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그것의 이름은 바로... 여성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여성은 무엇이며, 성격은 어떠하며, 패션센스는 어떠하며, 사회적 입장은 어떠하며, 기타 등등... 저로서는 정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패션센스나 사회적 입장 같은 건 '요즘 같은 시대'이니만큼 개방적으로 써도 되고, 또한 창작물이니까 마음대로 써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성격'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참고하려고 하니, 해당 작품들은 여성에 대해 가치관이 평면적이거나 아예 여성을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상매체(주로 미드)나 게임 등을 토대로 삼고 있지만, 그 쪽도 적잖이 미화나 왜곡이 되어 있긴 마찬가지네요. 상품성 때문에 벗겨지거나, 의존하거나, 귀여워지거나... 그래서 아예 일본 쪽은 참고로 삼기도 무섭고 참고하지도 않을 생각입니다. 뭣보다 어색해서 따라하지도 못해요. (로리! 로리가 대체 뭐냐고!)
얘기하려는 주제에서 많이 멀어졌지만,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어떻게 해야 여성 캐릭터를 잘 만들거나 다룰 수 있을까요? 글로도 그림으로도 여성을 다루지 못하니 정말 갑갑합니다. 그렇다고 남자만 드글드글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11 댓글
마드리갈
2017-11-16 18:01:42
그러시군요.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의 성격마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라고 봐요.
사실 이런 건 있어요. 큰 소수의 이벤트보다는 작은 듯한 다수의 이벤트가 좀 더 반갑다든지, 쇼핑을 하게 되면 예정보다 이곳저곳 많이 돌아보게 된다든지, 성적인 비하나 더러운 것을 보면 특히 꺼려진다든지 등등...그러니 여성이라고 해서 너무 특별하거나 다르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성별을 따지기 전에 같은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은 그 캐릭터를 어떤 위치에 놓고 무슨 행동을 시킬 것인가부터 정하고 나서 구체화되는 것인만큼, 성별을 나중에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을 거예요.
일본 쪽 창작물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다...글쎄요. 꼭 그렇게 제한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일본산 창작물과는 경향이 크게 다른 것들도 꼭 있다 보니까 약간 우려스럽네요. 실사드라마로는 아빠언니, 영업부장 키라 나츠코, 긴급취조실, 모래탑, 지방신문을 사는 여자, 검은 가죽수첩(이상 모두 채널 J에서 자막방영중), 애니로서는 은수저, 감옥학원, 진격의 거인 등이 있어요. 은수저의 원작자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여러모로 참조하기 좋은 면모가 많이 있고, 감옥학원은 조직화된 폭력이 결코 성별의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데다 진격의 거인은 일단 근대 정도의 기술수준에 여성의 사회참여가 꽤 많은, 일례로 군인에 여성의 비중이 꽤 높은 경우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참고의 폭을 미리 좁혀놓을 것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더 구체적인 것은 별도의 질문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릴께요.
Lester
2017-11-17 02:27:51
확실히, 남성이나 여성이나 소심한 건 소심하고 대범한 건 대범하겠죠. 다만 말씀하신 대로 여성 특유의 취향 같은 것은 잘 몰라서 어렵다는 거에요.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알아놓을수록 상황을 살리기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작은 듯한 다수의 이벤트'라는 건 소규모 이벤트에 자주 참석한다는 뜻인가요, 사람이 많은 소규모 이벤트라는 뜻인가요?
실사드라마는 잘 안 봐서 모르겠지만,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당찬 여성상을 강조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니 참고가 많이 되겠네요. 진격의 거인도 우익 논란만 빼면 적극적인 여성상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고요.
일단 해당 작품을 다시 한 번 복습해 보고 나중에 다시 질문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스탄티노스XI
2017-11-17 13:38:29
뭐...여자랑 접한 일이 거의 없다보니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긴 하네요. 그럴때마다 여자라고 사람인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정도로 넘어가는 편입니다만....
Lester
2017-11-21 16:19:02
물론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남성미'라는 게 있듯이 여성 특유의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짜피 상업적인 이야기 쓸 거면서 왜 이런 것에 연연하는 건지 저 자신도 모르겠네요;;;
Papillon
2017-11-17 19:56:33
여성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이고 취향도 성격도 모두 다르거든요. 당장 제가 아는 사람 중 한 명은 하이스쿨 오브 더 데드 오프닝의 여성 캐릭터의 속옷 노출 장면을 돌려보며 오타쿠 친구들과 함께 환호를 했지만, 다른 한 명은 T셔츠를 입은 만화 캐릭터의 가슴골이 보인다며 기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산 작품을 참고하지 않는 것이야 Lester 님 본인의 선택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만류하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 다른 것을 참조하는 것은 가능한 다양한 자료를 접하고, 그 안에 본질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해서 자신의 뜻대로 다루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에 참조를 위해 단순히 창작물을 넘어서 가능한 다양한 것을 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고요. 본인이 원하는 것과 유사하거나 원하는 것에 딱 맞는 것만 참조하다보면 결국 만들 수 있는 것이 한정되기도 합니다.
참조와 관련해서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국내 라이트노벨 겸 비쥬얼 노벨작가 분인 LawBeast라는 분이 계십니다. 현직 변호사라는 라이트노벨 작가들 중에서는 특이한 경력이 있으신 분이기도 하죠. 그 분이 본인의 작품인 "포춘 하모니"를 제작할 때 참조한 것은 법전이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부동산이었는데 주식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재산 거래와 관련된 법규를 보다가 해당 재산을 "행운"으로 바꾸고 이 법전 내의 인물 관계를 등장인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니 이야기의 토대가 완성되었다고 하더군요.
