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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하빌랜드의 기묘한 모험

마드리갈, 2019-07-15 12:22:02

조회 수
237

제목의 유래는 아라키 히로히코(荒木飛呂彦, 1960년생)의 만화 및 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애니인 죠죠의 기묘한 모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폭넓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1부 팬텀블러드는 1880년의 영국을 배경으로 시작하고, 2부 전투조류에서는 20세기로 넘어가서 1939년에 배경도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으로 크게 넓어지다가 마지막에는 갑자기 1989년의 일본으로. 3부 스타더스트 크루세이더즈에서는 1989년의 일본을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집트에서 숙명의 모험의 결착을 내게 되어요. 한편, 1983년에 디오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죠스타 가문의 피를 이어 받았거나 스탠드 구현의 화살에 찔렸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서 스탠드가 발현되고, 그것으로 인해 3부에서는 스탠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한편, 1999년의 일본의 모리오쵸라는 소도시에서도 역시 같은 현상이 대거 등장하게 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국에서 시작한 항공기 제작사인 드 하빌랜드(de Havilland) 또한 이렇게 기묘한 모험 끝에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넜고 그 항공기사업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어요. 이게 기묘하게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연상케 하고 있어요.

창업자 제프리 드 하빌랜드(Geoffrey de Havilland, 1882-1965)는 영국의 항공산업을 이끈 엔지니어로서 1920년에 드 하빌랜드 항공기제작사(de Havilland Aircraft Company Limited)를 세웠고, 목조전투기 모스키토, 세계최초의 단발 제트전투기 DH.100 뱀파이어, 세계최초의 제트여객기인 DH.106 코메트를 만드는 등 항공산업에 큰 발자취를 남겼어요. 그리고 그의 사업은 영국뿐만 아니라 영연방 국가들에도 전개되어 1927년에는 드 하빌랜드 오스트레일리아, 1928년에는 드 하빌랜드 캐나다, 1939년에는 드 하빌랜드 뉴질랜드가 설립되기에 이르러요.
그런데 그가 타계하기 2년 전, 드 하빌랜드는 이미 1920년에 창업되어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다른 항공기제작사 호커 시드레이(Hawker Siddeley)에 합병되어 버려요. 뉴질랜드 법인은 이듬해인 1964년에 해체되고, 호주법인은 1965년에 호커 드 하빌랜드로 개칭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보잉에 인수되었어요. 남은 것은 드 하빌랜드 캐나다. 그 이후로는 호커 시드레이와 드 하빌랜드 캐나다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어요. 즉, 개발하는 항공기도 노리는 시장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

DHC라는 약칭으로 통하는 드 하빌랜드 캐나다는 독자기종을 개발하여 소형 프로펠러 항공기의 강자가 되어요.
그런데 이름이 꽤 재미있어요. 동물 이름을 붙였거든요.
  • DHC-1 칩멍크(Chipmunk, 줄무늬다람쥐)
  • DHC-2 비버(Beaver)
  • DHC-3 오터(Otter, 수달)
  • DHC-4 카리부(Caribou, 순록)
  • DHC-5 버팔로(Buffalo)
  • DHC-6 트윈오터(Twin Otter)
이렇게 소형항공기를 주로 생산하던 이 회사는 중소형 여객기 분야로도 사업을 넓혀서 단거리이착륙 성능이 탁월한 4발 터보프롭 여객기 DHC-7, 경제성이 우수한 쌍발 터보프롭 여객기 DHC-8을 출시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로 군림하게 되어요.
그런데 이 드 하빌랜드 캐나다가 1980년대에는 일시적으로 미국의 보잉에 인수되어 잠깐 동안은 보잉의 자회사가 되어요.
한편, 1944년에 설립된 캐나다의 국영 항공기제작사 캐나데어(Canadair)가 철도차량, 스노모빌 분야의 강자인 봄바르디어(Bombardier)에 인수되고 1989년에 봄바르디어 우주항공(Bombardier Aerospace)으로 재출범하는데 이 회사가 1990년에 미국의 리어제트(LearJet), 1992년에 드 하빌랜드 캐나다를 인수하고, 그러면서 캐나다의 항공산업은 항공기제작사 봄바르디어 및 바이킹에어(Viking Air), 엔진제작사 프랫&휘트니 캐나다(Pratt & Whitney Canada)로 대략 정리되어요.

그런데 이 봄바르디어가 21세기에 들어서는 또 큰 변화를 맞이했어요.
봄바르디어 우주항공의 주력제품은 자체모델인 챌린저(Challenger) 및 글로벌 익스프레스(Global Express), 리어제트 계열인 리어제트 70/75 비즈니스제트, CRJ 시리즈 및 C시리즈 중단거리 제트여객기, DHC-8 Q400 터보프롭 여객기로 좁혀졌고, 나머지 제품은 DHC-1에서 DHC-7까지의 드 하빌랜드 캐나다 계열의 경우 캐나다의 바이킹에어로 생산 및 유지보수의 제권리가 매각되는 등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어요.
게다가 석유제품가격의 급상승으로 인해 중단거리 제트여객기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이 사업에도 대격변이 일어났어요.
먼저 C시리즈 사업부에 대해서는 에어버스가 지분의 50.01%를 취득하여 에어버스 A220이 되었어요. 이것이 2016년의 일.
그리고, CRJ 시리즈는 올해인 2019년, 일본의 미츠비시가 5억 5000만달러에 사업부를 인수하였고 이로써 전세계의 기존 CRJ 시리즈의 유지보수, 부품공급 및 신규생산의 제권리를 미츠비시가 취득했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 컨소시엄의 ATR42/72 시리즈와 함께 터보프롭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던 DHC-8 Q400의 경우 사업부가 독립하여 다시 드 하빌랜드 캐나다가 되었어요. 이것 또한 올해의 일.

