 있다면 그것을 근거로 타인을 짓밟아도 된다는 못된 심성이 작은 사회 내에서는 제어되지 않는데다가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 싸게 먹혀서가 아닐까 싶네요.

조금 바꿔 볼까요? 먼저 학교에 들어왔다는 것을 프리미엄으로 생각하니까 나중에 들어온 학생들은 열등하게 봐도 무방하고, 그러면 괴롭혀도 된다는 식으로 논리구조가 만들어지죠. 그리고 미리 설정해 놓은 함정 속에서 그들을 괴롭게 만들면서 그것을 보고 즐기고, 문제가 생기면 그 중심이 되는 인물을 박해하여 악인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 권력구조가 별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유지된다는 것. 그러니 이러한 못된 심성과 행동양식이 혁파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구조는 언제라도 다음 희생양을 찾고 있을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여기서 맹점이 드러나고 있어요.

그렇게 "약간이라도 우위가 있으면 타인을 짓밟아도 된다" 라는 사고방식은, 열등하면 짓밟히더라도 불평말아야 한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요. 게다가 인간은 누군가가 설정해 놓은 게임의 룰에 반드시 복종하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즉 판을 엎어버리거나 떠날 수도 있어요. 내부의 부조리상황을 외부에 알려서 그 권력구조 자체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흔들어 놓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 그러니 아무리 저런 악관행을 숨기려고 해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겠죠.



그러고 보니, 예의 사고방식, 어디서 느낀 것과 비슷하다 싶었는데, 악질 팬덤 및 법 위에 서려는 정치인들의 행태와 참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제가 다닌 대학의 기풍이 개인주의적인 점에도 감사하고 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을 다시 깨달아서 그런 것일까, 더욱 그렇게 여겨지고 있으니...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앨매리

2017-02-24 19:25:54

해외에 살다 온 입장에서 보면 '저건 무슨 괴문화지?'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국제학교에 다녔을 적에는, 나이나 학년에 관계없이 두루 친하게 지내는 경우를 제법 봤거든요.

그리고 연장자를 공경해야된다는 한국 특유의 유교적 문화도 한 몫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연장자도 연소자에게서 존중받을 수 있게끔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될텐데 그건 흔적도 없이 잊혀지고 나이니 경력이니 하는 것만 내세우는 쪽으로 변질된 지 오래죠...

마드리갈

2017-02-26 13:58:56

괴문화...정말 그 표현이 딱 맞네요.

이것저것 별별 기준으로 편가르고 차별하고, 정말 그렇게 살고 싶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확실히 국제학교의 그런 분위기는 부러워요. 앨매리님이 말씀하신 분위기를, 저는 대학에서 처음 느꼈어요. 그렇다 보니 다른 대학에서 저렇게 선후배 서열 어쩌고 하는 게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충격받았어요.


삼강오륜 중 오륜에 장유유서(長幼在序)라는 게 있는데 그냥 이게 연장자와 연소자에 서열이 있다 이것이 아니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현실은 말씀하신 것처럼 변질된...

조금 전에 한자를 입력하다가 약간 씁쓸한 것을 봤어요.

한자를 입력할 때 일본어를 쓰는데, 장유의 일본어 발음 쵸요(ちょうよう)와 같은 한자어로서 징용(?用)이 뜨네요. 선배랍시고 후배를 마구잡이로 부려먹는 행태, 그러고 보니 강제징용이나 다를 바가 없네요.

Papillon

2017-02-26 16:56:56

얼마 전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곳에서 사회심리학자라고 소개되신 분이 한국 사회의 특징을 설명하더군요. 아무래도 거기에 나온 특징 등이 해당 문화의 원인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봅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몇 가지가 나왔는데 그 중 다섯을 꼽자면 가족확장성, 진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관계주의, 주체성, 그리고 생각이 많은 점이 있습니다.


우선 가족확장성인데 해당 학자 분은 한국은 가족주의가 강하긴 하지만 진짜로 가족주의가 강한 남미국가들과는 다른 차이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남미국가들은 가족성이 강하긴 하지만 가족의 범위가 확고하며 자신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족을 칭하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을 싫어하지만 한국은 가족의 범주가 넓습니다. 아는 형, 아는 동생, 가게 이모 등. 그리고 이 문화를 보여주는 말이 "군사부일체"라고 보았죠. 문제는 이것이 가족이 아닌 대상에게도 "가족 수준의 대우"를 바라는 경향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이 조금 원칙을 어기더라도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겨주지 않으면 화가 나듯 "우리끼리에 이러기야?"하는 문화가 생성된다는거죠.


