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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불신의 시대

HNRY, 2017-12-15 22:09:39

조회 수
203

오랜만입니다, 포럼의 여러분. 오랜만에 쓰는 글이 그리 가벼운 인사나 근황글이 아닌 건 유감이로군요.


요즘들어 회원분들의 글이 줄어서일까, 운영진 남매분의 글이 굉장히 많이 눈에 띕니다. 그 중엔 정치/시사 관련 글의 비중이 높네요. 사실 "민주" 국가의 시민이라면 주권이 사람들에게 있는 만큼 더더욱 국내외의 정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운영진 분들이 언급한 기사를 똑같이 인용해 논지를 전개할 경우, 포럼 이외의 장소는 전혀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반박에 반박을 받고, 혹은 싸움터가 되는 모습을 보게 될 뿐이었죠.


그리고 이런 배경에는, 요즘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언론 불신이 깔려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국내의 메이저 언론이건 중소 언론이건 언론 자체를 그리 크게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이미 언론은 젊은 세대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일삼다 정작 중대한 위기 상황에선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었지요.


지난 세월 동안, 인터넷과 SNS의 발달을 통해 소통의 수단이 넓어지고 사람들은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적으로 소식을 들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현대문명의 혜택을 통해 인터넷 세대들은 기성 언론들의 추태까지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교묘하게 왜곡되거나, 성급하게 기사를 작성하다 오보로 판명이 날 경우 어떠한 정정 보도 및 사과도 없이 입 싹 씻어버리는 태도, 마치 우매한 민중을 훈계하려 하는 것 같은 선민적인 모습,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기를 밥먹듯 시전하는 줏대없는 모습, 그리고 기타 등등......이런 언론의 미숙한 모습들을 계속 접하고 이런 언론에 휘둘렸다는 자괴감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언론이 하는 말은 무조건 의심하고 보는 행태가 자주 보이고 있지요.


사실상 국내 언론은 원죄와 같은, 불신의 낙인이 찍혀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기성 언론들이 이런 낙인을 지우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을 하려는 노력을 대외적으로 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난 대통령 탄핵 때 일부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보여줬듯, 사람들은 언론이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답답한 곳을 뻥 뚫어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허나, 그것도 반짝이었을 뿐, 그 이후 보여준 모습은 많은 사람이실망했고 언론에 대한 불신은 더욱 뿌리깊게 박혀버렸지요.


위에서 언급했던, 양치기 소년의 결말에서 소년의 양들은 늑대무리에게 모조리 잡아먹혔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만 시대적 배경을 생각했을 때 그 늑대들이 마을을 습격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양치기 소년에게의 손해일 뿐만이 아니라 마을에게 있어서의 잠재적인 위협이 된 것이지요. 한 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HNRY
HNRY라고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싶습니다.

6 댓글

마드리갈

2017-12-16 16:01:37

HNRY님, 오랜만에 잘 오셨어요.

이렇게 생각해 볼만한 주제로 다시 오시는 것도 좋아요. 그러니 죄송해 하시지 않으셨으면 해요. 여러모로 고심해서 이렇게 화제를 제시해 주셨는데 어찌 언짢게 생각하거나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운영진이 여러모로 솔선수범해야겠죠. 컨텐츠 공급도 마찬가지. 회원 분들이 여러 가지를 기고해 주시는 것은 그 자체로 운영진이 감사해야 할 일이지 운영진이 회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러니 운영진이 꾸준히 노력해야 할 사안이죠. 주제 선정에 편향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으니 주제 다변화에 더 신경을 써야겠어요. 좋은 말씀에 감사드려요.


언론 관련은 별도로 코멘트할께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분할이 좋을 것 같아서요.

콘스탄티노스XI

2017-12-16 17:38:03

https://video.twimg.com/ext_tw_video/941881944614223872/pu/vid/626x360/iKKanapni7a9zRb7.mp4


어...그런데 이게 상황이 바뀐게....한국기자들이 막 들어가려들다가 중국 공안들에게 밀쳐지니깐 공안을 역으로 멱살잡이(...)했다는 얘기가 나와버렸네요....

