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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9. 찬송가가 된 일본군가

SiteOwner, 2020-11-18 21:47:58

조회 수
157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시리즈의 9번째 글은 이전 회차에서 예고한 키워드인 수병(水兵)과 관련있는 음악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를 준수하는 이 게시물에 인용된 악곡은 어디까지나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인용한 것인데다 다른 목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겠습니다. 그러니 이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래의 글을 읽어 나가시거나, 동의하시지 않으시면 열람을 중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단, 수병이라는 어휘가 가사로 쓰인 노래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일본의 군가 용감한 수병(勇敢なる水兵). 1895년에 발표된 이 곡은 청일전쟁 당시인 1894년 일본과 청의 압록강 하구에서의 해전을 그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사사키 노부츠나(佐佐木信綱, 1872-1963)가 쓴 가사에 오쿠 요시이사(奥好義, 1857-1933)가 곡을 붙인 것입니다.



가사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명경지수같은 황해에서 벌어진 대규모 해전에서, 청군의 사격에 피격된 일본해군의 수병 미우라 토라지로(三浦虎次郎, 1875-1894)가 쓰러져 가면서 "아직 청의 군함 정원(定遠)은 침몰하지 않았습니까..." 라고 그를 부축하던 부지휘관에게 묻자, "정원은 이제 전투불능이다" 라고 대답했고, 그 수병은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결국 갑판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실화는 당시의 일본 사회에 큰 감동을 주었고, 이렇게 용감한 수병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가사가 교체되어 다른 용도로서 다른 나라에서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회 찬송가가 되었습니다. "부럽지 않네" 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찬송가에 별별 곡이 차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King/Queen, 독일 국가,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4악장 환희의 송가 등이 쓰이는 것도 있고, 철도창가, 용감한 수병 등 일본의 근대화시기의 노래가 개사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떨떠름한 감을 지울 수도 없음은 물론, "이제는 이 노래는 쓰이지 않는다" 운운하는 일각의 주장에 반례도 꽤 있습니다.


이 글은 원래 2020년 9월 19일에 게재된 것을 수정하여 재게시한 것입니다.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영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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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11-28 22:57:02

말씀하셨다시피 교회나 성당 찬송가는 은근히 다른 곡을 갖고 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TV에서 성당 찬송가 중 하나의 원곡을 들었을 땐 참 묘한 기분이었어요.

일본 군가까지 가져오는 줄은 몰랐네요. 이건 재미있네요.

SiteOwner

2020-11-29 21:16:46

기억하는 것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제4악장, 독일 국가, 영국 국가 등을 찬송가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그것도 군가를 갖고 오는 것은 정말 신기합니다. 일본은 종교인 인구를 합치면 실제의 총인구를 넘어설 정도로까지 다종교 국가인데다 국가종교의 성격을 갖는 신도 또한 대표적인 다신교라서 일신교인 기독교 계열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국가입니다. 그런 일본의 노래가 일신교의 종교음악에 차용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별별 일이 다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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