진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말 그대로 한국 사회는 진심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적인 서구 문화가 내심과 행동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은 진심과 행동이 분리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이죠. 만약에 둘 중 하나의 특징만 있다면 별 문제가 없는데 진심이 중요하면서도 행동과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버 액션을 취하게 됩니다. 자신이 진심인 것을 알리기 위해 평범한 행동으로는 부족하니 오버 액션을 통해 진짜로 진심인 걸 알리려 한다는 것이죠.


셋째는 관계주의입니다. 해당 학자 분은 아시아인이 서구권 인물보다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람들의 집단주의는 일본의 것과는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본디 집단주의는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 판단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 안의 개인은 자신의 중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강조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긴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 분이 판단하신 것은 한국인이 특히 강한 사상은 관계주의라는 것입니다. 요컨데 집단에 소속되었으니 너도 나도 집단의 명령을 따르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존재이며 그 안에서 상급자와 하급자라는 관계를 맺었으니 그 관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신이 갑이고 상대방이 을인 관계가 생겼으면 그 관계에 맞는 행동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주체성은 자신의 영향력과 존재의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특징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 해당 사회심리학자 분은 한국인이 굉장히 주체성이 강하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서구권이 주체성을 자신의 자율권에서 찾는다면 한국인은 주체성을 타인의 인정을 통해 찾는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언급하셨죠. 즉, 그 중요하게 여기는 주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과 관계가 있는 자가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생각을 많이 하는 특성인데, 그 분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한국인은 자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매뉴얼을 읽지 않고 자기가 보기에 될 것 같으면 그냥 기능을 다 써버리는 특징을 뽑았죠. 이것은 다시 말해 원칙보다는 '내가 보기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으면 밀어 붙이는 특징으로 발전합니다. 이는 융통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각종 범법 행위나 갑질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위에 제가 언급한 것들을 다 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선후배 관계로 서로가 맺어진 사람들이니 그 관계대로 상대방이 행동할 것을 요구하며(관계주의), 자신이 선배라는 위치를 인정받기 위해 후배가 자신을 선배로 떠받드는 행동을 하길 원하고(주체성), 그 행동이 진심어야 하기에 오버액션에 가까운 행동을 취하게 만들며(진심 중요시), 그것이 싫다고 하면 가족이나 다름없는 선후배가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느냐라고 서운해하거나 분노하며(가족확장성), 그것이 무리거나 범법이라고 하더라도 "내 생각에는 가능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는(생각이 많음) 거죠.


참고로 이와 같은 기존 한국 사회의 특징이 현재 한국 내의 갈등의 원인이라고 해당 학자 분은 보시더군요. 그 분은 현재 대한민국은 사춘기라고 여기면서 기존의 삶의 방식과 새로운 삶의 방식이 충돌하는 것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아예 사춘기가 끝나고 성숙해지는 기간까지, 즉 꽤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여전히 힘들 것이다라고 판단하시더군요.

마드리갈

2017-03-01 23:54:16

어떻게 보면 진심을 요구한다는 게 상당히 잔인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그것을 확증하는 수단으로서 희생을 강요하고, 아니면 말고 하면서 용도폐기하는 것을 보니 사람이 귀한 줄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섬찟해지고 있어요.

게다가 관계주의라는 것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사람을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고 인간관계 속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어요. 그러니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인화라든지 하는 모호한 개념을 써서 어떻게든 배척시키려고 애를 쓰는 것이죠. 뭐랄까 배려해 주는 척하는 지독한 차별...


매뉴얼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다루는 것, 확실히 동의해요.

저희집의 경우는 제품을 새로 사면 사용설명서를 가장 먼저 확보해서 그것부터 읽는데 주위에서는 보통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저든 오빠든 항상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하죠. 1-2년 정도 지나면, 저희집의 물건은 멀쩡한데 같은 시기에 산 주변 사람들의,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친척집의 물건만 해도 정말 집어던졌는지 축구공 대신으로 썼는지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었고...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어차피 학교라는 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그곳을 원한 사람이 모인 곳에 지나지 않고, 그러니 필요하든지 친밀감이 생겨서 인간관계가 생기는 이외에는 선후배니 어쩌니 하면서 행동을 제한당하는 것도 거부하고, 타인에게 제 마음을 증명하기를 강요당하고 싶지 않은 저에게는 정말이지 그런 선후배 서열 어쩌고 하는 게 거부감이 안 들 수가 없어요. 그리고 최근에 이런 문제가 여러군데에서 발생했음이 백일하에 드러나도 근본적인 문제가 뿌리뽑히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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