SiteOwner

2017-12-16 19:31:08

콘스탄티노스XI님, 운영진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기자들이 늘그렇듯이..." 라는 표현은 곤란합니다. 만일 반례가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한국의 기자면 항상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한다고 보증할 수 있습니까? 보증하신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 주시고, 그러실 수 없으시다면 해당 표현을 철회해 주십시오. 이렇게 싸잡아 비난하는 논조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행기간은 다음 로그인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로 드리겠습니다.

경과후에도 이행되지 않을 경우, 그때는 이용규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콘스탄티노스XI

2017-12-16 19:50:38

음...수정했습니다.

마드리갈

2017-12-17 19:10:33

이제는 언론 불신에 대해서 언급을 해봐야겠네요.


약간 당돌하게 반문해 볼까요?

"언론을 불신해서 뭐가 달라졌을까?"

사실 현대사회를 사는 민주시민으로 살기란 별로 편한 길이 아니예요. 범람하는 정보 속에 허위보도, 과장보도 등이 없는지 잘 판별하고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그리고 어디부터가 주장인가를 잘 골라낼 수 있도록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게 일회성의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되고, 매일의 일상에 체화되어야 하는 것이죠. 조금 더 짧게 말한다면, 현대사회의 민주시민에게는 비판적 사고 및 교차검증이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냥 국내 언론이니까 불신해도 좋다 내지는 불신한다는 태도는, 당장의 감정 충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예요. 그러니 원점으로 돌아가서, 불신 대신 비판적 사고와 교차검증을 일상화할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국내 언론에 여러 문제가 있고, 많은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아요. 실제로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다가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고, 못참겠다 싶으면 언론사의 창구를 통해서 여러가지 제언활동도 겸하는 사람으로서, 이것을 실감하는 데에는 누구에게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이것. 문제가 많은만큼, 보다 길게 내다보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해요. 대내적으로는 비판적 사고와 교차검증을,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언론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그렇지 않고 언론이 어떻게 바뀌어줄 것만 기대해서는 뭐가 이루어질까요. 어차피 불신할 대상이 좋게 바뀌어지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도 연목구어일 테니까요.


민주시민으로서 현대사회를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어요. 보통이 보통이 아니게 된 시대인데다 민주시민은 치자가 곧 피치자가 되는 이 속성상 나태할 수도 없고 또한 그래서도 안되죠.

또한 언론은 제4의 권력이라고 하죠. 삼권분립에 의해 형성된 행정, 입법, 사법의 권력은 제도 차원의 상호견제장치가 있지만 언론에는 이런 것은 없어요. 하지만 언론소비자인 우리가 눈과 귀를 열고, 편벽됨을 줄여가며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어가야 언론에의 견제를 꾀할 수 있고, 또한 그럼으로서 잃었던 신뢰도 차차 회복할 수 있겠죠.

이런 것들이 우리의 생존시기 내에 달성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게 어쩌면 무의미한 에너지낭비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문명의 소산 또한 당대에 무의미하게 에너지낭비한 것처럼 보였던 전 세대들의 노력의 결과이고, 우리는 전대미문의 문명을 누리고 있어요. 우리 또한 이것에 게을리할 수는 없겠죠.


짧은 개념을 길게 이은 감이 없진 않지만, 최소한 제 인식과 복안이 이렇다는 것만큼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SiteOwner

2017-12-22 23:58:33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이미 골자는 동생이 다 말해버려서 저는 무슨 말을 또 이어야할지 모르겠군요.


굳이 첨언하자면 이것입니다.

편가르기와 혐오가 너무 심해서 앞으로 대화에서 전제 자체가 다른 상황이 더욱 노골화될 것이 보입니다. 이게 갑자기 어디선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괴물은 아니고, 1990년대의 대학가에서도 만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즘은 거의 전방위적으로 횡행하고 있으니...앞으로 이러한 상황의 대가는 지금의 세대가 고스란히 져야 할 것 같습니다. 불신해서 좋아질 것 같으면 고민도 안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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