결국 봄바르디어 우주항공은, 세계1위를 수성중인 비즈니스제트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고 사명도 봄바르디어 항공(Bombardier Aviation)으로 변경되었어요. 또한 제프리 드 하빌랜드가 일구어낸 항공산업은 영국에서 시작하여 영연방 국가들로 갔다가 사업부가 분할되어 유럽으로 돌아갔거나, 일본으로 귀속되었거나, 한때 사라졌던 이름이 다시 부활하는 기묘한 모험을 겪게 되었어요.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혀 둘께요.
지난달인 6월 14일에 오빠가 썼던 글인 세계 항공산업에 예상되는 거대 지각변동을 읽고 나서 항공산업의 변동이 영국에서 시작하여 대서양을 건넜고 그리고 갑자기 일본에서 전개되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과도 의외로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한달 뒤인 시점은 지금 이렇게 연결해서 써 봤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5 댓글

마키

2019-07-15 12:45:10

2차대전기에 투입된 드 해빌랜드의 걸작 모스키토(DH-98)의 경우엔 나무로 만든 폭격기 주제에 온갖 임무에 투입되어서 독일군을 물어뜯는걸 보다 못한 헤르만 괴링이 "영국 놈들은 나무로 저런걸 만드는데 우리 기술자들은 뭐하냐"고 투덜댔더래죠.

마드리갈

2019-07-15 13:24:53

이미 그 시대에는 기술의 대세는 전금속제 항공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보니 모스키토의 경우는 나무로 만들어진 기체라서 시대상에 역행하는 듯 했죠. 그런데도 엄청난 활약을 했고, 생산량은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의 생산분을 합쳐 모두 7,781대, 게다가 영국 공군에서는 1963년까지 운용되었어요. 게다가 오늘날에도 비행가능한 기체가 영국에 4대, 미국에 2대, 캐나다와 뉴질랜드에 각각 1대씩 있다고 하네요.


물자 부족의 사정상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한때는 세계최속의 항공기였는데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독일군을 격파하고 다녔으니, 독일 입장에서는 온갖 흉악한 것은 영국에서 만들어진다고 불평할 만해요. 역시 항공산업의 경이적인 존재 그 자체.

마키

2019-07-15 23:25:53

대전기 영국은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기묘"했던게, 1933년에 개발된 페어리 소드 피시 뇌격기가 야간 기습 작전으로 독일 해군을 주저앉혔던 1940년의 타란토 공습과 비스마르크의 조타기를 파괴해 HMS 후드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도운 일등 공신이 되었던 1941년의 비스마르크 공방전이 벌어졌던 40년대 초 이미 이때쯤 되면 각국에서 메셔슈미트 Bf109, 수퍼 마린 스핏파이어, A6M 제로센처럼 전금속제 단엽기가 실전투입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구식 복엽기로 독일 해군을 제대로 물먹였죠. 글로스터 글래디에이터 3기로 이탈리아 군에 끈질기게 저항했던 몰타 항공전은 덤.


한편, 대전차 참호와 지뢰, 기관총 토치카 등의 온갖 흉악한 무장을 둘러치고 연합군을 기다리던 강화 콘크리트 요새 대서양 방벽을 돌파하기위해 퍼시 S. 호바트 소장은 호바트의 괴짜들Hobart's Funnies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Funny Tank:괴짜 전차들을 개발해 대응했는데, 허버트 소장의 대답은 심플하게 "전차로 벽을 부수고 불로 태우고 다리를 놓는다"는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무식한 발상.


그리하여 수륙양용 전차가 개발되어 상륙 시점에서 무방비인 보병들을 엄호해주고, 전차의 두꺼운 장갑을 방패로 방벽까지 돌진해 폭약을 설치하고, 290mm 대구경 박격포로 토치카고 뭐고 부숴버리고, 참호엔 나뭇더미를 집어던지고, 교량 전차가 길을 만들어주고, 그럼에도 저항하면 아예 화염방사기로 불태워버렸죠... 이러한 호바트 소장의 괴짜들은 실전에서 그 유용성을 입증하며 현재에도 공병전차란 걸출한 후손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죠.


톱밥 등을 섞어 만들어 잘 녹지 않는 특수한 얼음 블록으로 불침 빙산 항모를 만들겠다는 초거대 얼음 항공모함 개발 계획인 하버쿡(Habbakuk) 프로젝트에 이르러선 시쳇말로 "대체 무슨 마약을 하셨길래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란 말이 절로 나올 지경.

마드리갈

2019-07-16 10:34:46

걸즈 & 판처에도 나온 유명한 말이 있죠.

"영국인은 전쟁과 연애에 대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역시 그래서 그런지, 온갖 기묘한 것들은 역시 영국산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항공모함의 경우만 봐도 장갑을 갖춘 비행갑판, 증기사출기, 경사식 비행갑판, 거울식 착륙유도장치 등의 이런 요소 모두 영국의 발명품. 정작 본가인 영국은 스키점프 이함 및 수직착함으로 전환했지만요.

마드리갈

2020-07-27 17:55:42

2020년 7월 27일 업데이트


1939년작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 출연했던 배우 중 마지막 생존자인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Olivia de Havilland, 1916-2020)가 타계했어요. 일본에서 태어난 영국인인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영국, 미국 및 프랑스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고, 1935년부터 2009년까지 74년간 배우로 활동해 왔어요. 그리고 2020년 7월 26일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104세를 일기로 타계했어요. 그녀의 유명한 친척에 항공기 제작사 제프리 드 하빌랜드(Geoffrey de Havilland, 1882-1965)가 있고, 그의 이름을 이어받은 드 하빌랜드 캐나다는 2019년에 부활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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