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죠. 다들 메이저한 트렌드를 쫓아가는데, 나 혼자 홀로 다른 방향으로 갈 때, 그럴 때면 고독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막 몸담은 장르소설계의 트렌드는 클리셰가 되다시피 해서 범람하는 추세입니다. 한 가지 잘 먹힌다 싶은 요소가 나왔다 싶으면 재빨리 너도나도 베껴가면서, 시간이 흐르면 대다수가 비슷한 요소로만 점철되어 있지요. 그리고 그런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길을 걷지 않기로 했습니다.언젠가는 저만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어 보고 싶은 저로써는 돈 좀 벌자고 트렌드에 몸을 맡긴다는 건 타협이 안 되었거든요.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연재를 했고, 시간이 지나니 조금이나마 독자들이 모이더군요. 미약하기는 하나, 저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려는 길을 믿기로 했습니다.
시구 하나와 만화 속 대사 하나를 인용해 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나는 올바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것이다. 후회는 없어.
이런 세계라고는 해도, 나는 믿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다.
- <죠죠의 기묘한 모험> 중 부차라티의 대사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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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19-03-13 23:59:51
생활양식에 유일한 정답은 없다고 보니까, 메이저, 마이너 여부를 가려야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가려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늘 생각해 오기도 했어요. 그래서, 시어하트어택님의 결정에 많이 공감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그 의지를 응원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그 시작은 아주 작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회원 여러분들의 참여 덕분에 이렇게 성장해 왔고, 폴리포닉 월드 포럼 고유의 기풍과 컨텐츠가 이렇게 많이 축적될 수 있었어요. 드넓은 세계 속에 미약하기 짝없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를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으니까 이 점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마키
2019-03-14 01:58:12
돌이켜보면 제 오타쿠 생활도 그러했었죠. 주인공이나 인기캐릭터 보다는 그 옆에서 주인공에서 살짝 벗어난 캐릭터들을 더 좋아했고(투하트2의 코마키 마나카 라던가), E5계 신칸센 보다는 H5계 신칸센을 좋아하고, 5년여간 이것저것 여러가지 길을 탐구한 끝에 내린 결론은 저는 결국 미쿠 덕후라는거였죠. 한때는 소녀시대, 카라 등을 듣던 제 MP3 폴더도 이제는 트와이스, 여자친구, 레드벨벳 등으로 세대교체가 되어 가고 있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거지요.
SiteOwner
2019-03-14 22:21:28
메이저한 트렌드, 그리고 마이너한 자신의 길...
히라사카 요미의 라이트노벨 여동생만 있으면 돼의 두 작가가 생각납니다. 여동생 관련을 고집해서 간혹 광기에 가득한 세계를 그려내기도 하지만 고정독자층이 있는 하시마 이츠키, 그리고 탁월한 셀프 프로듀스 능력으로 노려치는 히트작을 양산하지만 애니화가 망해 버려 좌절하기도 하는 후와 하루토. 이 두 작가 중 누가 우월한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연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 하시마 이츠키가 취하는 입장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자신의 소설의 열렬한 팬이자 인기작가로 데뷔한 카니 나유타의 끊임없는 구애에 대한 태도.
사실 이츠키도 나유타를 이성으로서 좋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구애를 바로 받아들인 게 뭐한 것이, 그렇게 바로 고백을 받고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면 자신은 "하시마 이츠키" 가 아닌 "카니 나유타의 남자친구나 남편 되는 사람" 으로 기억될 뿐이라고. 자신의 길을 확립하여 "하시마 이츠키" 라는 자신 그 자체로서 입지를 굳히고 나서라고. 저는 그런 하시마 이츠키가, 간혹 변태적인 센스를 발휘하긴 해도 좋은 창작자의 롤모델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19-03-17 23:02:59
위에 써주신 분들의 의견 잘 읽었습니다. 역시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맞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