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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을 쓰다가 드는 생각들

HNRY, 2017-07-05 22:46:53

조회 수
181

최근들어 공작창에 쓰던 설정들을 다시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 보니 정리해 볼 겸 글을 써봅니다. 물론 설정이란 공통점 외엔 좀 중구난방입니다.



1. 귀족계의 이단아, 카놉스키 왕조


가문에 대한 설명에서 짤막하게 나온 정도인데 이 왕조는 직게의 혈통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혁명에 의해 방계로 왕위가 바뀌었다고 적어놓았지요. 그런데 제가 써놓고 가만히 생각하면 이거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은 둘째치고 그 사람들을 이끌고 또 그 사람들이 준 왕관을 받아줬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단적인 사고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19세기, 길게 잡아도 20세기까지만 해도 왕권은 신에게 위임받은 것이라는, 그러니까 왕권신수설이 꽤 보편적인 사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배경을 적용시킨 설정에서 같은 왕족, 하다못해 귀족도 아닌 시민에게 받은 관을 넙죽 받고 그 이전에 시민들의 저항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사실 자체가 귀족으로서 심히 뒤틀려 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건 아무래도 같은 가문 내 친척들 뿐만이 아니라 그냥 주변 국가들의 군주들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어떻게 왕위를 유지했는지까지 생각해 봐야 하나.;;;;;



2. 독수리! 쓰고 싶어!


공작창에 왕조 문장을 만들어 올리긴 했는데 최근 들어 독수리 문장이 끌려 집어넣고 싶어지더군요. 그리폰이나 사자 같은 것도 좋긴 하지만 좌우대칭으로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점 역시 독수리 문장의 매력.


그런데 한편으로 독수리의 상징성이 "동물들의 왕"으로서 현실에선 로마 제국 및 로마를 계승했다 주장하는 신성로마제국, 그리고 황제와 관련된 귀족들이 주로 가문 문장으로 사용했다 보니 "제국"의 가치가 현실과 비슷할 뿐더러 제국과는 인연이 1도 없는 발티아로선 독수리의 상징은 어떨까....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주목한 건 폴란드의 흰 독수리였죠. 피아스트 왕조의 문장이 폴란드의 상징으로 굳은 건데 이건 제국과 상관없이 슬라브 창세신화에서 따온 것이더군요. 체코와 루스의 레흐가 흰독수리를 발견했는데 붉은 태양빛이 쏟아져 날개가 금빛처럼 빛났고 그 둥지는 하얗게 보였는데 그곳에 슬라브가 자리를 잡았다 하더군요.(덧붙여 그 장소라 알려진 곳이 현재의 그니에즈노. 도시 이름 자체도 폴란드어로 둥지에서 따왔다는 듯)


그 외에 한 때 스페인에서 쓰인 독수리는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1세의 문장에서 따온 건데 이건 성 요한의 독수리가 기원이라 하죠.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 앞에서도 여전히 예수를 위풍당당하게 묘사하는 용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이게 마지막으로 쓰인 시기가 팔랑헤당 집권기, 그러니까 프랑코 총통이 통치하던 때라서 스페인 극우의 상징이 되어버렸다는게 문제지만.(...)


그런 이유로 뭔가 추가적인 상징을 쓰고 싶다면 또 스토리를 덧붙여야 할 듯 싶네요. 흠흠



3. 편가르기


설정을 짜면서 느낀 거지만 많은 창작물들이 국가가 여럿 있어도 묶여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설정을 짜며 깨달은 건 다루는 세력 및 국가가 많아질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 때문이었죠.


제가 참고로 한 작품들 중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를 에로 들자면 주역 세력인 갈리아 공국을 제외하면 다른 세력이라는 곳들이 대서양 연방과 동유럽 연합제국. 결국 국가가 여럿 있어도 뭉쳐있는 형태지요. 예전에는 이런 형태를 이해 못했는데 직접 설정을 짜다 보니 어느 한쪽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다른 쪽에 구멍이 생기고 이걸 메우다 보면 또 다른 쪽에 구멍이 보이다 보니 끝이 없더군요.


일단은 한 쪽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에 대해선 공백이 많은 상태입니다. 언젠간 다 메울 수 있을지...



대략 이러합니다. 스스로도 이걸로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그래서 한 번 풀어내 봤습니다.

HNRY
HNRY라고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싶습니다.

8 댓글

마키

2017-07-06 14:53:57

제 세계는 원래 크게 마법이라는 것이 세상만물을 지배한다고 믿고 따르는 마법국(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사 세계 정도의 느낌). 마법같은 초자연적인 것보다 인류의 문명과 기술이 중요시되는 과학국(지금 우리네 현실세계 정도의 느낌). 마법도 과학도 크게 관심없는 중세 판타지 느낌의 왕국. 과학과 마법을 융합한 마학으로 대륙을 지배할 야심을 품은 제국(굳이 따지자면 지구의 산업시대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지만 연금술이라는 마법같은 기술이 섞여있는 강철의 연금술사 세계 정도의 느낌).


이 네가지 국가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성 전체를 무대로 시종일관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 메인스트림이긴 한데... 이 구상이 세워진게 한 2년인가 3년째인데 저들은 아직 국가명조차 지어지지 않은 상태로 방치중이고 다른 이야기만 주구장창 짜모으고 있네요.

마드리갈

2017-07-07 16:38:18

설정하신 카놉스키 왕조의 형성과정이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현실세계의 19세기 유럽정치사는 전통 신분제사회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자유주의, 민족주의 등의 사조가 세계를 급속히 재편하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명사민주주의(名士民主主義)였어요. 게다가 귀족층에도 새 사조에 편승한 야심가가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확실히 급진적이고 이단적이기는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걱정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역시 독수리는 권능의 상징이죠. 좌우대칭으로 만들 수 있어서 그게 또 매력적이예요.

