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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처럼 공식적으로 "1990년대의 논리왕" 이라고 불린 사람은 없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접점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렇게 불릴만한 경우가 좀 있다 보니 이렇게 명명해 보았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 시대에는 논리왕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그 논리가 참으로 대단해서 이렇게 20년이 넘고 30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도 되새겨보고 싶은 논리왕이 있습니다. 그 논리왕을 이 자리에서 기념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논리왕.
대놓고 북한 간첩을 "통일운동가" 로 칭하는 것에는 반대하더라도 최소한 비난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논리왕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인즉, 북한이 정보를 탐지하기 위해서 공작원을 남파하듯이, 우리나라도 북한에 공작원을 북파하는 이상 간첩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고, 북한만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 경우도 일본이 잘못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한국에 무관심한 것은 역사의 부채를 외면하는 것이고, 일본이 한국에 관심있는 것은 다시 지배하고 싶다는 야욕이 있기에. 그래서 북한의 간첩에는 관대해야 하고 일본인에 대해서는 민간인이라도 경계하거나 박해해야 한다는 논리가 정당화됩니다.
또 이런 논리왕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밝힌 것입니다만, 지방출신은 반드시 서울출신보다 열등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든지, 당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조상들이 현명했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조상들이 어리석었기에 그랬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아주 자랑스럽게 하던 논리왕.
이런 차별이 이미 한 세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을 만들었고, 반 세기 전에는 독일에서 인종주의와 유태인박해, 일본에서 비국민 운운하는 군국주의 광풍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아는지 모르는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느 쪽이라도 좋은 평가는 내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학가에 맥도날드, 버거킹, 파파이스 등의 외자계 패스트푸드 체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이런 논리왕이 있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 자본이 대학가에 침투하여 대학생들을 친미성향으로 만들기 위해서 총자본의 음모를 노골화하고 있다니 어쩌니 하는 논리를 펼치는. 그런데 그 시대에는 알바 뛰는 마왕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음모 타령을 하는데 타인의 은밀한 부분에 뭐 그리 관심이 많은 것인지 별로 듣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정통성 없는 국가니까 대한민국의 법은 지켜서는 안되고 되도록 어겨야 한다는, 그리고 제도교육의 틀에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주장하는 논리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범죄도 저지르지 않고 국립대학에서의 생활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나중에 사회인이 되었을 때 사회를 통채로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살아야하니까라고 합니다. 저는 논리왕이 아니라서 그런지,그렇게 사는 것과 예의 주장이 어떻게 양립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1990년대의 논리왕이 젊은 날의 치기어린 망상으로 치부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것 같지만도 않습니다. 진보했다는 이 세계에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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