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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4월 1일어서 이런 제목이 만우절 농담같이 보이지만, 농담이 아니고 사실이예요.
정말로, 석유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어 버린 바람에 이런 일까지 발생해 버렸으니까요.
이 기묘한 사태는 미국 와이오밍(Wyoming) 주에서 시작하였어요.
관련보도를 볼께요.
"돈 드리고 석유도 드립니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미국 원유, 2020년 3월 29일 조선닷컴 기사
Relentless Oil Price War To Cause Huge Number Of Well Shut-Ins, 2020년 3월 30일 OILPRICE.com 기사, 영어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중질유인 Wyoming General Sour,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질유인 Wyoming General Sweet가 있어요. 황화수소 및 이산화탄소 함량이 적고 가솔린 함량이 높아서 상품가치가 높은 경질유가 실제로 비교적 단맛을 내고, 이런 사실이 19세기의 석유 개발자들이 직접 석유를 맛보면서 알려졌다고 해서 경질유를 Sweet, 중질유를 Sour로 부르는 데에서 이렇게 분류가 되는 것이죠.
다시 마이너스의 가격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정은 이러해요.
미국의 석유트레이더 머큐리아(Mercuria)가 와이오밍산 중질유 중에서도 아스팔트 제조용의 초중질유인 Wyoming Asphalt Sour의 배럴당 가격을 -19센트로 입찰하기까지 했는데, 이미 그 이전에도 셰일가스의 등장 이후 원유 및 가스 가격이 2016년 2월 이후로 계속 떨어지다가 지난주에는 주간 최대의 낙폭을 기록하기까지 하였어요. 게다가 수익성이 좋은 가솔린의 함량이 극히 적거나 없어서 가솔린 생산을 위해 크래킹 등의 추가비용이 드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 등의 중질유는 특히 인기가 없어서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다, 생산된 석유를 저장할 시설 또한 용량이 한계에 근접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다가는 보관 및 운송비용도 건질 수 없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더 큰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돈과 석유를 같이 가져가라는 고육지책이 차라리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요.
현재 미국 전체의 가용 석유저장공간은 일일 생산량 기준으로 미국 전역으로는 30.2일분이 남아 있는데,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 에너지청이 관할하는 방어구역 석유행정기구(Petroleum Administration for Defense Districts, 약칭 PADD)의 제4관할구역의 경우 12.8일분만 남아 있어요. 위의 와이오밍주가 바로 제4관할구역에 속한 록키산맥 구역인 PADD IV.
게다가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다 수습도 안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맹국 중 최대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싸움 의 여파로 이 나라들도 가용 석유저장공간이 부족한데다 상태가 더욱 좋지 않아요. 사우디아라비아는 18일분, 러시아는 겨우 8일분.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로 석유의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하에서 벌어지는 석유싸움에 마이너스의 가격마저 등장한 상황을 보면 또 무슨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질지 예측조차 힘들어 보여요. 이것을 후대의 역사가들은 제3차 오일쇼크라고 평할지도 모르겠어요.
세계 주요 원유, 가스 및 석유제품의 가격(최대 60일 딜레이) 및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일평균 가격추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때의 고유가에 의존하던 국가들은 아주 혹심하게 얻어맞고 있어요.
이미 7년 전에 쓴 글인 폴리포닉 월드의 에너지정책 개요 및 타임라인(공작창 문서, 로그인 필요)에서 예측한 것처럼 석유가격이 1달러대 내지는 그 이하로 떨어지고 배럴당 세 자리수를 곧 돌파하고도 유지하겠다 싶었던 단가가 이제는 10달러대도 방어하기에 힘든 경우가 쏟아지고 있어요. 정말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지만 이게 현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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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키
2020-04-02 10:25:41
어릴때부터 주구장창 우리는 물부족국가다 조만간 석유가 고갈되서 큰일난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정 반대더라구요.
석유의 가치가 급락해서 이제는 돈 받고 거저 가져가는 시대가 올 줄은 과거 사람들도 미처 상상조차도 못한걸지도......
마드리갈
2020-04-02 14:13:59
마키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달리 표현해 보면, 교육의 내용이 정확한 최신사실에 기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통해요. 한때 유행어처럼 범람했던 UN지정 물부족국가는 아예 공신력 없는 민간단체의 주장에 불과했던 것이 날조된 것이었고, 석유고갈론은 당장 매년 발행되는 BP 에너지통계리뷰만 보더라도 간단히 반박되는, "현재의 기준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적용될 것이다" 라는 전제에 한정하면 그나마 합리적이지만 그것을 도외시하면 크게 빗나가는 논리인 게 밝혀졌어요. 이미 2018년 기준의 석유의 가채매장량은 그 시점으로부터 20년 전인 1998년의 것과 비교하면 51% 이상 늘어났으니까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에너지섹터에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이게 또 의외의 복병이 될 것임도 예견되어 있어요. 캐나다의 경우 중질유를 주로 생산하는데, 가뜩이나 시장가격이 낮은 중질유가 이렇게까지 가격이 폭락해 버린 이상 석유산업의 붕괴, 지역경제의 붕괴 및 환율대란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다시 선진국발 경제위기로 전세계가 사면초가에 빠져 버릴 수 있어요.
게다가 미국의 경우는 전략비축유 저장설비의 용량에 한계가 급격히 도래해서, 연방정부가 전략비축유 구매를 당분간 중단한다고도 했으니 이렇게 유가폭락 또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요 위험요인이 되는 것이죠.
마드리갈
2020-04-21 12:54:19
2020년 4월 21일 업데이트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미국의 석유가격지표가 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선물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어요. 즉 이 선물계약에 따라 WTI를 1배럴 인수할 때 37달러를 내는 게 아니라 받는다는 의미. 이전의 와이오밍산의 경우는 상품가치가 낮은 중질유니까 그러려니 하더라도, WTI는 가솔린 함량이 높아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경질유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어요. 선물가격이 반등해서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경질유까지 가격방어가 안되는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석유소비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알게 해 주네요.
또한, 미국에서는 이 기회에 전략비축유 매입방침을 변경하여, 7500만 배럴을 사들이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했어요. 7500만 배럴은 1배럴을 159리터로 환산하고 경질유의 밀도가 리터당 827g인 것을 감안한다면, 최소 986만톤 이상으로, 미군의 연간 석유소비량인 1400만톤의 70% 레벨. 저장설비의 여력이 어떻게 확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특단의 조치를 통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여요.
아래의 언론보도를 참조해 보셔도 좋아요.
原油先物が反?、米WTIはプラス?回復, 2020년 4월 21일 로이터통신 기사, 일본어
Trump seeks to add 75 million barrels of oil to Strategic Petroleum Reserve amid historic price crash, 2020년 4월 20일 마켓와치 기사,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