폴란드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흰 독수리 문장과 소련 붕괴후 출범한 러시아의 금색 독수리 문장이 결국 기원이 같았군요. 그것 또한 신기해요.


국가, 세력의 수가 많아지면 역시 다루기 힘들죠. 그래서 폴리포닉 월드에서는 진영의 개념을 도입했어요. 냉전이 종식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중인 현대-근미래 세계이다 보니, 다소 현실세계에서보다는 분화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진영 구도 자체는 안 무너졌다고 상정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니까 역학관계 설정이 조금 용이해졌어요. 참고가 되면 좋겠어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7-07 20:08:24

그러고보니 포메른을 다스린 그리프 가문도 피아스트가문의 방계라들었는데 독수리관련은 없네요.

HNRY

2017-07-07 18:42:24

명사민주주의는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군요. 한글/한자 양쪽으로 검색해 봐도 결과가 바로 안나오는데 혹시 다른 언어의 역어인가요?


러시아는 슬라브라 생각하시지만 사실 러시아의 쌍두독수리는 로마노프 왕조의 문장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다릅니다. 이쪽은 동로마(비잔티움) 제국에서 따온 것이죠. 이전에 콘스탄티노스님이 언급하셨지만 러시아 제국은 비잔티움과의 혼인 관계를 근거로 로마 제국의 정통성을 주장했으니까요. 오히려 같은 기원을 가지는 건 체코 슬레스코(슐레지엔) 독수리랍니다. 이쪽은 피아스트 왕조의 방계인 슐레지엔 피아스트와 관계가 있거든요.

마드리갈

2017-07-14 17:32:12

해당 용어는 다른 언어의 역어가 맞아요. 별로 대중화된 용어는 아니지만, 명사민주주의는 대중민주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는, 제한, 차등선거, 상류층 명사 위주로 움직이는 민주주의를 말해요. 이러한 사상은 프랑스 혁명 이후 대두된 시에예스의 국민주권론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 것이군요. 그것까지는 미처 몰랐어요. 의외로 슐레지엔 독수리가 그 폴란드의 것과 같은 기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7-07 20:43:03

1.왕정에서 왕이 자발적으로 민주정 이행을 시도한 적은 꽤있죠. 예를 들자면 스페인? 그리고 뭐... 민주정관련을 다른 방식으로 메꾸는 방법도 있죠.


...발티아는 본래 부족들의 집합체였고 그자체가 통일된적은 없었는데 기사단의 압박으로 카놉스키 왕조중심으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뭉쳤다.(현실의 리투아니아마냥.) 그러나 이 통일은 일시적이었던 것이었고, 카놉스키가문이 베스테란트-카놉스키가문으로 이어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카놉스키가문은 이러한 문제를 가문 정통의 술수와 외교로 무마시키려하면서, 한편으로는 왕권의 강화를 시도했지만, 외정에서의 참패로 인해 왕권이 순간적으로 크게 약화되는 상황이 일어났고, 이러한 문제는 왕권의 강화를 놓고 왕족과 기타 귀족들이 으르렁대는 문제를 낳았다.(영국 명예혁명때 상황과 흡사합니다.) 이러한 분쟁을 끝내기위해 후버트 대공은 일부 귀족들과 협의해 형 하랄드 2세를 몰아낸뒤, 단계적 민주화로 귀족들외에 평민도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는 하랄드 2세 주도의 2차례 반동혁명과(결국 이는 하랄드계가 가주로써의 직위를 유지하고 하랄드계의 생계를 왕가가 보장하는걸로 합의됀다.) 대형 귀족가문들이 이후 개발사업에서 상당히 지분을 가지는등 상당한 피해를 입고나서야 가능했다. ...


대강 이런식으로? 너무 HNRY님의 설정을 너무 멋대로 주제넘게 건드린게 아닐까 싶어서 살짝 죄송스럽기도 하군요...


2. 뭐어...굳이 개연성을 붙이자면 베스테란트-카놉스키의 시조가 멀게나마 제국과의 혈연적 연관성이 있어서 붙인다던가, 아니면 나팔륜 씨덕에 유럽에서의 데쥬레구분이 사실상 개판이 된것과 같이 나팔륜수준의 철권통치자가 제국을 자기 멋대로 칭하면서 독수리를 문장으로 칭했고, 그때문에 개나소나 너만 황제냐 나도 황제다 식으로 독수리의 가치가 절하된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3. 소국들많으면 외교사까지 전부 정리해야되서 엄청힘들죠. 고로 신성로마제국사를 연구한 연구자에게 경의를(...)

HNRY

2017-07-07 21:25:34

1. 스페인의 사례를 참조할 법하긴 한데 이쪽은 20세기 후반이니까요. 이미 세계대전으로 홍역을 치른데다 프랑코 총통의 독재까지 있었으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였죠.


조언 감사합니다. 설정을 짤 때 참조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SiteOwner

2017-07-10 23:01:32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설정은 그 안에서 개연성을 가지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면 확실히 좋은 설정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이런 사회상 같은 게 있습니다.

보통 쌀은 탈곡, 도정 등의 과정을 거쳐서 밥을 지어먹는 데에 쓰고 밀은 가루를 내어 빵이나 국수를 만드는 데 이용합니다. 그런데 쌀로 빵이나 국수를 만들어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베트남만 하더라도 쌀국수가 유명한데, 프랑스 식민지배의 영향을 받은 식문화나 월남전으로 인한 피난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변수가 있다 보니 이렇게 특이한 사례도 만들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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