덤으로 여태까지 Lester 님의 창작 관련 글을 보았을 때 느낀 것이 있습니다만 Lester 님은 제가 보기에는 어떤 캐릭터를 만들지 정하고 캐릭터를 만드시는게 아니라 그냥 캐릭터들을 구상하는 다양한 특성들을 모아보시고 이후에 캐릭터의 본질을 부여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방법으로 창작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만, 솔직히 굉장히 힘들고 필요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지만 제대로 된 것을 얻기는 힘든 방식입니다. 그래서 주제넘은 말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방법에 조금 변화를 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Lester
2017-11-21 16:22:41
아, 당장 캐릭터를 만들려고 자료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요. 극중 역할이나 입장 같은 것은 마련되어 있는데 어떻게 해야 그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직접적으로 예를 들자면 경찰 삼촌을 두고 있지만 그 경찰 삼촌과 어울리는 범죄자 아찌(?)들을 같잖게 여기는 탐정 지망 여학생(로망오크님이 과거에 올리셨던 삼촌과 조카의 그 여캐릭터입니다)이 있는데, 저기서 '같잖게 여긴다'는 부분의 실제 사례라고 할까요? 저런 캐릭터는 일본 작품에 많을 텐데, 저런 유형을 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니 자료 검색도 안 됩니다;;;
p.s. 복기를 해 보니 마드리갈님이 추천하신 "강철의 연금술사"외에도 "헌터x헌터"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등 제가 읽은 바 있는 작품에서도 참고할 만한 유형들이 종종 있네요. 일단은 거기서부터 시작할까 봅니다.
마드리갈
2017-11-17 22:59:42
레스터님의 질문에 대해 별도의 코멘트를 써야 겠어요.
"큰 소수의 이벤트보다는 작은 듯한 다수의 이벤트가 좀 더 반갑다" 라는 제 말의 의미, 그러고 보니 자세히는 풀어 두지 않았네요. 조금 더 자세히 쓰자면, 갑자기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수백만원 이상 하는 핸드백이나 반지 등을 선물하는 그런 것보다는, 소소하게 보이는 기념일, 이를테면 처음으로 의식하지 않고 손을 맞잡은 날이라든지 등등 이런 것들을 기억해 준다든지 하는 것이 더욱 반갑게 여긴다는 거예요. 사실, 전자의 것을 누군가가 불쑥 들이밀면 굉장히 부담스럽고 혼란스럽거든요. 특히 받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면, 그런 상대방의 호의가 고마움을 알면서도 밀쳐내게 되는 것이죠. 이런 의미였어요.
Lester
2017-11-21 16:23:46
흠, 물질적인 것보다 추상적인 것을 중시한다고 보면 될까요?
마드리갈
2017-11-21 19:11:30
그것과도 많이 달라요.
일단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자신과의 관계설정 문제예요. 그게 어느 정도 잡혀 있어야 상대방의 선물이나 호의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건 당혹스러운 문제일 수밖에 없게 되어요. 그래서인 것이죠.
SiteOwner
2017-11-18 16:03:17
어떻게 해야 여성 캐릭터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말씀드릴 수가 있겠군요. 작품의 전반적인 설정에서 모순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
이를테면 이런 것이 있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의외로 소심한 남학생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는 특히 또래의 이성과의 대화가 상당히 쑥스럽게 느껴진다든지 해서 자신없어 합니다. 기존 창작물의 캐릭터로 치자면 월간소녀 노자키군(정발명은 월간순정 노자키군)의 미코시바 미코토가 해당되겠군요. 이런 캐릭터 앞에 말을 붙이기 어려울만큼 과묵한 여자캐릭터를 가까운 사이로 설정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캐릭터의 상성이 아주 어색해져 버리는데다 모순이 발생해 버리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원안에서 그 과묵한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노자키 마유는 원안에서는 여학생이지만 결국 남학생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미코시바 미코토 자체도 작중 만화인 사랑하자에서 여성 캐릭터 마미코의 베이스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캐릭터 자체의 성격보다 관계적 위치에 기인하여 성별이 설정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니 이런 경우도 참조할만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조금 더 참고가 될만한 자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국내출간된 번역서 중 "알파걸들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 가 있습니다. 2008년에 나온 레너드 삭스의 저서인데, 요즘은 절판되었다 보니 도서관에서 찾아야 할 듯 합니다. 이 책에서는 성별에 따른 성장추이의 차이, 성격과 사고방식의 차이 등이 어렵지 않게 잘 서술되어 있어서 참고하기도 좋습니다.
독일 속담 하나를 소개해 드리지요.
Dem Manne ist die Welt das Herz, den Weibe ist das Herz die Welt.
남성에게는 세계가 마음, 여성에게는 마음이 세계.
이 속담의 함의를 잘 생각해 보신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해 주시고 여러 의견을 참조하는 것 또한 좋은 창작의 일부이니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Lester
2017-11-21 16:27:30
그러고 보면 상황이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네요. 어쩌면 처음부터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보다 상황이나 입장을 만들고 '이 상황이라면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게 될까'를 생각하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캐릭터를 굴리는 게 답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